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만연한 '지분 따먹기'… 관련법 없어 처벌도 못해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 사회

만연한 '지분 따먹기'… 관련법 없어 처벌도 못해

비상식적 철거공사 관행 집합체
하중 취약 ‘ㄷ’자 형태 철거 강행
재개발조합 비리 수사로 확대

게재 2021-07-28 17:07:09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사업 정비 4구역 철거 건물 붕괴가 비용 절감을 위한 다단계식 불법 재하도급 등 비상식적 철거공사 강행 탓이라는 수사 결과가 발표됐다.

특히 일명 '지분 따먹기'로 인해 이번 사고가 발생했지만 처벌 법규가 마련돼 있지 않아 공사현장에 만연한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참사 발생 50일 째인 28일 광주경찰청 수사본부는 중간수사브리핑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먼저 경찰은 건물 붕괴 원인으로 안전불감증에 기반한 무리한 철거방법과 감리·원청·하도급업체의 안전관리자 주의의무 위반을 꼽았다.

실제 참사 당시 건물 철거 과정도 철거계획서와 다르게 진행된 사실이 국과수 감식 결과 드러났다. 건물 외벽 강도를 고려하지 않은데다, 횡 하중에 취약한 'ㄷ'자 형태의 철거를 강행해 건물이 불안정 상태가 됐다. 여기에 철거를 위해 쌓아 둔 약 11m 높이의 성토물이 붕괴해 1층 바닥 슬래브의 하중이 증가, 건물이 앞 도로 방향으로 무너지는 결과가 발생했다는 분석이다.

경찰은 또 공사 단가 절감을 위해 장비 임대 비용이 비싼 특수 굴착기를 사용하지 않은 점도 붕괴의 한 원인으로 지적했다. 건물의 철거 계획서에는 건물 맨 위층부터 차례대로 부수기 위해 팔 길이 30m의 특수 굴착기를 동원하겠다고 돼 있었지만, 실제 현장에는 팔 길이 10m의 굴착기가 사용됐다.

경찰은 비용이 덜 드는 짧은 굴착기로 공사를 진행하다보니 굴착기가 건물 안으로 진입할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건물 위에서 내려다보면 'ㄷ'자 형태 구조물이 되는데, 이는 중력 방향과 직각으로 작용하는 힘인 횡 하중에 취약한 구조다. 굴착기 진입을 위해 내부 흙더미를 조성, 과다 살수까지 더해져 하중 증가로도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무리한 철거공사의 근본 원인으로는 다단계식 재하도급으로 인한 비상식적인 공사 대금 산정이 꼽혔다. 실제 재하도급 과정에서 철거 비용이 상당 부분 줄어든 사실이 확인됐다. 일반 건축물 철거업체가 최초로 수급한 금액은 50억에 달했으나, 재하도급에서 12억 상당으로 돈이 줄었다. 석면철거에서도 조합 측이 22억에 수주했으나 하도급에서 4억으로 줄었고, 재하도급 실공사 단가는 상당한 정도로 감소됐다.

또 원청업체가 불법 재하도급 사실을 인지하고도 이를 묵인한 정황이 경찰 수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이와 함께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이른바 '지분 따먹기'가 관행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음도 확인했다. '지분 따먹기'는 공사를 공동으로 수주한 뒤 실제 공사에 참여하지 않은 채 수익 지분만 챙기는 수법으로, 공사 현장의 고질적 병폐로 지적돼 왔다. 해당 재개발 사업에 참여한 업체 3곳은 각각 3~5곳의 이름을 돌려쓰며 업체에 선정됐고, 이후엔 서로 지분을 나눠 공사에 참여하지 않고 돈을 챙기기도 했다.

경찰은 '지분 따먹기'가 공사 단가를 낮춰 부실공사로 연결되는 것으로 보고 있지만, 처벌 법규가 마련돼 있지 않아 관련 기관에 제도 개선을 건의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학동 재개발건물 붕괴참사 관련 입건자는 총 23명으로, 이 중 6명(현대산업개발 현장소장, 한솔 현장소장, 다원이앤씨 현장소장, 백솔건설 대표, 감리자, 재개발 업체 선정 브로커)이 구속됐다.

원인·책임자 규명 수사가 일단락됨에 따라 경찰은 공사 수주 관련 금품수수, 입찰담합 등 재개발조합 비위 관련 수사에 집중한다. 특히 증거 수집과 참고인 진술 등을 토대로 지역 정치인·공무원 유착 여부로도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참사 발생 50일째인 28일 광주경찰청 수사본부는 동구 학동 재개발건물 붕괴 관련 중간수사브리핑을 열었다.
참사 발생 50일째인 28일 광주경찰청 수사본부는 동구 학동 재개발건물 붕괴 관련 중간수사브리핑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