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공(滅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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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멸공(滅共)' 논란
박간재 전남취재부장
  • 입력 : 2022. 01.12(수) 11:57
  • 박간재 기자
박간재 전남취재부장
대선정국으로 치닫는 연초, 탈모 공약이 '뜻밖의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지난 4일 탈모약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이후다. 의학의 힘을 빌려 머리카락을 유지하고 있는 전국 남녀 1000만명의 탈모인들로부터 갈채를 받고 있다. 이 후보측은 '빅이슈'로 떠오른 이 공약에 '이재명은 뽑는 게 아니라 심는 겁니다'라는 짧은 영상을 올리며 이에 화답했다.

탈모인들에게 '뽑는다'는 단어는 금기어다. 낙지, 쭈꾸미란 단어도 싫어하며 심지어 쳐다보지도 않을 정도로 민감하다. 대선공약이 나오자 우스개 소리로 '민두노총'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민머리를 가진 사람들이 만든 노조라는 이 단체에 머리카락이 수북한 청년들의 모임인 '쑤북청년단'은 절대 가입 불가다.

민주당 청년선대위가 청년탈모비상대책위원회와 가진 간담회에서 이 공약을 발굴했다고 한다. 50여 일 남은 대선을 앞두고 있지만 공약이라는게 굳이 거대담론일 필요는 없다. 국민 개개인에 도움되는 공약이 가장 위대하다는 점을 입증한 사례다. 공약이 나오자 '탈밍아웃'하는 이들이 늘고 있으며 중도층의 관심을 받고 있다.

전국민 환호에 화들짝 놀란 측에서는 '모(毛)퓰리즘' '털퓰리즘'이라고 반대입장을 내놓고 있다.

전쟁같은 대선 정국에 웃음을 주는 유머는 신선함을 넘어 정치에 대한 긍정적인 사고로 바꿔주는 역할을 해준다. 정치적 수준을 높여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지난 주부터 냉전시대 유물이던 '멸공' 용어가 나오며 유권자들을 어리둥절케 하고 있다.

야당에선 멸치와 콩 등을 은유적으로, 웃자고 한 표현이라고 했다. 왜 그렇게 죽자고 덤비느냐고 오히려 역정이다. 왼손에 파를 들면 좌파, 멸치와 콩을 먹으면 우파라는 우스개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씁쓸함을 감출 수가 없다. 언제적 용어인데 청산해야 할 색깔론을 다시 끄집어 냈을까 의아하다.

유권자들은 '표'만 된다면 무슨 말이든지 내놓고 보는 후보보다 누가 진정한 '지도자 깜'인지를 주의깊게 바라보고 있다는 점을 잊은 모양이다.

유치한 언어가 아닌 미래를 담은, 수준 높은 공약과 품격의 언어를 듣고 싶다.

박간재 기자 kanjae.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