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선의 남도인문학> 동동(動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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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선의 남도 인문학
이윤선의 남도인문학> 동동(動動)
  • 입력 : 2021. 02.18(목) 12:40
  • 편집에디터

아박무. 뉴시스

저 유명한 고려가요 '동동(動動)'의 앞 구절이다. 우선 삼월까지 소개해봤다. 국어사전에는 궁중행사에 쓰는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음악과 무용이라고 설명한다. 어느 시기 이 노래는 춤과 반주 등 종합적인 면모를 갖추어 연행하게 되었을 것이고 향악정재(鄕樂呈才)의 하나로 '악학궤범'에 수록되었을 것이다. 아박(牙拍)이라는 악기를 들고 추는 춤이기 때문에 아박춤 혹은 아박무라고 한다. 따로 소개하겠지만 궁중연례악 중 최고봉이라는 수제천, 즉 정읍사라는 음악을 관현악으로 변주한 곡이기도 하다. 참고로 아박(牙拍)은 상아나 고래뼈, 소뼈, 사슴뼈 등으로 작게 만들어 두 손아귀에 넣고 박자를 맞추며 치는 악기다. 양주동의'여요전주'(1947)로부터 이 곡에 대한 해석은 차고 넘칠 만큼 시도되었다. 하지만 해결하지 못한 풀이들이 또한 산더미처럼 남아있다. 그만큼 연구자들의 관심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고 해석이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대체로는 춤과 음악 이전에 노래로 생성되고 발전되었다는 것이 연구자들의 중론이다. 민간에 전해 내려오던 달거리(月令體)민요가 궁중음악으로 채택되었을 것이라는 뜻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주장들이 오래 전부터 여러 곳에서 제기되었다. 그 중 논란을 일으켰던 것이 동동 발생지를 여수 여천 장생포라 규정하는 주장이었다. 이 논의를 이끈 이는 김준옥이고 이 주장에 반박한 이는 성영애다. 김준옥이 「장생포와 동동」을 주장한 것이 1995년이니 벌써 26년 전이다. 2018년 성영애의 반박이 있기 전에도 중언부언 논의들이 이어져왔다. 지난 칼럼에서 이와 관련하여 여수 장생포를 다루었으므로 나머지 이야기들은 생략한다.

동동(動動)이라는 말은 어디서 왔을까

한글 가사는 '악학궤범' 권5 「향양정재」조에 정재 공연 내용과 함께 실려 있다. 해설은 '고려사'권71 「악지속악」조에, 악보는 '대악후보'권7에 실려 있다. 이밖에 '성호사설'권4 「속악」, '용재총화'권1, '증보문헌비고' 권106, '해동죽지' 중 「속악유희」, '성종실록' 권132 등 '조선왕조실록'에 남아 있다. 주목할 것은 <동동>의 성격이다. '악학궤범'에 의하면, 춤, 연주, 노래가 어우러지는 향악정재의 통칭으로 <아박(牙拍)>이라 부른다. '고려사'는 '동동지희(動動之戱)'로, '성종실록'은 '동동춤(動動舞)'이라 했다. 각 장마다 되풀이되는 후렴 '아으 동동다리'에 근거해 붙여진 이름이다. '동동다리'의 '동동'은 '둥둥 내 사랑아'에서의 '둥둥', '두리둥둥'의 '둥둥'과 같이 흥을 돕는 말이라는 설, '다리'는 두리와 같이 영(靈)을 뜻하는 말로서 원시의식에서 유래되었다는 설, 혹은 어떤 알지 못할 뜻이 있는 서역말일 것이라는 설 등이 있다. '성호사설'에서는 '동동'이 악기의 소리를 흉내 낸 의성어라고 했다. 정답을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고려가요 대부분의 후렴구처럼 '동동'은 이 노래를 부를 때 반주하는 북소리를 본뜬 구음이라는 설이 가장 유력해 보인다. 대부분 북소리에 근거한 해석들이기 때문이다.

동동과 액맥이 타령

<동동>은 기구(첫장)에서 12월령까지 13장으로 구성되었다. 매 장마다 후렴구 '아으 동동다리'가 붙어 북소리에서 연유했다고 했다. 주목할 것은 민간에 광범위하게 분포하는 달거리 민요다. 이 노래들과 '동동'의 월령체는 어떤 연관성을 갖고 있을까? 이중 주목되는 것이 액맥이타령이다. 액맥이타령은 마당밟(지신밟기)를 포함한 무굿의 현장에 전승되고 있다. 세시민요와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박준규에 의하면 세시민요는 1)한 해에 대한 노래, 2)춘하추동 사시에 대한 노래, 3)일 년 중 어느 달에 대한 노래, 4)어느 날이나 절일에 대한 노래 등으로 본다. 액맥이노래의 전형성은 <동동>처럼 월별 상황을 나열하고 해설하는 구성이기 때문에 월령체 혹은 달거리체 노래라 한다. 대개 "정월 한 달에 드는 액은 이월 영등으로 막고 이월 한 달에 드는 액은 삼월 삼칠로 막아내고 사월 한 달에 드는 액은 오월 단오로 막아내고 오월 한 달에 드는 액은 유월 유두로 막아내고~(후략)" 등으로 연결해나간다. 좌도농악으로 분류되는 여수 삼동농악의 액맥이 소리는 매구를 부르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매구야!~ 어 이!~ 서천국 사바세계 해동조선 전라좌도 면은 쌍봉면 아닌가는/ 삼동리 안중도 아니요 가문은 손씨 날생 가문인디/ 이 터 명당 부귀공명 물론이요 자손 발복도 물론이요 소원성취하시고/ 일 년 열두 달이면 삼백육십오일 악살희살 모진 놈의 관재구설은 물알로 일시 소멸하고/ 잡귀잡신은 딸딸 몰아 인천 앞바다에 쳐너야겠소/ 여 버리고 여기서 잠깐 액을 막는디/ 여~루 액이야 여~루 액이야 에~라 중천 액이로구나/ 동에는 청제장군 청밖에 청활량/ 석갑을 쓰고 석갑을 입고 석활 화살을 매달아놓고~(후략)" 이렇듯 정월 마당밟이를 하면서 성주풀이 노래나 액맥이타령을 부르는 사례가 많았다. 지면상 자세한 설명은 뒤로 미루지만 여수 삼동농악 액맥이소리를 비롯해 매구(埋鬼) 액맥이 소리는 여수 여천의 '장생포' 혹은 북소리라는 보통 명사로서의 '동동'에 가 닿는다. 그래서다. 현전하는 궁중음악 향악정재가 무수한 변화를 거치면서 이데올로기를 탑재했다는 점 인정한다면 그 꺼풀들을 몇 가닥 벗겨내는 시도들을 해봐야하지 않을까? 어쩌면 그 껍질 속 혹은 행간과 여백, 그곳에 어떤 원형질이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것이 새해 설날부터 대보름까지 마을마다 집집마다 연행하던 마당밟이를 보다 적극적으로 해석하는 또 하나의 방편이지 않겠는가.

남도인문학팁

동동(動動)과 북소리

무수한 이론들과 해석 중, '동동'을 궁중음악을 중심으로 하는 개별 음악 장르로서가 아니라 '북소리'라는 일반 명사적 개념으로 독해하는 것이 원형질에 더 가까울 수 있다. 물론 여기서의 북소리는 승전고 혹은 궁중의 벽사진경에 포섭된 형식이어야 할 것이다. '성호사설(星湖僿說)' 인사문 '동동곡(動動曲)'(1740)에는 "동동이 무엇을 가리키는 것인지 모르는데 생각건대 지금 광대들이 입으로 북소리를 내며 춤추는 것"이라 했고 동동이 동동(鼕鼕)과 같은 뜻이라 했다. 또 중국 사신을 맞이할 때도 아직 그 놀음이 있다고 했다. 최치원의 속독(束毒)(신라 때의 탈춤의 하나)시에 "쑥대머리 파란 얼굴 사람과 달랐는데, 무리 거느리고 앞뜰에 와서 난조춤을 추누나, 북소리 둥둥(鼕鼕) 울리고 바람은 쓸쓸한데 남북으로 뛰고 달려 그칠 줄 모르누나, 동동의 곡조가 반드시 이런 종류일 것이라" 했다. 또 '소가(笑歌)'에 "동동은 북소리이니 동동으로 절도를 삼아 고무하는 뜻"이라 하고 악학궤범의 예를 들어 여러 기녀들이 동동사(動動詞)에 맞춰 떼춤을 추는 풍경을 묘사했다. 이들 동동의 해석들, 최치원의 시에서처럼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춤을 추는 모습에서 어찌 마당밟이 북수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있으랴.

아박무. 뉴시스

여수 삼동 매구 공연 모습. 여수시 제공

여수 삼동 매구 공연 모습. 여수시 제공

여수 삼동 매구 공연 모습. 여수시 제공

여수 삼동 매구 공연 모습. 여수시 제공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