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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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별의 향연
  • 입력 : 2022. 06.29(수) 15:43
  • 이용환 기자
이용환 문화체육부장.


1974년 어느 날, 미국 항공우주국에서 일하던 몇몇 과학자들이 지구의 종말을 예언했다. 1982년 3월, 태양계의 모든 행성이 일렬로 늘어서는 '행성직렬'이 일어나면서 엄청난 중력을 받은 지구가 죽음의 별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아프리카가 북극으로, 남극이 적도로 옮겨가면서 대규모 지진과 해일이 덮칠 것이라는 주장도 내놨다. 과학자들이 과학적 이론을 곁들여 내놓은 예언에 사람들은 경악했다. 하지만 태양계의 행성이 일직선으로 정렬된 1982년 지구는 조용했다. 종말론을 신봉했던 일부 과학자의 엉터리 예언이 빚은 해프닝이었다.

"행성직렬이 발생하는 날 밤, 빛의 삼각형을 조합하면 시간은 멈추고 인류의 운명은 영원히 바뀔 것이다." 16세기 프랑스 철학자 노스트라다무스의 지구 종말론도 근거는 행성직렬이었다. 태양계를 도는 행성이 1999년 지구를 중심으로 십자로 배열(그랜드 크로스)되고 그 중력의 영향을 받아 지구가 멸망한다는 것이었다. 지금부터 1000여 년 전, 첫 밀레니엄을 맞이할 당시에도 유럽의 수많은 기독교인이 생업을 걷어치우고 예루살렘으로 기약 없는 성지여행을 떠났던 것도 행성직렬의 공포가 부른 희대의 코미디였다.

행성직렬은 태양계의 행성들이 공전 과정에서 어느 순간 일직선으로 정렬되는 현상을 말한다. 지구를 가운데 두고 내행성이 왼쪽으로, 외행성이 오른쪽으로 늘어설 경우 양쪽에서 두 팔을 당기는 것처럼 강한 중력이 만들어져 지구에 이상현상이 나타난다는 게 종말론자들의 생각이다. 하지만 현대 천문학에서 행성직렬은 우주가 만들어낸 희귀한 현상일 뿐이다. 태양과 목성의 중력이 워낙 큰 데다 지구에서 행성까지의 거리가 멀어 직렬에 따른 중력의 변화가 거의 무시할 수준이라는 것도 밝혀졌다.

이달 들어 수성부터 천왕성까지 태양계를 도는 6개의 행성이 줄지어 늘어서는 '우주쇼'가 매일 아침 새벽하늘을 수놓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오는 7월 초까지 오전 4시 30분이면 동쪽 지평선 가까이 뜬 수성을 시작으로 금성과 천왕성, 화성, 목성, 토성 등이 일렬로 늘어선 모습을 볼 수 있다. 별은 수천 년, 사람들에게 소망을 비는 상징이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혼돈, 이를 견제해야 할 야당의 부재, 일부 지도층 인사의 탐욕과 부도덕까지. 온갖 구설이 난무하는 작금의 현실에서 화려한 별의 향연을 보면서 모두의 근심이 깨끗이 씻어지길 빌어야 겠다. 문화체육부장

이용환 기자 yh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