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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덕 씨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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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덕 씨의 생각

게재 2021-07-20 15:31:30
도선인 사회부 기자.
도선인 사회부 기자.

한때 태극기를 가슴에 달고 필드를 누볐던 여자 필드하키 국가대표 출신 김순덕 씨는 1999년 한국을 떠났다.

국가대표 시절 사상 최초로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획득하는 등 성과를 인정받아 국가로부터 받은 대통령 훈장은 모두 반납하고서 그렇게 뉴질랜드로 이민을 갔다.

그녀는 한국을 떠나면서 "사랑스러운 아들을 빼앗아 간 이 나라에 더 머물 수 없다"라는 말을 남겼다. 그녀의 첫째 아들 형민 군은 20년 전 '씨랜드 참사'로 희생된 19명의 유치원생 중 한 명이었다. 그녀의 이민 결심은 정부의 무성의한 대처와 둘째 아들마저 잃게 될 것 같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1999년 6월30일 청소년 수련시설 '씨랜드'에서 발생한 화재로 유치원생 19명과 인솔교사 및 강사 4명 등 23명이 숨졌다. 화재원인은 모기향 불씨가 이불에 옮아 붙었거나, 전기 누전일 가능성이 크다고 발표됐지만, 알 수 없다.

무엇보다 이 참사는 단순 화재원인이 문제가 아니었다. 당시 씨랜드 건물은 콘크리트 1층 건물 위에 52개의 컨테이너를 얹은 가건물 형태임에도 떡하니 청소년수련관이라는 이름으로 허가가 났다. 과정에는 정관계 불법 로비가 있었다. 생활관에는 불량품 화재경보기와 빈 깡통의 소화기들이 발견되기도 했다.

'씨랜드 참사'는 공직사회 비리와 안일함과 안전불감증이 뒤섞인 현대사회의 전형적인 재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게 집안의 자랑이었던 국가의 훈장은 형벌이 됐다.

그녀는 2014년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또 한 번 억장이 무너졌다. "변한 게 아무것도 없다." 그녀는 실종자 확인조차 되지 않는 세월호 참사 발생 직후 상황을 접하면서 생각했다.

'변한 게 없다'는 이 무섭고도 참담한 생각은 세월호 참사로 딸을 잃은 예은 아빠 유경근 씨가 학동4구역 철거건물 붕괴 참사를 보며 했던 것이기도 하다. "세월호 참사라는 큰 사고가 사회에 경각심을 줬다고 생각했는데, 큰 착각이었다. 변한 게 없다"고 생각했다.

얼마 전 재난취재와 관련된 강의를 들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전원 구조'라는 사상 초유의 오보와 피해자 및 그 가족들을 둘러싼 과도한 취재 경쟁 등 비윤리적인 보도 행태가 비로소 문제로 인식됐다. '재난보도 준칙'에 기초해 최소한 언론은 변하고 있는가? 변하기 위해 노력하는가? 질문을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