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국토에 가치 더하다'  옐로우시티 장성 성공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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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군
'버려진 국토에 가치 더하다'  옐로우시티 장성 성공 비결
황룡강 누런 용 전설 착안한 ‘노란색’ 컬러마케팅… 자치단체 최초 사례||방치됐던 황룡강의 화려한 변신… 10억 송이 꽃 만개, 포인트 정원 조성||온 가족 즐기는 황미르랜드 테마정원 기대… 곳곳마다 포인트 정원도||15일 옐로우시티 스타디움 준공… ‘하나 된 장성’ ‘새로운 장성’ 시대 개막
  • 입력 : 2021. 10.14(목) 16:46
  • 장성=유봉현 기자

10억 송이 꽃으로 물들인 장성 황룡강.

'노란색 색채도시' 옐로우시티 장성의 변화가 주목된다. 자치단체 최초로 시도된 컬러마케팅 '옐로우시티 프로젝트'가 민선 6~7기를 거쳐오며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 삭막했던 공장 굴뚝과 지하도가 공공예술의 소재가 되고, 비좁던 읍시가지 진출입로는 안전하게 개선됐다. 가장 극적인 변화를 보이는 곳은 황룡강이다. 잡풀만 우거진 채 사람들로부터 외면받았던 황룡강은 사계절 꽃이 피는 지방정원으로 변신 중이다. 민선7기를 8개월여 남겨둔 지금, 옐로우시티 장성이 써내려간 성공 스토리를 반추해 본다.

미디어파사드 기법이 적용된 장성군청 골든게이트

●한적한 농촌의 극적인 변화 이끈 '노란색 컬러마케팅'

축령산과 백암산, 불태산 등 3면이 성벽같은 산으로 둘러싸여 장성(長城)이라 불리는 고장, 장성군은 인구 5만의 작은 지자체다. 일교차가 크고 공기가 맑아 이곳에서 나는 과일과 곡식은 맛이 좋고 알이 실하다. 그래서 장성군은 오래전부터 사과, 배, 감 등 제철과일의 주산지로 이름을 알렸다.

수려한 산세를 지닌 환경이 훌륭한 인물을 빚어낸 것일까? 장성에서는 유난히도 청백리가 많이 배출됐다. 노사 기정진, 지지당 송흠, 아곡 박수량 등 내로라하는 선비가 줄을 잇는다. 그런가 하면 사재를 털어 화포를 만든 망암 변이중, 의병장 기삼연 등 나라를 지키기 위해 헌신한 위인들도 많다.

맛좋은 과일이 나고, 학식 깊은 학자들을 배출한 장성군은 그러나 근대 이후 한동안 쇠락기를 맞았다. 80~90년대 한때 호황기를 겪기도 했지만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개발 붐은 여느 지자체와 다를 것 없이 장성을 비켜 갔다.

특색 없고 조용한 농군(農郡), 장성군의 이미지는 그렇게 고착화 되는 듯했다. 하지만 민선6기에 접어들며 장성은 급격한 변화를 맞이했다. 무채색의 도심에 노란색이 곁들여지자 평범했던 공간이 특별해졌다. 전국 자치단체 가운데 최초로 시도된 색채 마케팅은 그렇게 첫 발을 내디뎠다.

노란색을 고른 사유도 인상적이다. 마을 사람들을 돕는 누런 용이 산다는 황룡강 전설에서 착안했다. 옐로우시티 프로젝트로 명명된 이 과감하면서도 참신한 시도는 지역민들로부터 고른 지지를 얻으며 지금까지 올곧게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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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된 공간에서 변화의 중심으로… '장성 황룡강'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황룡강을 관광 목적으로 찾는 사람은 없었다. 사람 키높이의 수풀이 가득한데다 곳곳에 폐기물이 방치되어 있는 '버려진 땅'이었기 때문이다. 장성군은 민선6기 출범과 함께 옐로우시티 컬러마케팅을 추진하면서, 황룡강에 대한 대대적인 정비사업을 병행했다. '황룡강 르네상스 프로젝트'로 불리는 이 사업은 치수기능 강화와 강 유역에 대한 체계적인 정비가 핵심이다. 이는 3년 연속 100만 방문을 기록한 황룡강 노란꽃잔치의 성공에 든든한 밑바탕이 됐다.

황폐했던 황룡강 일원은 메마른 땅에 꽃이 피어나듯 시나브로 변했다. 동화 속 나라를 연상시키는 힐링허브정원과 연꽃정원이 조성됐으며, 승천하는 황룡을 연상시키는 개천인도교가 놓였다. 서삼교에는 장미터널이 조성되어 개화시기마다 사진촬영 명소로 사랑받았다.

10억 송이 꽃이 피어나는 강변에는 쾌적한 산책로와 쉼터가 조성되었고, 경관조명을 설치해 야경의 아름다움을 갖춰 나갔다. 올해 들어서는 조명을 갖춘 가동보 2개소(윤슬보, 용작보)를 조성해 독특한 물넘이 광경을 방문객들에게 선사하고 있다.

10억 송이 꽃으로 물들인 장성 황룡강.

●볼거리, 즐길거리 풍성한 관광명소로… '테마공원' 기대감 상승

황룡강 상류 황미르랜드 일원에는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테마공원 조성이 한창이다. 황미르랜드는 100만 송이 해바리기 정원으로 잘 알려져 있다. 2019년 황룡강 노란꽃잔치 당시, 세 번의 가을 태풍을 이겨내고 꽃을 활짝 피워 방문객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한 바 있다.

테마공원 조성은 지난 2017년 황미르랜드에 지속적인 방문을 유도할 수 있는 관광 아이템을 마련하기 위해 기획됐다. 이후 약 3만6600㎡ 규모의 부지를 확보하고, 옹벽 블록과 조경석을 공원 주변에 쌓았다. 올해에는 제방과 오름산책길 조성을 마쳤다. 추후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마련할 계획이다. 미로 정원, 착시 현상을 불러일으키는 트릭 아트 존(trick art zone), 황룡강 전경을 한 눈에 담을 수 있는 전망대 등을 조성하고 레이싱 카 트랙과 킥보드 레일, 어드벤처 놀이시설, 물놀이장도 설치한다.

영화 '반지의 제왕'에 소개된 상상 속의 부족인 '호빗' 족의 집을 재현해 놓은 '호빗의 동굴'도 호기심을 자극한다. 계절별로 아름다운 꽃을 감상할 수 있는 조경도 갖춘다. 최종 완료 시점은 오는 2023년 무렵이다.

한편, 장성군은 황미르랜드 인근에 '노란예술센터'도 조성하고 있다. 노란예술센터는 전문 전시 공간과 홍보관(1층), 휴게 공간(2층), 전망대(옥상)를 갖춘 복합문화공간이다.

10억 송이 꽃으로 물들인 장성 황룡강.

●각종 포인트정원 인기… 야경도 명품

황룡강 곳곳에 숨어있는 보석같은 포인트 정원들도 이목이 집중된다. 황미르교 방면에는 연꽃정원과 연꽃전망대가 조성되어 있다. 정원을 가로질러 나 있는 데크길을 따라 연꽃전망대에 닿으면 황룡강의 아름다운 야경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다. 특히, 해가 뉘엿뉘엿 기울기 시작하는 저녁 무렵에는 그림 같은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진다.

건너편 힐링허브정원에 있는 '옐로우해피트리'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싱가포르 '슈퍼트리'가 연상되는 디자인으로, 자연 친화적인 장성군의 희망찬 미래를 상징한다. 또 강변에서 만나는 유앤아이가든, 아이러브장성 등 포인트 정원들도 가을밤 풍경에 산뜻함을 더해준다.

장성군 북이면 마을에 그려진 벽화. 장성군 제공

●옐로우 디자인 건축물 각광… 주민 참여 이어져

주민들의 삶의 터전 곳곳에 자리잡은 옐로우 디자인 건축물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군립중앙도서관과 홍길동체육관, 실내체육관의 외벽이 노란색을 사용해 세련된 외양을 갖췄으며, 노후되고 협소해 주민 이용 불편과 교통사고 위험이 높았던 청사 정문에는 미디어파사드 기법을 도입한 '골든게이트'를 설치했다.

장성읍시가지 초입의 고려시멘트 담장에는 경관개선사업을 통해 세련된 옐로우 디자인을 적용했다. 또 청운교 하부는 예술작품을 연삭시키는 도색작업을 통해 생활 속 예술공간으로의 변신에 성공했다. 뿐만 아니라 군민버스와 버스정류장에도 노란색 디자인을 입혀, 옐로우시티 프로젝트가 주민들의 생활 속에 자연스레 스며들어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했다.

시골마을의 변화도 눈여겨볼 만하다. 북이면에는 반고흐 벽화거리가 조성되어 예술적 감수성을 자극하고 있으며, 북하면 약수리와 중평리 일원에는 옐로우디자인외벽정비사업을 추진해 가게 간판과 골목이 작은 명소로 거듭났다.

장성군은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개인 소유 건축물에 옐로우시티 디자인 반영을 지원하는 '옐로우시티 건축디자인 지원사업'을 펼쳐 주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독려하고 있다.

장성 옐로우시티 스타디움. 장성군 제공

●옐로우시티 스타디움 시대 개막… 새로운 랜드마크 기대

최근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곳은 황룡강 일원에 건립된 공설운동장 '옐로우시티 스타디움'이다. 장성읍 기산리 447-1번지에 조성된 옐로우시티 스타디움은 7만 6000㎡ 부지에 5000석 규모 주경기장(4층)과 보조경기장, 씨름장 등을 갖췄다. 공사기간은 7년(2015~2021)이 소요됐으며 총 사업비는 국비 포함 273억4300만원 규모다.

황룡강 지류인 취암천의 휘어진 물줄기를 강의 흐름에 맞춰 직강화해 부지를 확보한 점이 주목된다. 45억원 규모 부지매입비 절감은 물론, 하천 역류 문제까지 해결하며 생태환경 개선에도 일조했다는 평가다. 황룡 형상의 경기장과 수변공원 등 황룡강과 어우러진 수려한 풍광도 이목을 끈다.

15일 열리는 준공 기념식을 통해 옐로우시티 스타디움의 개장을 공식 선언하는 유두석 장성군수는 "장성군은 전남 내에서 공설운동장을 보유하지 못한 3개 지자체 가운데 하나였다"면서 "사통팔달 교통환경과 150만 광주시와 인접한 점 등 뛰어난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음에도 대규모 체육행사를 유치하지 못해 장성군민의 아쉬움이 컸다"고 돌아봤다.

유 군수는 이어 "부지확보가 어려워 추진에 난항을 겪다가 황룡강 물줄기를 바꾸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공설운동장 건립, 생태환경 개선에 이어 건립비용 절약까지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며 "이는 '가치의 재발견'을 통한 '가치의 극대화'라는 옐로우시티 프로젝트 정신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유두석 군수는 "옐로우시티 스타디움 시대의 개막을 기점으로 5만 군민과 함께 '하나 된 장성', '새로운 장성' 건설에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옐로우시티 스타디움 건립 현장을 점검 중인 유두석 장성군수. 장성군 제공

장성=유봉현 기자 bhyu@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