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산업개발 광주 타 공사장도 불안감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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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현대산업개발 광주 타 공사장도 불안감 확산
계림동 아이파크 공사 현장 가보니 ||“땅 꺼지고 갈라져” 피해 호소 ||주민 “3년간 민원·집회 30여건” ||해당 민원에 동구 “통계 없다”
  • 입력 : 2022. 01.13(목) 17:42
  • 정성현 기자

13일 찾은 광주 동구 계림 아이파크SK뷰 공사 현장. 인근 4~6m에 위치한 가구들은 땅꺼짐·누수 등의 피해를 입고 있지만, 어떠한 보상도 받지 못하고 있다.

"아이고, 이제 저 아파트 불안해서 못살죠. 입주해서 살다 어느 날 한시에 무너질지 어떻게 아나요."

광주 동구 계림동에 사는 김모(75·여) 씨는 지난 11일 발생한 현대산업개발 아파트 신축공사 붕괴사고를 떠올리며 한숨부터 내쉬었다. 김씨는 아들이 지난 2019년 계림 아이파크SK뷰 청약에서 68대1의 경쟁률을 뚫고 분양권을 받아, 오는 7월 입주 준비중이었다.

그는 "공사 현장 주변에 오면, 주택이나 상가 사람들이 걸어 놓은 땅꺼짐이나 누수 민원 현수막들이 많다"며 "그동안 그냥 지나쳐왔는데, 이번 붕괴 소식에 이곳도 문제가 있는 것 아닌지 몹시 걱정된다"고 했다.

지난해 6월 '학동 붕괴 참사'에 이어, 또 한번 발생한 붕괴 사고로 HDC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영하권 타설과 수 백건에 달하는 민원 등 '예견된 인재'라는 주장도 나온다. 적합한 민원 조치와 현장 감리·감독이 있었다면, 이러한 사태를 피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현산의 다른 공사 현장도 엇 비슷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13일 찾아간 동구 계림 아이파크SK뷰 건설 현장.

공사장 주변 도로는 볕이 들지 않아 꽁꽁 얼어 있었다. 얼마간 길을 따라 들어가니 '철거부터 시공까지 상가 영업손실 배상하라!'·'주민들은 죽어간다. 건설사는 각성하라!' 등의 현수막들이 곳곳에 붙어있다.

이곳에서 만난 주민 윤모(69·여) 씨에게 물으니 "재개발 공사가 시작되고 이 마을은 완전히 죽었다"며 "철거부터 아파트가 세워지는 동안, 소음과 분진은 당연하고 땅이 갈라져 누수가 일어나는 등 온 동네가 난리였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공사를 통해 일어나는 모든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이 겪고 있다. 잘 살던 곳에서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13일 찾은 광주 동구 계림 아이파크SK뷰 공사 현장. 공사 현장과 4~6m 반경에 위치한 한 건물의 벽이 죄다 갈라져있다.

윤씨는 본인 외에도 피해 가구들이 많다며, 인근 건물로 안내했다.

그의 안내로 도착한 한 상가는 금방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벽에 많은 금이 가 있었다. 가게 주인 김모(59) 씨는 "이곳 마을은 공사 현장과 불과 4~6m밖에 떨어지지 않았다"며 "2019년 철거 과정에서 지진이 난 것처럼 흔들리며 벽에 금이 가기 시작하더니, 이후 공사를 진행하는 동안 땅이 갈라져 물이 솟구치거나 금이 심해져 담이 허물어지기도 했다"고 했다.

이어, "구청에 민원도 수차례 넣어보고 공사 현장 앞에서 집회도 했지만, 해결되는 것은 전혀 없었다"며 "하도 답답해 탄원서를 작성해 구청장에게 직접 보내기도 했지만, 돌아오는 답변 역시 없었다"고 말했다.

김씨에 따르면, 지난 3년(2019년)간 제보한 주민 탄원서는 14회(자치구 7회·시행사 7회)·집회는 15회다.

주민 탄원서에는 △땅꺼짐 및 건물 균열 등을 방지한 각별한 안전조치 △소음·진동 등 주민의 불안감과 압박 최소화 △재개발지역 지반 상황을 고려한 관리·감독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시행사와 자치구는 '해결하겠다'·'조사하겠다' 등의 형식적 답변만 내놓을 뿐, 공사가 완공될 동안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광주 동구 계림 아이파크SK뷰 인근 상인·주민들이 작성한 탄원서

광주 동구 계림 아이파크SK뷰 인근 상인·주민들이 작성한 탄원서

관할구의 대처를 알기 위해 동구청에 계림 아이파크 관련 민원을 문의한 결과, "민원 통계를 가지고 있지 않아 자세한 사항은 확인이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도시개발과 담당자는 "해당 주변에서 민원이 들어오는 것은 맞다. 하지만 행정 처분 등 처벌이 뒤따르진 않았다"며 "시행사가 자체 안전 진단에서 나온 결과를 토대로 민원인들에게 보상을 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 따로 지자체에서 개입하진 않았다"고 했다.

아울러 시행사는 피해 가구에 설비 업체를 급파해 정비·보수하겠다는 계획이지만, 근본적인 대책과는 거리가 멀다.

업체 관계자는 "12일 피해 가구에 안전진단 등을 위한 인원을 보냈다. 이후 규모에 따라 정비 등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이마저도 지난 11일 붕괴사고가 아니었다면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주민들의 의견이다.

한 주민은 "관공서도 나 몰라라 하고 대기업은 배째라 하면 우리 같은 서민들은 누굴 믿고 사나요? 어디가 무너지고 사람이 죽어야 쳐다보니… 학동 사고에서 뭘 배웠는지 모르겠습니다"라고 반문했다.

정성현 기자 ju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