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대 미술패 회원들, 21년만에 제주서 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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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대 미술패 회원들, 21년만에 제주서 회동
제주 부미갤러리 개관 계기… 14일까지 회원 16인 전시||'그래, 여기까지 잘왔다' 주제… 회화·조각·조명 등 근작 선봬
  • 입력 : 2021. 01.05(화) 16:27
  • 박상지 기자

1991년 조선대 미술패 회원들이 교내 바닥에 '3당야합'을 작업하고 있는 모습. 조선대학교미술패출신전 추진위 제공

1980년 5월 이후 광주 문화예술계에서는 작은 모임들이 싹트기 시작했다. 문학에서는 '시와 경제' '오월시' 동인이, 연극에서는 '토박이' '일과 놀이' 미술계에서는 광주자유미술인협의회와 '미술패 두렁' 등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이들은 처음부터 과거와는 전혀 다른 미학적 태도를 선언하며 활동을 시작했다.

조선대 미술패 역시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창설됐다. 1984년 정한울씨를 주축으로 조선대 미술대학 학생들은 지하에 숨어 걸개그림과 깃발로 끊임없이 현실의 부당함과 부조리에 항거했다. 창설 당시 '시각매체연구회'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한 조선대 미술패는 이후 '땅끝', '개땅쇠'로 이름을 바꾸며 민주화 투쟁을 위해 수많은 판화와 걸개그림, 만장 등을 제작했다. 1987년 제작된 걸개그림 '백두의 산자락 아래 밝아오는 통일의 새날이여'로 이상호, 전정호씨가 미술인 최초로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되자 이에대한 반발로 이듬해에는 공대 등 타 단과대학 학생들도 미술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1990년대 중반들어 전국적으로 학생운동이 줄어들면서 조선대 미술패 역시 10여년의 활동을 접고 역사의 뒤안길을 걷게됐다. 민주주의 역사의 중심에서 치열하게 활동했던 50여명의 회원들은 이후 교사, 전업작가, 농부 등으로 27년 전과 다름없는 치열한 삶을 살아왔다.

조선대 미술패 해체 이후 치열하게 살아온 회원들의 삶을 작품을 통해 감상할 수 있는 자리가 제주에서 열리고 있어 주목을 받고있다. 제주시 도림로 192에 위치한 부미갤러리에서는 오는 14일까지 '그래, 여기까지 잘왔다'전이 마련된다. 이 전시는 조선대 미술패에서 청년시절을 보냈던 회원들의 최근작을 감상할 수 있는 자리다. 지난 2000년 광주 남도예술회관에서 조선대 미술패 공식적인 첫 전시였던 '아름다운 출신'전 이후 21년만에 열리는 전시라 더욱 의미가 깊다.

'그래, 여기까지 잘왔다'전은 조선대 미술패 회원으로 활동했던 송부미 작가가 지난해 11월 제주도에 부미갤러리를 오픈하면서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30여년이 다 돼도록 안부를 모르던 회원들은 부미갤러리 개관을 계기로 각자의 인연들을 풀어내자 순식간에 수십명의 회원들이 찾아졌다. 회원들의 현재 직업은 모두가 각각이었다. 교사부터, 회사원, 사업가, 전업작가, 출판업, 거리미술가에서 농부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현실에서 이들이 놓지 않은 것은 여전히 '민주주의 만세'였으며, 젊은 날 소망했던 자유국가, 민주국가. 투명하고 정의로운 사회에서 살고자 하는 소망을 간직하고 있었다.

교집합으로 미술패 회원들이 서로 소통하면서 몇 십년동안 사장돼 있었던 미술패 자료들도 대거 수면 위로 떠올랐다. 작업일지며 회원들이 소장하고 있던 당시의 전시와 회원들의 동정을 알 수 있는 사진들까지 모두가 소중한 역사의 기록장면들이었다.

이번 전시에는 김우성, 김원, 명미희, 문승미, 박미경, 박미용, 서동환, 송부미, 안상희, 오치근, 이상호, 이진우, 임경호, 임신영, 임헬레나, 전정호 등 16인의 회원들이 참여한다. 전업 작가부터, 이번을 계기로 다시 붓을 든 회원까지 젊은 시절의 기억을 소환하며 작업한 근작들을 만나볼 수 있다. 회화에서부터 판화, 조각, 조명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통해 이들의 발자취와 염원을 감상할 수 있다.

서동환 조선대학교미술패출신전 추진위원은 "활동 당시의 작품들을 함께 전시했으면 더 의미있었겠지만, 당시 작품들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경찰에 거의 압수됐다"며 "이번 전시는 미술패 해체 이후 작가들의 사상과 삶이 녹아있는 근작들이 전시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송부미 작

박미경 작

문승미 작

임헬레나 작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