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씹을수록 맛을 더하는 서정미의 시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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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곱씹을수록 맛을 더하는 서정미의 시어
무슨 일 있었냐고 묻기에 | 김이수 | 일월일일 | 1만5000원
  • 입력 : 2021. 05.06(목) 16:18
  • 박상지 기자
김이수 시인 시집.


"시는 늘 아픈 물음이다."고 되묻는 김이수 시인이 최근 새로운 시의 맛을 원하는 이들을 위해 엄선한 154수의 시를 모은 시집 '무슨 일 있었냐고 묻기에'를 펴냈다.

시인의 시는 늘 '물음'에서 출발한다. 그것도 아픈 물음이다. "시는 질문함으로써만 겨우 시가 된다/ 시도 그렇지만 모든 인문학이/자기 내면을 겨냥한 아픈 질문이다"(시는 질문이다)는 식이다.

철학이 깊은 물음이라면 시는 아픈 물음이라는 걸까. 과연 시인의 시는 삶의 정곡을 찌르는 물음이라서 아프다. "시는 말일세/생각이 엎어진 몸뚱아리고/감상을 딛고 일어선 삶이라네/시는 황홀한 비상도 찬란한 왕관도 아니라네/시는 말일세/한없이 고독한 추락이고/눈물조차 사치인 남루라네"(시는 말일세)

그래서 시인은 자연을 노래하고 자연의 변화를 노래하지만 모두 인간의 존재와 삶의 문제를 들여다보는데까지 미쳐 서정이 서정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해마다 자연의 봄이 간다고 설워하지만 말고 "피지 못한 네 안의 봄"도 챙길 것을 노래한다.

시인은 또 이 한 권의 시집에 사계절의 아름다움과 변화를 명징하게 담으면서, 동시에 자기 체험을 통해 인간의 자기모순과 부조리 그리고 인생의 희로애락을 꿰뚫는 안목을 담는다. "그러고 보면 '부처가 똥'이듯 밥도 시도 다 마침내는 똥이다. 밥이 밥 같고 시가 시 같아야 똥 눈 소리 향기로울 것 아니냐. 어제 먹은 밥에 오늘 아침 누는 네 똥은 얼마나 향기롭드냐"(밥과 시 그리고 똥)

그래서 시인은 자연을 노래하고 자연의 변화를 노래하지만 모두 인간의 존재와 삶의 문제를 들여다보는 데까지 미쳐 서정이 서정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아픈 물음이 풍자로 이어지고 촉촉한 서정으로 삶의 아픔을 어루만지려 하는 것도 시인의 마음이다.

김 시인은 대학에서 역사를 공부하고, 한살림협동조합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 3년간 잡지기자 생활을 했다. 이후 지난 2018년 4월, 첫 시집 '흰 아침, 산이 전하는 말'을 냈다. 시인은 이후로도 거의 매일 새벽 뒷산에 오르거나 앞강에 노닐며 '바람이 전하는 말'을 적어 손수 찍은 사진과 함께 아침마다 SNS 친구들에게 보냈다.

그렇게 3년간 쌓인 시가 600여 편에 이른다. 그 가운데 애독자들이 선별한 154편을 여기에 실었다. 게다가 200명에 이르는 애독자들이 십시일반 선주문으로 힘을 보탠 덕분에 시집을 낼 수 있게 되었다. 아침마다 시인이 전하는 생생한 자연의 말과 사진을 보며 수천 명에 이르는 SNS 친구들이 기쁨과 위안과 용기와 깨달음을 얻는다. 시인은 신이 허락하는 날까지 이 일을 삶의 보람으로 삼겠다고 한다.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