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룡(83‧한국전쟁 민간인희생자 장흥군유족회장) (286/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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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사람들
조계룡(83‧한국전쟁 민간인희생자 장흥군유족회장) (286/1000)
  • 입력 : 2021. 03.09(화) 13:51
  • 김진영 기자

광주사람들 조계룡

"장흥군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는 민족사적 비극 속에 아직도 억울한 한을 풀지 못하고 있는 수많은 유가족들이 있습니다.

올해 활동에 들어가는 제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를 통해 진실이 밝혀져 조금이나마 마음의 안식을 찾길 바랍니다.

장흥군에서는 한국전쟁 당시 보도연맹 사건으로 마을 주민 수십명이 한꺼번에 바다에 수장된 가슴 아픈 역사가 있습니다. 1950년 7월 인민군의 강요에 진지 구축 공사를 도왔다는 이유로 경찰들이 마을 주민 40여명을 굴비 엮듯이 묶어 수문리 앞바다로 데리고 갔습니다. 잠시 조사만 받으면 된다는 경찰의 말에 밭두렁을 다듬던 저희 아버지는 그렇게 영영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시신이라도 찾아보겠다며 어린 나이에 어머니 손을 쥐고 해변가를 하염없이 걷고 또 걸었던 70년전 그날의 슬픈 기억이 지금도 눈앞에 생생합니다. 밀물과 썰물 때 시신이 떠오른다는 말에 혹여 시신이 떠밀려 오지는 않을까 어머니는 바다를 떠나지 못했습니다. 서촌, 남포, 관산면 죽청리, 고마리, 장한도, 회진면, 대덕면 노녁도 등 장흥군 해안가를 샅샅이 뒤졌지만 끝내 아버지를 찾지 못했습니다.

저희 가족들 뿐만이 아닙니다. 수많은 이들이 아직도 억울한 죽음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장흥군 보도연맹원이 1000여명이었다는데 제1기 진실화해위원회는 피해자로 단 2명만을 진실규명 결정했습니다. 지난해 출범한 제2기 진실화해위원회에서는 반드시 70년 전 득량만에서 영문도 모른 채 바닷속에 던져져 희생된 이들의 흔적을 찾을 수 있길 기원합니다."

장흥군 유족회 회원이 70여년 전 보도연맹 사건으로 민간인들이 희생된 장소를 가리키고 있다.

김진영 기자 jinyou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