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과 대선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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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메르켈과 대선판
  • 입력 : 2021. 10.17(일) 14:16
  • 최권범 기자
최권범 뉴스콘텐츠부장
지난달 말 독일의 한 장난감업체에서 500개 한정판으로 출시한 곰 인형이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다름 아닌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본떠 만든 테디베어 인형이었다.

지구상에서 가장 사랑 받고 있는 곰 인형인 테디베어가 메르켈 총리처럼 짧은 금발머리를 하고, 그녀가 평소 즐겨 입던 검정색 바지에 붉은색 재킷을 입었다. '메르켈-다이아몬드'라 불리는 특유의 양 손 모양도 빠뜨리지 않았다.

메르켈 총리 퇴임을 기념하기 위해 출시된 이 테디베어 인형은 우리 돈으로 26만원에 달하는 비싼 가격에도 날개 돋친 듯 팔리며 삽시간에 완판을 기록했다.

며칠 전 독일 에츠도르프의 템펠 박물관에서는 메르켈 총리의 기마상도 공개됐다. 메르켈이 말에 올라탄 모습을 금빛의 동상으로 만든 것인데, 독일의 한 조각가가 총리에 경의를 표하기 위해 자비를 들여 제작한 것이어서 더욱 화제가 됐다.

다음달 퇴임하는 메르켈 총리에 독일 국민들이 열광하고 있다. 그녀를 떠나 보내는게 못내 아쉬운 모양이다.

16년 간 최장기 집권을 해온 정치인이지만 퇴임을 코 앞에 둔 시점에서도 그 인기는 여전하다.

지난달 독일 공영방송 ARD가 조사한 정치인 만족도에서 메르켈은 64%의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며 다른 정치인들을 압도했다.

메르켈 총리에 대한 독일 국민들의 지지와 애정은 그녀가 보여준 신뢰의 리더십에 기반한다.

메르켈은 총리 재임기간은 물론 정계 입문 이후 단 한번도 비리나 비위에 연루된 적이 없었다. 권력을 이용하지 않으며, 늘 자신을 낮추고 상대를 경청하는 정치를 펴왔다. 품격 있는 리더의 모습을 국민들에게 각인시켜준 것이다.

우리나라에선 지금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야 후보들간 경쟁이 한창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대선판이 뜨거워질 수록 후보들의 품격은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다. 미래 국가 발전을 위한 정책 대결은 사라진 채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으로 점철된 네거티브만 넘쳐난다. 각종 의혹과 비방만 난무할 뿐 그 어떤 감동도, 비전도 찾을 수 없다. 장기화된 펜데믹에다 대선주자들의 볼썽 사나운 공방까지 더해지면서 국민들의 피로도는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 될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우리나라는 올해 유엔무역개발회의로부터 선진국의 지위를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등 높아진 국가의 품격을 실감하게 됐지만 정치에서의 후진국 행태는 고질병처럼 이어지고 있다.

떠나는 총리에게 무한한 애정을 쏟아내는 독일 국민들. 진정한 리더의 품격이 무엇인 지 새삼 느끼게 되는 요즘이다.











최권범 기자 kwonbeom.choi@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