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노휘의 길 위의 인생 74> 미술관 밖으로 나온 피카소와 대화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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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노휘의 길위의 인생
차노휘의 길 위의 인생 74> 미술관 밖으로 나온 피카소와 대화를 한다
뉴욕, 뉴욕, 뉴욕 박물관의 도시 뉴욕시티, 현대미술관의 정수 MoMA
  • 입력 : 2022. 04.14(목) 15:41
  • 편집에디터

맨해튼에 있는 MoMA 내부 모습. 차노휘

요즈음 항공편을 검색하는 일이 잦아졌다. 어제, 스페인 마드리드로 목적지를 정했다면 오늘은 터키 이스탄불로 바꾸는 식이다. 그제는 호주 시드니로, 이틀 전에는 뉴욕으로… 여행기간은 50일. 추천항공노선과 가격이 제시되면 다시 '최저가' 순서로 줄 세운다. 환승을 한 두어 번 해야 하는 최저가격 항공요금도 만만치는 않다. 포스트코로나로 인한 여행 수요 증가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그 원인이라고 생각하지만 예약이 망설여진다. 코로나 이전에는 떠나기 3개월 전부터 항공과 숙박요금을 미리 계산한 것과는 다른 태도이다. 빈번하게 목적지를 바뀌지만 검색 도시는 과거에 다녀왔던 곳으로만 한정한다. 경로의존성이라고 해야 할까. 무슨 일이 일어났을 때 한번 갔던 곳에서 대처 능력이 더 탁월할 거라는 환상 때문이다. 여전히 나는 코로나를 의식하고 있다. 그 엄중한 시절에도 멋지게 뉴욕에서 두 달 머물렀는데도 말이다. 캠퍼스의 꽃만 보더라도 가슴이 설레는 여행의 계절인 지금, 그래서 다시 뉴욕에서의 여름을 꺼내든다. 2022년 여름을 이어가기 위한 과정이자 아직까지 그곳에서의 시간이 끝나지 않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맨해튼에 있는 MoMA 내부 모습. 차노휘

MoMA

여전히 모마는 내게 일주일에 한번 씩 그곳 소식을 전해준다. 기사를 쓰고 있는 지금도 4월 16일 오픈하는 'Our Selves'를 소개한다. 40년 동안 여성 작가들의 작품을 수집한 심리치료사 헬렌 콘블럼(Helen Kornblum)이 기증한 작품 중에서 사진 위주로 전시를 한다는 것이다. 여성 예술가들이 어떻게 사진을 저항의 도구로 사용해 왔는지를 살피면서 100년 이상의 그녀들의 저항을 파노라마처럼 펼쳐놓는다. 즉 페미니즘, 시민권, 원주민 주권 그리고 퀴어 해방 사이의 연관성에 대해서 고민하게 하는 전시이다. 사진뿐만 아니라 그림 전시도 페미니즘과 관련 있다. 'Hyundak card video views'에서도 여성작가 날리니 말라니(Nalini Malani)의 '유토피아(Utopia, 1969~1976)'에 관한 4분짜리 동영상을 소개하고 있다. 가끔 모마가 보낸 소식지를 접하면 현대예술의 한 흐름을 훑는 기분은 들지만 난해한 작품과 대면하기도 한다.

맨해튼에 있는 MoMA 내부 모습. 차노휘

혹자는, 모마(MoMA)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할 수도 있겠다. 'The Museum of Modern Art'의 앞 글자를 조합한 뉴욕 현대미술관의 별칭이다. 근현대 미술에 대한 전반적인 작품 세계를 보여주는 뉴욕 현대미술관은 모마라는 귀여운 이름으로 친근하게 다가온다. 맨해튼 중심에 자리 잡고 있어서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도 편하다. 루스벨트 아일랜드에서 머물렀던 나는 지하철을 한번 타고 그곳에 갔다. 미리 홈페이지에서 예약을 한 상태였다.

직접 가서 본 그곳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현대 미술의 메카라는 명성이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세잔, 반고흐, 피카소, 마티스 및 앤디워홀 등의 작품뿐만 아니라 다른 미술관에서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실험적인 사진, 디자인, 영화 등까지 과감히 전시하고 있었다. 실험적인 작품은, 그것은 끊임없이 한곳에 머무르려는 보수성에 대한 저항이자 이민국가인 뉴욕시티만이 가진 다양성의 힘을 내게 전해준다. 그래서 나는 그 미지의 작품들을 좋아한다.

지하 1층 기념품 숍에서 시작해서 지상 6층까지 이어지는 미술관 건물이 명성에 비해 규모가 그리 크지 않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맨해튼의 살인적인 땅값을 상상하면 결코 작은 곳이 아니다. 기증으로 지어진 곳이라 더욱 그 가치는 크다. 1929년, 부유한 뉴욕 출신 부인 세 명이 의기투합했다. 특히 애비 앨드리치 록펠러는 미술관 설립의 중심에 있었는데 그녀의 남편이 록펠러 2세이다. 그가 이후에도 거액을 기부한다. 이들의 노력으로 현대미술관이 세계 최초로 탄생하게 된 것이다.

맨해튼에 있는 MoMA 내부 모습. 차노휘

나는 승강기를 타고 6층부터 관람을 시작했다. 내려올 때는 계단을 이용할 심산이었다. 이미 1층 인포메이션 데스크에서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를 무료로 제공받은 다음이었다. 6층부터 1층까지, 그 수많은 작품 중에서도 최고의 작품은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자들의 태도였다. 요란하지 않고 명상에 잠기는 듯한 그들의 뒷모습은 명화와 잘 어울렸다. 전시관에서도 바깥을 바라볼 수 있게 내놓은 통유리는 맨해튼 건물을 작품으로 만들어놓았다. 유일한 한국 작품이라고 생각되는, 수십 번 위치를 조정하고 점을 찍고 말린 뒤 다시 찍는 절제의 반복인 이우환(1936~)화백의 <선으로부터>는 당당한 기품은 아직까지 여백으로 남아있다.

맨해튼에 있는 MoMA 내부 모습. 차노휘

MoMA PS1

모마는 모마로만 끝나지 않는다. 모마 입장권을 구입하고 14일 이내에 퀸스 롱아일랜드 시티에 있는 'MoMA PS1'에 가면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버려진 학교 건물을 현대 미술관으로 변화시킨 그곳에서는 좀 더 실험적이고 발칙한 작품들이 전시된다. 뉴욕에서 지금 뜨고 있거나 앞으로 뜰 작품이 궁금하다면 MoMA PS1를 가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현대 작가의 작품들과 젊고 능력 있는 작가들의 데뷔전이 주로 기획된다. 그 이면에는 마음껏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는 예술가들뿐만 아니라 그 능력을 알아주고 아껴주는 예술 기획자들이 많다는 말이기도 하다.

MoMA 두 곳을 들렀다면 기념품 샵에서 상품을 즐길 기회도 놓치지 않기를 추천한다. 박물관마다 일률적인 상품들이 전시된 것이 아니라 그곳의 개성에 맞게 디자인된 것들이 가격대별로 진열되어 있기 때문이다. 나는 MoMA에서 마우스 패드와 맨투맨 티를 구입했다. 마우스를 움직일 때마다 나는 미술관 밖을 나온 피카소나 샤갈 등과 대화를 한다. 시공간을 초월해서 말이다.

맨해튼에 있는 MoMA 내부 모습. 차노휘

맨해튼에 있는 MoMA 내부 모습. 차노휘

맨해튼에 있는 MoMA 내부 모습, 차노휘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