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한 전통시장서 상품권 '깡'… 경찰수사로 밝혀져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사건사고
광주 한 전통시장서 상품권 '깡'… 경찰수사로 밝혀져
대리구매자 통해 230억 상당 물법 매집||매집규모 고려하면 환전 차익 10억원 대||현행법상 가맹 취소·과태료 처분이 전부||감독 인력 충원 등 법제 강화 검토 착수
  • 입력 : 2020. 12.27(일) 15:24
  • 최원우 기자
광주 동부경찰서 전경.
광주의 한 전통시장 상인회가 대리 구매인을 동원해 230억원 상당의 온누리상품권을 이름 바 '깡'이라고 불리는 불법 현금화 한 전모가 경찰 수사를 통해 드러났다.

27일 광주 동부경찰에 따르면, 최근 온누리상품권을 불법 매집해 거액의 환전 차익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지역 전통시장 모 상인회 전·현직 간부 2명을 불구속 입건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 2018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광주 일대에서 정상 실거래가 아닌 대리구매자를 통해 불법으로 모은 상품권을 환전하는 수법으로 막대한 부당 수익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이 대리구매자를 통해 지난 2년여 간 불법 매집한 상품권의 규모는 230억원(액면가 기준) 상당인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상품권을 구매할 당시 적용받는 할인율이 경제 상황·유통량 등에 따라 유동적이지만, 전체 불법 매집 규모를 고려하면 이들이 가로챈 환전 차익은 십억 대 이상일 것으로 보인다.

조사결과 시장 상인회가 입점 상인으로부터 거둬들인 온누리상품권에 대해선 금융기관이 별 의심 없이 일괄 환전해준다는 제도적 맹점을 노린 범행인 것으로 드러났다.

개별 가맹점이 환전할 경우에는 일련번호를 통해 상품권 구매자의 실거래 여부 등을 식별할 수 있다. 하지만 대행 업무를 맡은 상인회가 일괄 환전을 하면 사후 확인·검증이 어려운 것으로 파악됐다.

개별 가맹점 단위 환전의 번거로움을 줄이고자 도입한 환전 대행 업무가 제대로 관리되지 못한 것이다. 허술한 관리·감독 체계가 도마위에 오를 수밖에 없다.

온누리상품권 거래 질서에 대한 관리·감독은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도맡는다.

그러나 공단 내 불법 매집·환전 관련 감독 전담 인력은 8명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전국 각지에서 상품권 '깡'이 성행하자 6명에서 급히 인력을 충원한 것이다.

전국 상품권 가맹점이 8000여 곳이며, 상품권 환전 대행 가맹점 416곳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관리·감독 부실이 불가피하다.

공단은 뒤늦게 재발 방지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환전 대행을 맡은 상인회 가맹사업자에 대한 관리를 체계화한다. 그동안 상인회는 개별 가맹점으로부터 회수한 상품권과 금융기관 환전 내역 등을 수기(手記)로 작성해왔다.

공단은 최근 상품권 바코드를 인식할 수 있는 스캐너를 보급해 전산시스템상 입력 절차를 거치도록 개선하고 있다. 또 시스템 운용 상 애로사항 등을 청취, 바코드 일괄 인식이 가능한 설비를 추가 도입할 계획이다.

전국 6개 권역별 본부(서울강원·부산울산경남·대구경북·광주호남·경기인천·대전충청)에 부정 유통 감시 권한을 부여해 인력을 추가 확보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미비한 형사처벌 규정도 상품권 불법 유통이 만연한 배경으로 꼽힌다.

현행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에는 불법 유통 행위가 적발되면 최대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또는 '가맹 취소' 행정처분만 할 수 있다. 십수억대 환전 차익 규모와 비교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경찰이 형법상 '사기' 또는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수사하고 있지만, 법적 근거가 마땅치 않아 불기소 또는 무혐의 처분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공단 측은 관련 형사처벌 규정 신설에 대한 법리 검토를 의뢰할 방침이다.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등 유사 법례에 명시된 실형 조항을 둔다면, 가맹점들의 도덕적 해이를 엄단 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소상공인시장 진흥공단 관계자는 "전통시장 활성화라는 취지를 살리면서 시장 상인회와 일부 가맹점주들의 도덕적 해이를 엄단하겠다"라며 "관리·감독 강화를 위해 실무적 준비와 함께 제도적 보완도 힘쓰겠다"고 밝혔다.

한편, 온누리상품권은 정부가 국비를 들여 발행·유통한 유가증권의 일종이다. 온누리상품권은 지난 2009년 첫 발행 당시 200억원 규모에 불과했으나, 점차 확대돼 지난해 2조원(1조 6800억원 유통)까지 늘었다.

올해엔 당초 2조5000억 원 규모였으나 '코로나19 추경 예산' 편성·반영에 따라 총 4조원의 상품권이 발행·판매 중이다.

특히, 정부가 코로나19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자 최대 10%의 할인율로 상품권을 판매하면서 불법 유통 행위가 전국에서 기승을 부렸다.

최원우 기자 wonwoo.choi@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