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이야기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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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이야기 9
  • 입력 : 2022. 06.02(목) 14:02
  • 이용환 기자
중국인 이야기 9. 한길사 제공


중국인 이야기 9

김명호 | 한길사 | 1만9000원

김명호의 신간 '중국인 이야기' 제9권은 20세기 중국을 큰 시각에서 이해하는 데 안성맞춤인 구성이다. 청나라 멸망 이후 위안스카이의 북양정부 출범부터 군벌전쟁, 국공합작, 항일전쟁, 국공내전에 이르는 20세기 중국의 복잡하고 굵직한 사건들의 맥을 짚어준다. 책의 전반부를 장식하는 실제 역사 인물들은 누가 주인공이어도 문제가 없을 만큼 개성이 강한 지도자의 면면을 드러낸다.

이 책의 장점은 실제 역사 인물들의 이야기가 소설처럼 재미있게 읽힌다는 것이다. 역사와 시대와 인물을 꿰뚫는 저자의 탁월한 시각과 촌평은 역사 읽기의 격을 높인다. 청말 정치인으로 마지막 만주(당시는 동3성) 총독을 지낸 자오얼쉰은 마적 장쭤린의 귀순을 이끌어내 동북을 안정화시켰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대군벌 펑위샹도 국민당에 들어가 장제스의 북벌에 참여했지만 반청, 반군벌에서 시작해 반장제스, 반미를 거쳐 중국의 해방 전쟁을 옹호하기까지 진보를 거듭한, 역사인격의 완성체였다.

책 후반부도 중국과 미국의 200년 교류 및 외교의 풍경, 탁월한 능력과 수완으로 그 역사를 만들어갔던 외교의 주역들을 조망한다. 19세기 서구 열강들이 중국을 유린할 때 미국은 무력 대신 정식 외교를 택했다. 조지 워싱턴보다 더 유명했던 광저우 주재 영사 새뮤얼 쇼, 왕샤조약을 이끌어낸 담판의 고수 케일럽 쿠싱, 중국 근대사상 최초로 평등하게 맺은 푸안천조약을 이끈 앤슨 벌링게임 등이 그들이다.

탁월한 능력과 수완으로 역사를 만들어갔던 외교의 주역들, 그들의 선택과 행보를 숨 가쁘게 따라가다 보면 중국과 미국의 오랜 관계의 연원을 살펴볼 수 있다. 중국 근·현대사의 복잡한 흐름도 손에 잡힌다. 오늘날 무역전쟁과 패권 경쟁으로 대립하고 있는 중·미 관계의 겉과 속, 현상과 본질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파노라마 같은 책이다.

이용환 기자 yh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