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박찬규> 귀촌일기 – 모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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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박찬규> 귀촌일기 – 모내기
박찬규 진이찬방 식품연구센터 센터장
  • 입력 : 2021. 06.02(수) 13:16
  • 편집에디터
박찬규 진이찬방 식품연구센터 센터장
올해는 비가 적당히 와주어 모내기철에 물 걱정은 덜었다. 농촌에서는 절기에 맞추어 농사일을 하는데 지금 남도지방은 기후변화가 심해서 파종시기와 모내기가 다소 앞당겨졌다. 남도의 5월은 가장 역동적인 달이다. 한 해 수확할 벼농사를 위해서 모내기가 시작되는 달이라 어느 날보다도 바쁘고 알차게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모내기를 하기 위해서는 논을 갈고 로터리를 쳐야 하며 논둑을 살피고 논에 물 대기 등의 준비를 하여야 한다. 트랙터로 논을 고르게 써래질하여 봉황벼로 육묘하고 이양기로 모내기를 하였다. 옛날에는 기계가 아닌 사람의 손으로 직접 모를 심었기 때문에 모내기가 끝난 뒤에는 안 아픈 곳이 없을 정도로 힘든 작업 중 하나였다. 그때는 논농사가 밭농사보다 더 힘들었지만 최근의 논농사는 기계화 덕분에 훨씬 수월한 편이다.

필자가 어렸을 때는 못자리를 하고 20여일이 지나면 모내기 하루 전날 모판에서 모를 쪄 놓았다가 다음날 마을 사람들 품앗이로 모내기를 하였다. 못줄을 잡아가면서 동네 사람들이 함께 모를 심었다. 못줄은 나이드신 어른이 잡는 경우가 많았고 새참을 먹을 시간이 되야 논에서 나와 허리를 펼 수 있었다. 그때만 해도 농촌의 인구가 넉넉해 일손이 부족하지 않은 시절이었다. 반대로 요즘의 농촌은 동네마다 노인들이 대부분이고 청·장년의 수가 부족해 농사일에 어려움이 적지 않다. 모내기가 한창일 때 동네 사람이 이앙기를 갖고 있으면 제때에 모를 심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타 마을에 부탁해서 모를 심어야하기 때문에 원하는 일정에 맞추기가 어려워진다. 요즘은 옛날처럼 못자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빈 공간에 육묘장을 만들어 물만 제때에 주면 모가 잘 자란다. 이양기로 모내기를 할 경우에는 보통 3명이 한 조가 되어 움직이는데 기본적으로 기계를 조작하는 사람과 모판을 공급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예전에는 모내기 중간에 논두렁에서 새참을 먹었지만 지금은 가까운 식당에 가서 간단한 식사를 해결한다. 시골 생활도 도시 못지않게 혁신을 누리며 간편한 생활이 되고 있다.

귀촌해서 가장 적응하기가 힘들었던 작업은 허리를 숙여가면서 삽질하는 밭일인데 다행히 논농사는 대부분 기계화가 되어서 사람손이 그 정도로 많이 가지는 않는다. 그래도 모내기 전에 논둑을 예초기로 베어야 하는 작업은 여전히 사람 손에 의지해야 한다. 또한 겨울을 지나다 보면 논둑이 허물어져 구멍이 나 있는 경우가 많아 물이 빠져나가기 전에 미리 논둑을 살펴서 구멍을 메우는 작업이 필요하다. 귀촌해서 농사일을 하다 종종 놓치기 쉬운 일들이 바로 이런 것들이다. 모내기를 하기 전에는 대부분 농협과 계약재배를 하기 때문에 벼 수매에 대한 부담은 많이 덜고 있는 추세이다. 그전에는 벼를 수확한 후에 마을마다 수매 일자를 정해 해당 일자에 갖고 나가야 등급을 받고 수매를 할 수 있었다.

귀촌해서 동네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은 아무래도 농사철에 각종 도움을 받기가 쉽다. 농촌은 마을마다 가지고 있는 고유의 문화가 있다. 어떤 마을은 공동체 활동이 강하고 어떤 마을은 개인주의가 팽배한 마을이 있다. 귀촌한 사람을 배척하는 마을이 있는가 하면 환영해주는 마을도 있다. 그래도 본인이 배려하고 희생하는 진정성을 가지면 동네에서도 인정받고 살 수 있는 게 농촌이다. 요즘은 농촌으로 귀촌하려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시간이 갈수록 농촌은 크고작은 인력난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지자체마다 귀농·귀촌을 위한 유치정책을 펴고 있지만 원하는 만큼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농촌도 도시 못지않게 기술의 혁신을 앞세워 인력의 부족함을 장기적으로 채워나갈 로드맵이 필요하다. 또한 귀촌해서 겪는 논농사는 상대적으로 쉬울지라도 기본을 제대로 알아야 실패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므로 귀촌 인력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한 교육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