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인문학 그리고 동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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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가을, 인문학 그리고 동구
노병하 사회부장
  • 입력 : 2021. 10.13(수) 17:10
  • 노병하 기자
노병하 사회부장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다. 요즘 하도 세월이 하수상해서 책에 눈길이 가겠냐만, 선거는 선거고 책은 책이다.

필자는 생긴 것 답지 않게 책을 좋아한다. TV는 하루 30분도 보지 않지만, 책은 어떻게든 읽는다. 종이로 된 서적은 물론이고 e-북에 요즘은 차량으로 이동 시 오디오 책을 듣기도 한다. 좋게 말하면 활자를 통해 생각하는 것을 즐기는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그냥 중독이다.

가을엔 주로 소설을 읽지만, 최근은 인문학을 읽고 있다. 나이 들수록 머리가 텅 비어지는 느낌이라 더욱 끌리는 모양이다.

인문학에 비중을 두는 이유는 하나 더 있다. 필자의 사무실이 동구에 있는데, 동구가 광주의 인문학 중심지로 탈바꿈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구는 4개 권역으로 된 인문산책길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무등 가는 길' 코스를 좋아한다. 이곳은 학동과 학운동 일대로 무등산 입구와 문빈정사, 춘설헌, 의재미술관, 증심사까지 걷는 4.5km 코스다.

'광주정신 원형길'은 충장동과 서남동 일대로 3.8km 코스다. '뜻 세움길'은 지산동 일대이며 오지호 화가, 문병란 시인, 이한열 열사 등 3명의 이야기를 따라 걷는 2.6km 코스다. 여기는 걸을 때마다 속에 무언가 치솟는 느낌이 든다.

'밝은 희망길'은 동명동 일대로 독립운동가와 민주운동가들이 고초를 겪었던 광주형무소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다. 코스는 2.4km다.

또 동구는 인문대학도 운영 중이다.지난해에 오월 인문학, 상생 인문학 등 6개 프로그램을 18차례 진행했고 올해는 22개 강좌를 운영한다.

지역 서점 9곳은 구민도서 지원 사업에 참여 중이다. 주민들의 독서 기회를 늘리고 영세서점을 활성화하는 등 책 읽는 동구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란다.

인문동아리 지원 사업도 있다. 올해는 30개 동아리 회원 220여 명이 참여할 정도로 호응이 높다고 한다. 이외에도 뭐가 많아서 그냥 임 청장을 만나 물었다.

"아니 본인만 책을 좋아하면 됐지, 주민들에게도 뭘 많이 하라고 해요?"

요즘 이런저런 일로 살이 쭉 빠진 임 청장이 답했다.

"동구가 1인 가구가 가장 많네. 그러니 책과 인문학을 통해 개인과 공동체 위기를 극복하고 주민 행복을 찾아 보자는 것이지."

가을이다. 이 계절이 우리 생에 백 번이 오겠는가, 천 번이 오겠는가.

그러니 올해는 한번쯤 동구를 들려 동네 서점에서 책 한권 구입한 뒤 인문학 길 벤치에 앉아 잠시 여유를 즐겨보자. 지적 낭만이라는 게 뭐 별거겠나.





노병하 기자 bhn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