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배추 가격 폭락… 농민들 "갈아엎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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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군
양배추 가격 폭락… 농민들 "갈아엎어야 하나"
무안 해제면 재배농가 가보니 ||8㎏ 1만원→2천~4천원 거래 ||중간도매 유통상 발길 끊겨 ||재배 증가에 인건비도 상승 ||군 “가격안정 대책 마련할것”
  • 입력 : 2021. 10.14(목) 16:54
  • 김은지 기자

무안군 해제면 현해로에서 양배추 밭을 재배하고 있는 고송자(71·여)씨의 밭. 지난해 6.61a(200평) 기준 200만원에 출하를 마쳐 올해 재배 면적을 늘렸으나 중간 도매 유통상인들의 구입 문의가 없다.

"차라리 트랙터로 양배추를 갈아엎고 양파라도 심는 게 내년 농사 걱정이 없을 거 같당께. 지하수를 끌어다 키운 건데 양배추를 구입하기로 한 계약 상인들 연락마저 끊겨버리니 밭을 보고 있으면 한숨이 절로 나오제."

양배추 가격 폭락에 중간도매 유통상들의 연락마저 끊긴 무안군 해제면 재배농가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이들은 현재 중간 도매 유통상들로부터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리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지난 13일 찾은 무안군 해제면 현해로 한 양배추 밭. 농민 고송자(71·여)씨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올해 2.97㏊(9000평)의 밭에서 양배추를 재배했는데 양배추 구입을 의뢰했던 중간 도매 유통상인들의 연락이 없어서다.

고씨는 "양배추는 중간 도매 유통상인들과 계약재배방식으로 6.61a(200평) 기준 110~120만원에 이뤄진다. 양배추 농사 시작 전 중간 도매 유통상인들과 파종 시 30% 지급, 나머지 70%는 수확철에 지불 계약을 맺는다"며 "지난해 85.95a(2600평)에서 양배추를 재배해 6.61a(200평) 기준 200만원 선에 출하를 마쳤다. 올해 여름 예년보다 장마도 짧았고 태풍 피해도 없어 재배면적을 늘렸는데 중간 도매 유통상인들의 연락이 뚝 끊겼다"고 말했다.

무안군 해제면은 양배추 집중 재배 지역이다. 양배추를 재배하고 있는 농가는 2019년 449농가, 2020년 475농가로 해년마다 증가하고 있다.

무안군 양배추는 해제면에서 집중 재배되고 있다. 농가들 대부분이 계약재배 방식으로 양배추를 키우는데 올해는 양배추 가격이 떨어지고 인건비는 상승해 중간 도매 유통상인들이 선금 계약조차 하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장마, 태풍 등으로 흉작을 입어 가격이 폭등했던 반면 올해는 자연재해 등의 피해를 입지 않은 것도 가격 하락에 한몫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해제면에서 양배추를 재배하고 있는 농가는 2019년 449농가, 2020년 475농가, 올해는 921개 농가로 해년마다 재배 농가들이 늘고 있다.

무안군은 올해 군내 양배추 총 재배 면적을 920㏊로 파악하고 있다. 해당 면적은 전국 양배추 재배 면적 중 약 11%를 차지하는 수치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aT)에 따르면 지난 12일 무안군 해제면에서 출하된 양배추(1망·8㎏) 거래 가격은 올해 3600원, 지난해 같은 기간 기준 1만5800원보다 77% 폭락했다.

고씨는 "양배추 8㎏상품 거래 가격이 지난해에는 평균 1만원대였는데 올해는 2000~4000원에 거래되고 있다"며 "양배추 계약재배를 의뢰하는 중간 도매 유통상인들은 양배추 출하 시 인부까지 데려오기 때문에 인건비 걱정이 없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인건비가 지난해 8만원에서 13만원으로 상승해 중간 도매 유통상인들이 계약을 진행할 경우 손해가 클 것으로 예상돼 연락 조차 없는 상황"이라고 허탈해했다.

대부분의 농민들은 내년 농사까지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폐기를 고려하고 있다. 농민들은 지자체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해향(51·여) 해제면장은 "그동안 농민들은 양파를 주작물로 재배하면서 8월 양파 출하를 마치고 휴식기를 이용해 양배추를 재배해 10월 출하를 끝내면 다시 양파 재배를 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정확한 양배추 재배량과 수요 적절량을 파악해 제값 받을 수 있도록 지자체가 찾아줘야 한다"며 "수요 파악이 안된다면 차라리 트랙터로 밭을 갈아엎고 다음 양파 농사를 준비해 손실을 줄이는 방법 밖에 없다"고 말했다.

무안군은 15일까지 전국 양배추 수요량 조사를 통해 양배추 가격 안정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무안농업기술센터 친환경농업과 관계자는 "정부에 양배추 수출을 희망하는 농가에 수출물류비를 지원하고 수급 조절을 할 수 있도록 채소류 주산지 품목 지정, 2회에 걸쳐 건의했다"며 "양배추가 주산지 품목으로 지정되면 산지폐기 비용이 지원된다. 양배추가 안정적인 작물로 재배될 수 있도록 대응 방안들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 김은지, 조진용 기자

무안의 대부분 농민들은 8월 양파 출하를 마치고 휴식기를 이용해 양배추 재배를 시작, 10월 출하를 끝내고 다시 양파 재배·를 해왔다. 현지민들은 다음 농사에 차질이 없도록 손해를 보더라도 현지 폐기를 고려하고 있다.

김은지 기자 eunzy@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