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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달걀 한 알이 내일의 암탉보다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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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달걀 한 알이 내일의 암탉보다 낫다?

김은지 경제부 기자

게재 2021-02-16 16:12:05
김은지 경제부 기자
김은지 경제부 기자

'오늘 달걀 한 알을 가지는 것보다 내일 암탉 한 마리를 가지는 쪽이 낫다'라는 말이 있다. 오늘의 이익보다는 내일의 더 큰 이익을 위해 노력하라는 뜻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금농장을 운영 중인 양계업자들은 절대 공감할 수 없는 말이다. 언제 생매장될지도 모르는 암탉보다 오늘 달걀 한 알을 더 파는 게 당장 큰 이익을 남길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16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국내 가금농장과 체험농원 등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AI(조류 인플루엔자)는 모두 95건이다. 그중 전남지역에서는 17건이 발생했고, 해당 농장들은 애지중지 키워온 닭과 오리들을 산 채로 매장해야 했다.

특히 이번 겨울 유행 중인 AI는 기존 전남·경남 등 남부 지방 위주로 발생했던 것과 달리 강원·경기·제주까지 확산돼 달걀값이 치솟는 '에그 플레이션(egg+inflation)'이 종잡을 수 없이 심화되고 있다.

AI 발생으로 13일까지 전국적으로 2758만6000마리 닭·오리가 살처분됐다. 이중 절반이 넘는 1462만8000마리가 달걀을 생산하는 산란계였다. 그 결과 달걀 한 판(특란·30구) 가격은 4년 만에 7000원대를 돌파했고, 2월 내내 지난해 동월 평균가격(5184원) 대비 약 45% 상승한 7000원 중후반대를 유지 중이다.

천정부지 치솟는 달걀값에 결국 정부는 지난달 26일부터 미국에서 약 2000만개의 수입란을 무관세로 들여왔지만, 달걀 가격 상승세를 잡기엔 역부족이었다.

지난 15일에는 전남도의 건의로 AI 발생 시 발생 농가 기준 살처분 범위가 반경 3㎞에서 1㎞로 축소됐다. 살처분 대상도 같은 종류의 가축으로 조정돼 살처분 범위는 9분의 1로 줄었다.

하지만 이미 살처분이 진행된 양계업자들은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며 아쉬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이 다시 달걀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유정란을 부화시키고, 병아리부터 길러 초란을 낳을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이 과정에는 6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린다.

현실과는 동떨어진, 턱없이 부족한 살처분 보상금만을 바라보고 있는 양계업자들을 뒤로하고 정부는 조만간 수입란 2400만개를 더 들여올 예정이지만 연일 치솟고 있는 달걀값을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제는 우리도 중국, 베트남, 다수의 유럽 국가들처럼 백신 접종 위주로 AI에 대응하고, 무분별하고 과도한 예방적 살처분의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소비자와 양계업자, 그 누구도 환영하지 않는 '사후약방문식' 달걀 가격 인하 정책을 벗어나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