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이슈 29-2> 녹슬어가는 '세월호'… 기억만은 녹슬지 않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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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이슈 29-2> 녹슬어가는 '세월호'… 기억만은 녹슬지 않았으면
●세월호 7주기 진도‧목포 가보니||잊지 않으려는 추모객 발길 이어지지만||지난 시간만큼 세월호 녹슬고 빛바래||진도항 개발 본격화, 기억관 등 철거 위기 ||“세월호 기억할 장소마저 사라질까 걱정”
  • 입력 : 2021. 04.11(일) 17:51
  • 최원우 기자

10일 진도 팽목항을 찾은 한 시민이 '세월호 참사위치' 지도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다.

세월호 참사 7주기가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목포 신항과 진도 팽목항에는 세월호를 기억하려는 추모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잊지 않으려는 시민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7년이란 시간이 지난 탓에 해당 장소들은 조금씩 변해가고 있었다.

목포 신항에 인양된 세월호는 낡고 부식되기 시작했으며, 진도 팽목항은 국제항 개발 사업과 겹치며 추모 장소가 사라져 가고 있었다.

지난 10일 오후께 찾은 목포 신항에는 인양된 세월호가 그때의 상황을 혼자서라도 기억하려는 듯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7년의 시간 탓인지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오는 '세월호'는 낡고 녹슬어 있었다. 선체 일부는 찢겨 지기도 했다.

목포 신항은 세월호가 인양된 이후 희생자를 기르려는 추모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이날도 그날의 기억을 잊지 않으려는 시민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졌으며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노란 리본을 입구에 걸고 잠시 추모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김재훈(36) 씨는 "7년이 지났는데도 세월호의 아픔은 아직도 진행 중"이라며 "이곳에 인양돼 녹슬어가는 세월호를 바라보고 있자니 참사의 아픔이 제대로 치유되지 않음을 나타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의 기억에서 조금씩 세월호가 잊혀 가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된다"라며 "나부터 그날의 기억을 잊지 않고 기억해야겠다는 생각에 이곳을 찾았다"고 말했다.

온 국민을 마음을 애태웠던 진도 팽목항 역시 지난 7년 전의 흔적이 여전했다.

당시의 기억을 잊지 않으려는 추모객들의 방문은 계속 줄을 이었고, 이들이 이곳에 들릴 때마다 노란 리본은 조금씩 늘어났다. 또 매년 내 걸리는 '진상규명', '전면 재수사' 등의 현수막 문구도 여전했다.

팽목항 근처에 마련된 4·16팽목기억관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기억관 안에는 단원고 학생들의 사진이 걸려 있었고, 희생자 한명 한명의 이름을 불러주는 영상이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팽목항에서의 시간은 7년 전 그날에서 멈춰 기억관과 이곳을 찾는 이들의 마음속에 변함없이 기억되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에 이어 다시 찾은 팽목항은 조금 다른 느낌을 주고 있었다. 진도군이 팽목항을 국제항으로 만드는 개발 사업을 진행하면서 추모 장소가 점점 변질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세월 유족들의 아픔을 함께 느끼고 공감하며 그렇게 놓지 않으려 애썼던 '세월호의 기억'이 진도 주민들에게는 이제는 상처가 돼버린 듯했다.

팽목항 주변에는 기억관 등을 철거해줄 것을 알리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었고, 기억관은 공사가 끝난 주차장으로 둘러싸였다. 이곳을 모르는 외지인이 방문했다면 추모 장소가 있는지도 모르고 지나칠 정도였다.

실제 팽목항에 머물러 확인한 결과 대부분의 추모객들은 기억관을 지나쳐 방파제만을 돌아볼 뿐이었다.

시민들은 방파제를 걸으며 세월호 참사 장소 쪽을 바라보기도 했으며, 함께 온 아이들에게 당시의 내용을 설명해 주기도 했다. 또 리본에 적힌 문구를 하나하나 읽어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주민 김모 씨는 "이제 우리도 이제 살아야 되지 않겠느냐"며 "세월호 참사 이후 이곳은 관광객의 발길이 끊겼다. 종종 이곳을 찾는 추모객들로는 매출에 영향이 없다. 이대로면 우리가 먼저 굶어 죽게 생겼다"고 말했다.

반면, 변해버린 팽목항을 바라본 시민들은 씁쓸하기만 하다.

전주에서 방문한 박진주(45·여) 씨는 "그날의 기억이 떠올라 아이들에게 이곳을 보여주고자 찾아왔다"라며 "그날의 비극이 다시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 아이들에게 당시의 상황을 설명해줬다. 내 아이들이 그날의 기억을 잊지 않고 간직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동주(58) 씨는 "매년 이곳을 찾을 때마다 낡아가는 이곳이 우리의 기억을 보여주는 것 같다. 또 개발과 동시에 이곳이 사라져 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라며 "세월호를 기억하려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은데, 왜 상황은 이렇게 돌아가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세월호 참사 규명이 빠른 시일 안에 마무리되고 희생자의 가족들의 마음의 병도 치유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월호 7주기가 일주일도 남지 않은 가운데, 진도 팽목항에는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최원우 기자 wonwoo.choi@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