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싱싱> 시민이 만드는 자원순환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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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김싱싱> 시민이 만드는 자원순환 사회
김싱싱 광주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자원순환 활동가
  • 입력 : 2021. 05.03(월) 14:04
  • 편집에디터
김싱싱 광주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자원순환 활동가
나의 가까운 지인은 작은 맥줏집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내가 집에서 씻어 말린 우유팩을 주민센터에 가져다주거나 가방에 장바구니와 텀블러를 넣고 다니는 모습을 보고 어느 날 이렇게 말했다. "귀찮지 않아? 선의로 하는 건 알겠는데 너처럼 실천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 한두 사람 한다고 달라지지 않아. 변화가 필요할 때는 차라리 과감하고 강력한 정책이 빠르고 효과적이지 않을까?"

그가 이렇게 말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2000년대 중반부터 맥줏집을 운영하던 그는 손님들이 내뿜는 담배 연기에 늘 간접 흡연에 노출되었고, 담배로 인해 흡연자와 비흡연자 간의 다툼도 빈번했다고 한다. 그런데 2011년에 시작된 실내 금연 정책은 그러한 문제를 단번에 해결해버렸다. 정책의 효과성을 반신반의하던 우려를 뒤로하고 실내 금연은 채 한 달이 되지 않아 정착되었고, 실내 흡연이 어릴 적 고속버스에서 담배를 피우던 시절만큼 아득하게 느껴졌다고 한다.

물론 친구의 말도 일리가 있다. 그렇다고 모든 정책이 다 현실화되는 것은 아니다. 광주광역시는 2019년 전국 최초로 공공기관 1회용품 사용 제한 조례를 만들었으나 코로나로 인해 한시적으로 규제가 완화되었다. 무엇보다 이러한 정책들이 제대로 실현되려면 생산부터 소비까지 고려한 세심함으로 변화를 이끌어야 할 것인데, 그러려면 짧지 않은 시간이 걸릴테고 정부와 지자체의 행동을 기다리고만 있기엔 제주도에 뒤덮인 쓰레기 산이 내내 마음에 걸린다. 시스템이 변하길 기대하고 기다리는 이 순간에도 버려지는 쓰레기와 낭비되는 에너지를 생각하며, 각자의 자리에서 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제안하고 싶다. 그러면 지구의 건강을 복원하는 시간이 조금은 앞당겨질 것이라 믿는다.

가정에서는 하루 한 끼 가벼운 채식으로 탄소발자국을 줄여보자. 요리할 때는 꼭 필요한 만큼만 조리하고, 재료를 잘게 썰면 조리 시간이 절약된다. 비닐장갑 대신 맨손을 이용하고, 설거지할 때는 큰 통을 사용해 물 낭비를 줄이고, 비누 세제를 구입해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여보자. 재료를 보관할 때는 비닐백 대신 마트에서 구입한 지퍼 달린 제품을 버리지 말고 씻어서 재사용하자. 요리하기 싫을 때는 배달 음식 대신 용기를 들고 동네 맛집에 가서 직접 담아 오자. 왜 이렇게 큰 냄비를 가져왔냐고 하면서도 정량보다 더 담아주는 것이 동네 인심이다.

직장에서도 실천할 수 있는 소소한 방법이 있다. 컴퓨터 절전 기능을 사용하자. 명함은 코팅되지 않은 재생 용지로 제작하자. 회의자료나 자료집을 만들 때는 여백을 최소화하고 꼭 필요한 경우에만 인쇄하자. 회의장에 으레 준비하던 생수병과 일회용 컵, 일회성 현수막과도 작별하자. 현수막을 인쇄해야 한다면 종이 재질로도 가능하다. 행사명이 새겨진 각종 에코백, 텀블러, 마스크 등의 기념품이 제대로 사용되지 않고 쓰레기장으로 향하고 있다. 점심시간에는 식당에서 나오는 물티슈를, 카페에서 제공되는 빨대를 거절하자. 테이크아웃을 할 때는 텀블러를 이용하자.

무엇보다 이러한 실천을 끈기 있게 하려면 환경 관련 책을 읽고 공부하자. 친구와 가족에게 실천 노하우를 공유하면서 은근히 압박해보자. 혼자 하면 재미없으니까 마음 맞는 친구와 같이하자. 오프라인이 아니어도 괜찮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전국에서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다. 자신의 실천을 SNS에 공개하고 생색내보자. 우리의 랜선 운동이 모여 기업을 움직이면, 친환경 제품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내가 말한 방법들이 너무 뻔하고 하찮아 보여도 우리의 사소한 노력이 모이면 함께 하려는 시민들이 늘어날 것이고, 정부와 기업의 변화도 한층 빨라질 것이다. 이를 위해 기꺼이 일상의 불편함을 감수해보자.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