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빨간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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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새빨간 거짓말'
  • 입력 : 2021. 10.27(수) 15:11
  • 이용환 기자
이용환 전남일보 문화체육부장.
"도곡동 땅이 어떻다고요? BBK가 어떻다고요?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여러분." 지난 2007년 8월,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자신에게 제기된 비리 의혹을 모두 부인하며 사자후를 토해냈다.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치열한 경선을 벌이던 이명박은 BBK, 다스 등 자신에게 제기됐던 모든 의혹을 일축했다. 하지만 이명박은 불과 10여 년 만에 도곡동 땅과 다스의 진짜 주인으로 밝혀졌다. 천문학적 뇌물을 받은 것도 드러나 대법원에서 징역 17년도 확정됐다. 그가 말한 '새빨간 거짓말'이야말로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과학의 탈을 쓴 정치인의 헛소리와 거짓말'. 지난 2018년 과학 저널리스트 데이브 레비턴이 내놓은 도발적인 주장이다. 그는 자신의 책에서 과학을 조작하는 정치인의 거짓말을 12가지로 분류했다. 지나친 단순화,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골라 취하고 나머지 더 중요한 사실은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체리피킹', 모두 저 사람 탓이라고 덮어씌우는 '공공의 적' 만들기, 쟁점을 유치한 얘기로 둔갑시키는 '조롱과 묵살' 등이 대표적이다. 핵심을 비켜 곁가지를 부각시키는 '확실한 불확실성'도 지금 한국 정치인의 행태와 비슷하다.

사람은 누구나 거짓말을 하게 마련이다. 보통 사람은 8분에 1번꼴, 하루 200번 거짓말을 한다고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심리학과 폴 에크먼 교수의 연구 결과다. 2012년 미국 노스웨스턴대에서는 '거짓말은 하면 할수록 는다'는 속설을 실험으로 확인하기도 했다. 하지만 선의의 거짓말과 달리 남을 속이는 새빨간 거짓말은 선량한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 이명박처럼 권력이나 돈을 얻거나 유지하기 위한 공직자의 거짓말은 나라를 망치게 할 수 있어 더욱 나쁘다.

대선을 앞두고 최근 우리 사회에 성남 대장동 비리 의혹과 관련된 수많은 거짓말이 난무하고 있다. 특히 당사자로 지목되거나 연루된 이들은 하나같이 '모른다', '기억나지 않는다'고 국민을 조롱하며 세상을 비웃고 있다. 진실을 숨기고 또 다른 거짓말로 순간을 모면하는 뻔뻔함도 보인다. 더 비극적인 것은 뻔 한 거짓말을 외면하고, 오히려 동조하는 일부의 비겁한 '속셈'이다. 진실은 간단하고 거짓은 복잡하다. 받은 사람이 범인이면 준 사람은 더 큰 범인이 맞다. '최악의 거짓말쟁이' 이명박을 넘을 '새빨간 거짓말'의 향연. 그 종착역은 과연 어디까지 이어질까. 문화체육부장

이용환 기자 yh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