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형배 "이재명 지지"… '앙숙' 박시종 있었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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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일반
민형배 "이재명 지지"… '앙숙' 박시종 있었나 ?
'이례적' 지지선언 배경에 관심 ||최근 이낙연 대표실 인사 주목 ||부실장 박시종 합류 영향준듯 ||민 의원 “상상할 수 없다” 부인  
  • 입력 : 2021. 01.13(수) 16:57
  • 서울=김선욱 기자
민형배 민주당 의원이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지지했다. 사진은 지난 2017년 12월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민형배 광주 광산구청장의 '광주의 권력'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이재명 성남시장. 도서출판 단비 제공
광주 광산구 을이 지역구인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이 13일 호남지역 의원들 사이에선 처음으로 당내 대선후보로 이재명 경기지사를 지지한다고 밝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형배 의원은 이날 전남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전두환씨 사례처럼 반성과 사과없는 사면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촛불민심이 받아들일 수 있겠냐"며 "전직 대통령 사면론을 꺼낸 (이낙연 대표에 대한) 미련을 버렸다"고 말했다. 앞서 민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당이 후보를 선택할 때 사회에 대한 진단과 과제를 설정하고, 과제를 풀어가면서 새로운 사회로 가는 과정에서 어떤 기준을 갖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 기준들에 이재명 지사가 가깝다고 본다. 두 분만 놓고 판단하자면 그렇다"며 이 지사 지지 의사를 내비쳤다. '친문'(친문재인)계 호남지역 의원 가운데 이 지사에 대한 공개 지지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민 의원과 이 지사는 기초자치단체장 출신으로 그 동안 지방분권 강화에 한 목소리를 내왔다. 지난 2017년 당시 광산구청장이었던 민 의원의 광주 출판기념회에 이 지사(당시 성남시장)가 참석해 돈독한 우정을 보여주기도 했다. 최근에는 둘이 단독 회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선 대선이 1년 이상 남아 있는 상황에서, 광주를 지역구로 둔 국회의원이 호남 출신 대권 주자가 아닌 상대 경쟁 후보를 공개 지지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시각이 많다. 자신의 정치적 부담은 물론, 호남이 지지기반인 이낙연 대표에게도 적잖은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이 대표의 당 대표실 인사가 주목받고있다. 이 대표는 최근 당 대표실 부실장에 박시종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 선임행정관을 18일자로 임명했다. '라임사건'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이 대표 측근의 자리였다. 이 대표 임기가 얼마남지 않아 공석으로 둔 자리에 박 전 행정관을 전격 기용한 것이다.

박 전 행정관은 지난해 4월 총선에서 광주 광산을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해 민 의원과 경선을 한 경쟁자다. 당시 광산을 경선은 당내에서 가장 파열음이 컸다. 박 전 행정관은 민 의원과의 경선에서 이겼지만, 권리당원 과다 조회가 논란이 돼 재경선이 이뤄졌고, 결국 본선에 오르지 못했다. 두 후보 사이 비방전이 격화됐고 심각한 후유증을 낳으면서 둘은 정치적 앙숙이 됐다.

이 대표의 이번 인사에 민 의원이 발끈했고, 이 지사 공개 지지 발언에 일정부분 역할을 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물론 '이낙연발 사면론'에 대해서 민 의원은 줄기차게 비판해왔다.

박 전 행정관이 이 대표를 지근거리에서 도와 맡게될 업무도 민 의원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이번 인사는 이 대표 임기 두달도 남지 않은 상태에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이 대표는 당권 대권 분리 규정에 따라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려면 선거일 1년(3월 9일) 전에 사퇴해야 한다. 당내에선 이 대표가 향후 꾸릴 선거 캠프의 중책을 맡기기 위해 박 전 행정관을 발탁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전 행정관은 전국 지방선거 출마 예정자 중심으로 조직을 꾸려온 이경호 전 부실장의 업무를 대신할 예정이다. 박 전 행정관은 (재)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광주지역위원회 시민학교 교장을 지낸 정무감각이 뛰어난 기획통이다. 박 전 행정관은 "이 대표가 직접 부실장 자리를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 의원은 "상상할 수 없는 이야기다. 말도 안된다"며 "(이번 지지 발언은) 박 전 행정관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민 의원은 그러면서 "공개 지지 선언은 아니다. 사면론을 주장하는 것에 적절치 않다고 보는 것이고, 지금 대안은 누구냐 말씀드리기에는 섣부르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민 의원의 이 지사 지지 발언을 시작으로 수면 아래에 있던 이 대표와 이 지사의 당내 대권 경쟁 구도가 표면화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서울=김선욱 기자 seonwook.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