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형배 민주당 의원이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지지했다. 사진은 지난 2017년 12월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민형배 광주 광산구청장의 '광주의 권력'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이재명 성남시장. 도서출판 단비 제공 |
민형배 의원은 이날 전남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전두환씨 사례처럼 반성과 사과없는 사면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촛불민심이 받아들일 수 있겠냐"며 "전직 대통령 사면론을 꺼낸 (이낙연 대표에 대한) 미련을 버렸다"고 말했다. 앞서 민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당이 후보를 선택할 때 사회에 대한 진단과 과제를 설정하고, 과제를 풀어가면서 새로운 사회로 가는 과정에서 어떤 기준을 갖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 기준들에 이재명 지사가 가깝다고 본다. 두 분만 놓고 판단하자면 그렇다"며 이 지사 지지 의사를 내비쳤다. '친문'(친문재인)계 호남지역 의원 가운데 이 지사에 대한 공개 지지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민 의원과 이 지사는 기초자치단체장 출신으로 그 동안 지방분권 강화에 한 목소리를 내왔다. 지난 2017년 당시 광산구청장이었던 민 의원의 광주 출판기념회에 이 지사(당시 성남시장)가 참석해 돈독한 우정을 보여주기도 했다. 최근에는 둘이 단독 회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선 대선이 1년 이상 남아 있는 상황에서, 광주를 지역구로 둔 국회의원이 호남 출신 대권 주자가 아닌 상대 경쟁 후보를 공개 지지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시각이 많다. 자신의 정치적 부담은 물론, 호남이 지지기반인 이낙연 대표에게도 적잖은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이 대표의 당 대표실 인사가 주목받고있다. 이 대표는 최근 당 대표실 부실장에 박시종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 선임행정관을 18일자로 임명했다. '라임사건'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이 대표 측근의 자리였다. 이 대표 임기가 얼마남지 않아 공석으로 둔 자리에 박 전 행정관을 전격 기용한 것이다.
박 전 행정관은 지난해 4월 총선에서 광주 광산을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해 민 의원과 경선을 한 경쟁자다. 당시 광산을 경선은 당내에서 가장 파열음이 컸다. 박 전 행정관은 민 의원과의 경선에서 이겼지만, 권리당원 과다 조회가 논란이 돼 재경선이 이뤄졌고, 결국 본선에 오르지 못했다. 두 후보 사이 비방전이 격화됐고 심각한 후유증을 낳으면서 둘은 정치적 앙숙이 됐다.
이 대표의 이번 인사에 민 의원이 발끈했고, 이 지사 공개 지지 발언에 일정부분 역할을 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물론 '이낙연발 사면론'에 대해서 민 의원은 줄기차게 비판해왔다.
박 전 행정관이 이 대표를 지근거리에서 도와 맡게될 업무도 민 의원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이번 인사는 이 대표 임기 두달도 남지 않은 상태에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이 대표는 당권 대권 분리 규정에 따라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려면 선거일 1년(3월 9일) 전에 사퇴해야 한다. 당내에선 이 대표가 향후 꾸릴 선거 캠프의 중책을 맡기기 위해 박 전 행정관을 발탁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전 행정관은 전국 지방선거 출마 예정자 중심으로 조직을 꾸려온 이경호 전 부실장의 업무를 대신할 예정이다. 박 전 행정관은 (재)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광주지역위원회 시민학교 교장을 지낸 정무감각이 뛰어난 기획통이다. 박 전 행정관은 "이 대표가 직접 부실장 자리를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 의원은 "상상할 수 없는 이야기다. 말도 안된다"며 "(이번 지지 발언은) 박 전 행정관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민 의원은 그러면서 "공개 지지 선언은 아니다. 사면론을 주장하는 것에 적절치 않다고 보는 것이고, 지금 대안은 누구냐 말씀드리기에는 섣부르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민 의원의 이 지사 지지 발언을 시작으로 수면 아래에 있던 이 대표와 이 지사의 당내 대권 경쟁 구도가 표면화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서울=김선욱 기자 seonwook.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