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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2000년의 스캔들과 진실을 쫓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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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2000년의 스캔들과 진실을 쫓아서

게재 2022-06-30 11:10:49
지난 2014년 8월 로마교황청 프란치스코 교황이 성모승천대축일 미사에 참석해 세월호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있다. 전남일보 자료사진
지난 2014년 8월 로마교황청 프란치스코 교황이 성모승천대축일 미사에 참석해 세월호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있다. 전남일보 자료사진

기독교 콘서트. 더봄 제공
기독교 콘서트. 더봄 제공

기독교 콘서트

만프레트 뤼츠 | 더봄 | 2만2000원

기독교는 구원의 역사였을까, 어둠의 역사였을까. 인류가 인권을 발전시킬 때, 기독교는 어떤 역할을 했고 여성 해방과 성 혁명을 바라보는 기독교의 시선은 무엇일까. 과연 지금까지 우리가 보고 들었던 수많은 이야기들은 모두 사실인 것일까.

의학자이면서 신학자로 정신의학과 심리치료 전문의로 활동하는 독일 만프레트 뤼츠가 최근 펴낸 신간 기독교콘서트는 기독교가 지난 2000여 년 동안 서양의 역사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심도 있게 다루는 책이다. 그동안 세상에 팽배한 기독교를 둘러싼 부정적 인식에 대해 '오해'를 푸는 장이면서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기독교의 역사에 대한 '진실'을 알리는 노력의 결과물로도 중요하다.

책은 유대교의 작은 종파였던 기독교가 어떻게 세계적인 종교가 되었는지, 어떻게 로마 제국을 기독교 제국으로 만들었는지, 무적의 게르만 민족이 어떻게 기독교를 믿는 민족이 되었는지를 생생하게 추적한다. 십자군 전쟁, 종교재판, 마녀사냥, 아메리카 인디언 선교에 대한 최신 연구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도 놀라운 깨달음과 통찰을 안겨준다. 독신, 교황의 무류성, 여성과 교회, 성 윤리 등 고전적 주제에 대한 최신의 학문적 성과도 담겨 있다.

성인들의 영적 각성의 이야기나 침묵 중에 고통받는 사람들의 이야기, 중세 시대 하늘높이 치솟은 대성당과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의 프레스코 벽화,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마태 수난곡 등 기독교가 이룩한 아름다움의 역사도 장대하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현대 기독교는 종교로서 치명상을 입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기독교 역사가 스캔들의 역사라는 것도 반박할 수 없는 확고한 사실이 됐다. 저자도 이런 현상에 대해 '기독교가 인류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행위는 바로 소멸'이라고 얘기한다.

기독교의 내부 문제와 세계적인 이념 대립에 대한 저자의 지적도 도발적이다. 지난 500 년가 가톨릭이 개신교에 대해서, 반대로 개신교가 가톨릭에 대해 얼마나 많은 터무니없는 소문을 퍼뜨렸는지, 20세기 우파부터 좌파 독재정치까지 믿기 힘든 이데올로기 폐기물도 빼놓을 수 없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그렇다고 책이 가톨릭과 개신교 등 기독교에 대해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독실한 가톨릭 교인이면서 해박한 신학 저술가인 저자는 오히려 기독교에 긍정적이면서 온정적인 태도 속에서 기독교의 '진실'을 탐구한다.

기독교 역사에서 폭력과 전쟁, 증오가 늘상 존재했다는 사실도 부인하지 않는다. 교회와 신학자들을 무조건 비난하는 대신 오히려 '기독교 원칙'을 무시한 권력자와 성직자를 일관적으로 비판한다. 학대 스캔들에 성직자가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도 가감 없이 밝힌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 책은 진실을 두려워하지 않는 기독교인을 위한 책이면서 자신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더 잘 이해하고 싶은 모든 이를 위한 책"이라고 했다.

21세기를 맞아 전세계적으로 교회와 기독교가 절체절명의 위기다. 우리나라에서도 독선과 맹목적인 우민화, 반지성적 신비주의 같은 반 기독교 문화가 출산률 저하와 맞물려 많은 이들이 기독교에서 이탈하고 있다. 대형교회 중심의 부익부 빈익빈 구조와 극에 달한 물신주의도 한국 기독교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항상 알고 싶었지만 감히 묻기가 두려웠던 한 기독교인의 고백이 2000년 기독교의 영광을 다시 되찾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