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없어 수주 포기… 조선업, 인력 빼가기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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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
"사람 없어 수주 포기… 조선업, 인력 빼가기 전쟁"
‘인력 대책 및 지원 방안’ 토론회 ||코로나 여파…대불산단 인력난 ||인력 유출·외국인 노동자 끊겨||“25년까지 9000여명 일손 부족”||
  • 입력 : 2022. 06.23(목) 17:09
  • 김진영 기자
23일 영암 호텔현대목포에서 영암 대불산단 입주 조선업체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서남권 조선업 활성화를 위한 인력 수급 대책 및 지원 방안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현대삼호중공업 제공


"사람(인력)이 없어 수주 받은 물량을 포기했어요." "코로나 여파로 인력난이 심화되자 동정업계끼리 외국인 근로자를 빼가는 경쟁까지 벌어지고 있으니…."

조선업의 '수주호황'에도 불구, 코로나19 여파로 2년 넘게 극심한 인력난을 겪고 있는 영암 대불국가산업단지에 입주한 조선업계가 고충을 쏟아냈다.

지난 2015년 수주 가뭄으로 인력 구조조정 칼바람이 불어 닥친 이후 국내 인력 유출 심화에 이어 외국 인력 수급마저 끊긴 조선업계가 이중고를 겪고 있어서다.

조선업계의 인력난 극복을 위해 영암 대불산단 조선업계와 행정당국이 모여 인력해소 방안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전남 조선해양 전문인력 양성센터는 23일 오전 호텔현대에서 '서남권 조선업 활성화를 위한 인력 수급 대책 및 지원 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를 주관한 노성호 전남 조선해양 전문인력 양성센터장은 "전남 서남권의 경우 경남권 조선사와 달리 배후 인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2025년까지 전남 조선업 필요 인력은 추가로 9000여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내국인 근로자 유입을 위한 업황 개선에 따른 인건비 현실화와 병역특례기업 조건 완화, 외국인 인력확보 대책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전남도에 따르면 한때 2만7000명을 웃돌았던 도내 조선인력은 2016년 이후 지속된 불황으로 2017년 1만7000명, 2019년 1만9185명, 2021년 1만9286명 등 5년 연속 2만명 밑으로 떨어졌다.

반면 지난달 기준 국내 선박 수주량은 120만CGT(표준화물선 환산 톤수)로 전 세계 선박 발주량 250만CGT의 48%를 수주하는 등 이례적 호황이 이어지고 있다.

인력난이 워낙 심각하다 보니 대불산단 내부에선 인근 업체들끼리 외국인 노동자를 빼가는 경쟁까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유인숙 유일㈜ 대표는 "최근 인력난이 가중되면서 인근 업체에서 50여 명의 인력을 빼가고 인력이 없어 올해만 800억원 가량의 일감을 포기했다"고 현장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김병수 다온산업 대표 역시 "대불산단 업체의 물량 반납으로 조선사의 사내 협력사도 업무 과중으로 공정 지연이 발생하고 있다"며 "야근과 특근이라도 늘려 공정을 만회해야 하지만 인력난과 주52시간제 등으로 인력 활용에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관계자들은 외국인 관련 규제 완화 등 지원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유인숙 대표는 "외국인 인력 유치를 가로막고 있는 각종 규제를 하루 속히 철폐하고, 우리 지역에서 이들이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정주 여건도 개선해 나가야 한다"며 관계 당국의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이어 "대불은 근로자의 60% 이상이 외국인이며, 그 중 60%가 불법체류자인 상황에서 외국인 고용을 내국인의 20%로 제한한 기존 E7 비자 제도는 실효가 없다"며 불법체류 기능인력의 양성화 필요성 등을 제안했다.

조두연 목포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국내 외국인 유학생의 D2 비자를 활용해 조선업 취업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며 "대학도 학생 유치 등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곧 가시적인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내국인 인력 취업 장려를 위한 지자체의 지원 요청도 제기됐다.

업체들은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일감을 많이 따놓고도 문을 닫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최근 3년 사이 대불산단에만 51개 업체가 인력난을 견디지 못해 휴업에 들어가거나 아예 문을 닫았다.

이번 토론회에 참석한 업체 관계자들은 청년층 유입을 위해 청년내일공제사업 중 기업 분담금 일부 지원, 타 지역 신규 인력 유입을 위한 이주정착비 지원, 신중년희망일자리장려금 지원 등을 적극 검토해 줄 것을 요청하고 나섰다.

고미경 전남도 기반산업과장은 "2015년 불황 이후 조선 인력이 급감한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심각한 인력난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며 "관계 기관과 협력해 외국인 인력 유치와 청년 취업 지원 사업, 정주여건 개선 등 전남도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적극 검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진영 기자 jinyou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