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영박물관서 발견된 조선 최고 '나주 부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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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시
대영박물관서 발견된 조선 최고 '나주 부채'
명성황후 주치의 애니 엘러스 기증품||청자·김홍도 '풍속도첩' 등과 함께 전시
  • 입력 : 2022. 01.16(일) 15:53
  • 나주=조대봉 기자
대영박물관 소장 '나주산 부채 까치선'. 나주시천연염색문화재단 제공
19세기 초까지 조선시대 최고 부채로 극찬을 받았지만 현재 명맥이 끊겨 국내에선 찾아볼 수 없는 나주산 고급 부채가 이역만리 영국 대영박물관까지 간 사연이 밝혀져 관심을 끈다.

16일 나주시천연염색문화재단에 따르면 세계 최대 규모의 대영박물관에 가면 조선시대 나주에서 생산된 부채 5점을 볼 수 있다. 나주부채는 7~8세기 통일신라시대 불상을 비롯해 13세기 고려청자, 조선 후기 백자, 18세기 김홍도의 '풍속도첩' 등과 함께 전시되고 있다.

대영박물관은 세계 각 문명권의 역사유물과 민속 예술품 800만점과 조선시대 부채를 다량 소장하고 있지만 생산지가 명확한 조선시대 부채는 나주산이 유일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영박물관이 소장한 나주산 부채는 명성황후 주치의였던 벙커 애니 엘러스(여·1860~1938)가 1894년에 기증한 태극선(太極扇), 까치선(鵲扇), 단선(團扇)을 비롯, 일본인 오기타 에스조가 기증한 곡두선(曲頭扇) 2점이다.

벙커 애니 엘러스는 명성황후 시해 후 고종 황제를 호위하면서 왕의 신변 보호에 앞장섰던 교육자이자 선교사였던 달젤 벙커(1853~1932)의 부인이다. 미국 보스톤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한국에 온 첫 번째 여성의료 선교사로 초기 제중원 부녀과에서 의료 선교사로 일하다 명성황후의 시의가 됐다. 당시 배재학당장직을 맡았던 그녀는 윤치호가 작사한 국가를 스코틀랜드 민요 로렐라이에 맞춰 한국 최초의 애국가를 만든 인물로도 알려져 있다.

나주 부채 곡두선은 일본인 오기타 에스조가 1910년 영국 셰퍼드 부시에서 열린 영국-일본 전시회 때 한국과 일본 물품을 대영박물관에 기증할 때 함께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벙커 애니 엘러스와 오기타 에스조 두 사람은 부채의 원산지인 나주보다 조선 황실과 인연이 많았던 사람들이었다. 국내에선 사라진 희귀 나주 부채를 대영박물관에서 볼 수 있게 된 이유다.

나주시천연염색문화재단 허북구 국장은 "나주부채는 과거 수백 년 동안 조선 최고의 부채라는 명성 때문에 궁궐에도 납품이 됐을 정도"라며 "두 사람이 나주 부채를 대영박물관에 기증한 것은 조선 황실에서 선물 받았거나 당시 명성을 알고 직접 구입해 기증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허 국장은 이어 "대영박물관이 나주 부채를 소장하고 있다는 것은 당시 나주부채의 높은 명성과 가치를 인정했음을 엿볼 수는 있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나주=조대봉 기자 dbj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