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명예회복한 제주 4·3…특별법도 헛도는 여순사건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 행정 의회

명예회복한 제주 4·3…특별법도 헛도는 여순사건

70년 넘게 한 품고 살아가는 유족들
대통령까지 사죄하는 4 ·3 바라보며
정부 잘못 인정않는 현실 안타까워
'특별법'만 기다리다 세상 떠나기도
"유가족들 애타는 마음 살펴주시길"

게재 2021-04-07 18:06:25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지난달 18일 전남 여수시 만흥동에 위치한 여순사건희생자위령비를 방문해 희생자 넋을 기리며 헌화하고있다. 뉴시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지난달 18일 전남 여수시 만흥동에 위치한 여순사건희생자위령비를 방문해 희생자 넋을 기리며 헌화하고있다. 뉴시스

"그저 한마디만, 정부가 잘못했다는 그 한마디를 듣는 것이 왜 이다지도 힘든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여순항쟁 유족연합회' 이규종(75) 회장이 깊은 한숨을 내쉰다.

20년 넘게 '투쟁 중'이라는 그다. '정부의 잘못된 판단으로 민간인들이 억울한 희생을 당했다'는 한마디 사과를 듣기 위한 싸움이다.

73년 전 이규종 회장의 아버지는 '잠깐 조사받으면 된다'는 경찰 말만 믿고 따라갔다가 영영 돌아오지 못했다. 1948년 11월 하얀 눈이 소복이 내린 날의 일이다.

"제가 두 살이 되던 해 아버지를 비롯해 경찰 조사를 받으러 떠난 민간인들이 섬진강 변으로 끌려가 끝내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어머님께서는 88년 평생 아버지를 그리워하다 눈을 감으셨습니다." 어느덧 그의 눈에도 눈물이 고인다.

'어이없게' 가족을 잃은 슬픔보다 더 가슴 아픈 건 더디기만 한 '진실규명'이다. 벌써 73년의 세월이 흘렀다. 이젠 명예회복을 바랐던 유가족들도 하나둘 세상을 떠나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유가족들의 나이는 대부분 80~90대 고령이다. 젊다는 이들도 70대 후반이다. 유가족들은 평생 한을 풀지 못하고 끝내 세상을 떠나는 일을 가장 걱정한다.

더디지만 국가 폭력을 인정하고, 희생자에 대한 명예회복은 물론 배·보상까지 이뤄지는 제주 4·3을 바라보는 이들의 가슴은 더 미어진다. 제주 4·3과 여순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건이기에 더 그렇다.

얼마 전 제주 4·3기념식장을 다녀왔다는 이규종 회장도 애통한 마음이기는 마찬가지다.

"제주 4‧3 기념식 자리에서 더욱 가슴 아팠던 것은 대통령이 단 한 번도 여순사건을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그다.

배상과 보상을 바라는 것도 아니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오직 하나, 정부의 잘못된 결정으로 무고한 이들이 희생을 당했다는 사실을 '가해자'인 국가로부터 인정받는 것뿐이다. 그 출발이 '여순특별법' 제정이다.

현실은 더디기만 하다. 16대 국회를 비롯해 18대, 19대, 20대 국회에서 번번이 좌절됐고 이번엔 민주당 의원 153명이 결의했지만 결국 해를 넘겼다. 지난해 공언했던 특별법 통과는 올해 2월로, 2월에서 다시 3월로, 3월에서 다시 이번 달로 밀렸다. 4월 국회는 4·7재보궐선거에 밀려 아직 열리지도 못한 상태다.

그러는새 유가족들은 하나둘 세상을 떠나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올해에만 구례에만 4명의 유가족이 끝내 명예회복을 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습니다. '특별법은 아직이냐'는 그분들의 유언이 귓가에 생생히 맴돕니다." 이규종 회장이 전하는 안타까움이다.

"과거 국회 사례를 비춰봤을 때 이번 달을 넘기면 특별법은 또 물거품이 되니 통과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유족들을 대표해 이규종 회장이 정치권에 전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여순항쟁 유족연합회' 이규종(75) 회장
'여순항쟁 유족연합회' 이규종(75)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