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법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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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촉법소년
  • 입력 : 2022. 06.21(화) 17:20
  • 이용규 기자
넷플렉스 드라마 '소년심판'은 7가지 에피소드를 통해 촉법소년에 대한 사회문제를 묵직하게 던졌다. 지난 2월 10회물로 공개된 이 시리즈는 상당수 현실 사건에 바탕을 둔 에피소드로 많은 이슈를 낳았다. 극의 중심은 소년범을 혐오하는 심은석(김혜수), 소년범에 기회를 주는 것은 판사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차태주(김무열), 소년 형사합의부 부장판사 강원중(이성민),연화 지방법원 소년 형사합의부 부장판사 나근희(이정은) 등 네사람을 통해 소년범 해법을 찾는다.

촉법소년은 범죄 행위를 저지른 만 10~14세 청소년을 뜻한다. 촉법소년 범죄 처벌에 대한 비판적 여론으로 지난번 대선 유력 후보들도 연령 조정을 공약했고 17대 국회 이후 연령 조정 등 법안 개정안이 87건 발의되기도 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각종 범죄로 소년부에 송치된 촉법소년은 3만5039명으로 2017년 6286명에서 8474명(2021년)으로 증가됐다. 촉법소년은 형사처벌이 아니라 보호처분 대상이다. 14세 미만인 청소년이 살인·강도·강간·추행 등 강력 범죄를 저질러도 소년원 입소 또는 보호시설 감호만 진행된다. 전과 기록이 남지 않고, 형사처분 대신 보호처분을 받기에 처벌 또한 최장 2년 소년원 수용이 전부다. 촉법소년 적용을 받는 어린이들이 흉포한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아 기준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이유다.

한동훈 법무장관이 쏘아올린 촉법소년 연령 조정이 본격화됐다. 한 장관이 지난 8일 법무부 주례 간담회에서 촉법소년 연령 기준 현실화의 관련 사안을 검토한 지 6일만에 지난 14일 촉법소년 연령 기준 하향 TF를 구성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는 1953년 소년법 제정 이후 69년 만이다.

14세는 유엔아동권리위원회가 제시하는 연령 하한선이다. 우리나라도 1991년 비준한 유엔아동권리협약은 최소 만 14세 이상으로 유지토록 규정하고 있다. 룩셈부르크, 벨기에는 18세 미만을 형사 미성년자로 규정한다. 중국,몽골,스페인은 16세미만, 덴마크,스웨덴은 15세미만, 케나다는 12세 미만이다. 우리와 같이 14세미만 국가는 독일, 오스트리아, 일본 등 40개 국가가 속한다.

촉법소년 연령 조정에 부정적 여론도 많다. 어릴 때 범죄행위에 대해 전과자 낙인찍기는 안된다는 것이다. 혐오에 기반한 인과 응보주의 사법적 처벌보다 인성 교육과 교화의 방식에 더 중점을 둬야 한다는 목소리에 공감한다. 국가인권위원도 유엔아동권리협약 등 국제 인권 기준에서 강조하는 '소년의 사회 복귀와 회복 관점'에 반하고 소년 범죄예방을 위한 실효적 대안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견지해왔다. 질풍 노도의 시기에 내버려진 아이들은 선택을 압박받는다. 못버텨낸 아이들은 무법자로 내몰린다. 소년심판에서 심은석 역을 연기한 김혜수씨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소년범죄는 단순한 논리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현실에 맞게 소년법이 일부 개정돼야 한다는데는 동의하지만 단지 개정의 문제가 아니라 소년 범죄가 왜 발생하는 들여다보고 법개정을 뒷받침해주는 시스템이 함께가야 한다"고 했다. 위기의 우리 아이들, 우리 사회가 어떻게 품을 것인가에 대한 멀리, 폭넓게 내다보는 고민의 시간이 필요하다. 촉법소년 연령 하향이냐, 교화와 개선이냐. 그것이 문제다.



이용규 기자 yonggyu.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