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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효사계곡서 '라스트 복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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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효사계곡서 '라스트 복달임'

게재 2022-08-04 17:01:54
이기수 수석 논설위원
이기수 수석 논설위원

요즘같이 폭염과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면 지치기 마련이다. 광주시민들은 산행이 아니어도 이런 혹서기에는 더위도 피하고 보양도 할 겸해서 무등산 원효사계곡 식당촌으로 닭백숙을 먹으러 가곤 했었다. 한데 이런 복달임도 올해가 마지막이 될 듯 싶다. 이 곳 상가들이 머지않아 철거될 계획이어서다.광주시와 국립공원공단 무등산국립공원사무소에 따르면 이달 3일 원효사 인근 상가지구(금곡동 800번지 일원 52개 상가·2개 주택)에 대한 중앙토지수용위원회의 수요 개시 결정에 따라 해당 건물의 소유권이 국립공원공단으로 이전돼 퇴거 요청이 본격화된다. 공단측은 현재 상인들과 영업권 보상금과 새로 마련된 이주 단지 분양 공급 가격 관련 협의를 진행중이다. 원효사 지구는 시내 버스 운행(1975년)에 따른 편리한 접근성과 유수량이 많은 계곡이 있어 증심사지구와 함께 무등산을 오르는 양대 탐방로의 관문이 된지 오래다. 탐방객이 몰리다보니 등산 후 허기를 달랠 수 있는 닭백숙, 파전, 도토리묵 등을 파는 음식점들이 인기를 끌면서 우후죽순처럼 들어섰다. 광주시는 1982년 원효사 집단시설지구라는 이름의 재개발사업을 통해 상가 52곳과 주택 2가구(총 27개 동)를 새로 짓고 정비했다. 하지만 이들 음식점은 오폐수를 배출하고 시설 노후로 인한 주변 경관을 훼손하는 주범으로 지목됐다. 이에 광주시는 지난 2002년 증심사 집단시설지구내 난립해 있던 식당부터 모두 철거·이주시킨 뒤 생태복원 사업을 했다. 시는 이어 원효사집단시설지구의 음식점들도 철거할 계획이었지만 예산 및 이주 부지 확보 문제 등으로 10년 이상 답보상태가 이어졌다. 이후 2013년 무등산이 도립공원에서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식당 이주 작업이 재개됐다. 광주시와 공단, 상인 번영회 등은 협의를 통해 국립공원 부지가 아닌 충효동 757번지 일원·14만3천631㎡에 조성되고 있는 광주생태문화마을에 상가를 이주키로 합의했다. 새 상가 부지 분양가를 놓고 협의가 진행중인데 공단과 상인들이 이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인들은 올여름과 단풍철까지는 장사를 해야한다는 입장이고 철거에 불응한 상인들의 명도소송 등 변수를 고려하면 이 곳 원효사지구 식당 건물 철거 완료 시점은 유동적이다. 증심사집단시설지구 정비때도 일부 상인들의 명도소송이 있었고 대집행을 거쳐 건물 철거가 완료되는 진통을 겪었다. 하지만 시기의 문제이지 원효사 계곡 상가는 내년 상반기에는 역사속으로 사라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공단은 건물 철거 공사가 끝나면 오는 2025년까지 기존 상가부지에 자생종 나무를 심어 옛모습을 되살릴 계획이다.보상 및 분양가 문제가 원만하게 이뤄져 무등산 개발되기전 모습으로 생태가 복원되기를 기대한다. 광주시는 1999년부터 2000년까지 14억원을 투입해 원효사지구 원주민촌을 충장사 인근 금곡마을로 이주시킨 뒤, 생태를 복원 한 바 있어 20여년만에 진행될 이번 식당가 이전은 무등산 해발 370m에 위치한 원효사지구의 완전한 자연화 사업인 셈이다. 폐업한지 오래됐지만 1959년 건립돼 건물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옛 무등산관광호텔이 인근에 있어 완전하다는 말은 어폐가 있긴 하다. 복원이란 공공가치 실현을 위해 가업으로 이어온 생계터전을 잃게 돼 상심이 클 것으로 보이는 상인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한다. 옛 정취를 맛보기 위해서 식당이 철거되기 전에 한번쯤 닭백숙을 먹으러 가볼 요량이다. 이기수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