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건물 붕괴사고>"예쁜 내 새끼 살려주세요"… 유족들 통곡·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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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광주 건물 붕괴사고>"예쁜 내 새끼 살려주세요"… 유족들 통곡·절규
광주 건물 붕괴 희생자 빈소 ||“안전장치 있었다면…” 원망 토로 ||재발 방지 약속에 흐느끼기도 ||아들생일 참변 등 안타까운 사연
  • 입력 : 2021. 06.10(목) 17:37
  • 김해나 기자
학동 4구역 재개발 붕괴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10일 광주 동구청 주차장에 마련된 가운데 임택 동구청장과 직원, 시민들이 헌화 분향하고 있다. 김양배 기자
"뭔 죄가 있다고! 내 아이가 뭔 죄가 있다고! 살려내! 살려내라고오!"

장례식장은 통곡과 분노 그리고 침묵으로 가득했다. 그러다가 이용섭 광주시장,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방문하자 유족들은 참았던 원망과 설움을 토로하며 희생자들을 살려내라고 절규했다.

이 시장이 재발 방지 등을 약속했지만 유족들의 서러움과 억울함은 조금도 가라앉지 않을 듯 울음 소리는 갈수록 커져만 갔다.

전날인 9일 오후 4시22분께 광주 동구 학동 4구역 재개발사업 건물 철거 현장에서 5층 건물이 무너져 시내버스와 도로를 덮쳤다. 이 사고로 버스에 타고 있던 17명 중 9명이 숨지고 8명이 크게 다쳐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숨진 9명은 버스 뒤쪽에 탄 승객들로, 10대 남자 고등학생 1명, 30대 여성 1명, 50대 여성 1명, 60대 여성 3명, 70대 여성 2명, 70대 남성 1명이 참변을 당했다.

10일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 철거 현장 희생자들의 빈소인 모 장례식장. 각 빈소에서는 유족들의 흐느끼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 통곡소리를 들으며 빈소를 찾은 이 시장은 제일 먼저 고등학생 A(17)군의 유족에게 다다가 위로의 말을 꺼냈다. 눈물을 그렁그렁 머금은 유족은 "안전장치만 있었다면…"이라고 되뇌며 결국 오열했다. 이 시장은 유족에게 거듭 사과하며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유족은 "약속 꼭 지켜달라"고 말한 뒤 붉은 눈시울로 멍하니 이 시장을 바라보며 손을 잡고 울기만 했다.

변을 당한 A군은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을 하는데도 학교에 갔다. 그는 교내 음악 동아리 후배들을 만나고 귀가하는 길에 참변을 당했다.

A군은 늦둥이 아들로 부모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고 애교가 많았다. 그는 사고 20여 분 전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아빠, 버스 탔어요. 집에서 만나. 사랑해"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A군의 부모는 사고 당일 현장을 찾아 "버스에 아들이 탄 것 같다. 제발 얼굴이라도 확인할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A군은 희생자 9명 중 가장 마지막에 수습됐다.

다른 빈소에서는 유족들의 한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 이들은 이 시장을 보고 "예쁜 내 새끼 살려주세요"라며 쓰러졌다. 이 시장은 유족들에게 차마 말을 걸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또 다른 빈소에서는 이 시장과 정몽규 회장이 들어가려 하자 유족이 막아서는 상황이 펼쳐지기도 했다. 유족은 "나중에 이야기합시다"라며 입구를 막고 입장을 통제했다. 빈소 안에서는 그저 눈물 삼키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참사로 인한 인명피해가 컸던 만큼 안타까운 사연 역시 이어지고 있다.

희생자 B(65·여)씨는 사고 당일 생일을 맞은 큰아들을 위해 미역국을 끓여 놓고 일터에 나갔다.

B씨는 운영 중인 식당을 평소보다 빨리 정리하고 전통시장에 들러 반찬거리를 사고 집으로 향하는 버스에 탑승했다. 집까지 두 정거장을 남겨두고 순식간에 버스를 덮친 건물에 참변을 당했다. 사고를 SNS를 통해 접한 유족은 B씨가 사고 버스에 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빈소에서 나온 이 시장은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났다"며 "참으로 송구스럽다. 예를 다해 고인들을 모시고, 부상자 등 피해자분들께도 정성과 마음을 쏟겠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 회장 역시 "사고 원인과 안전장치 여부 등을 파악하고 있다"며 "일어나지 않았어야 할 사고였기 때문에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해나 기자 min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