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이슈 13-1> 서남해 끝자락 바닷바람으로 전기를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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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이슈 13-1> 서남해 끝자락 바닷바람으로 전기를 만들다
'서남해 해상풍력 단지'를 가다||부안·고창 5만명 사용 전기 생산||소음·환경문제 등 난관도 많아 ||어민들과 '이익공유'로 문제해결||"신안도 지역과 공존 방법 찾아야"
  • 입력 : 2020. 11.22(일) 17:35
  • 김진영 기자
전북 고창군 상하면 구시포항은 전남 신안보다 10년 앞서 호남에 조성된 해상풍력 단지가 서 있는 곳이다. 한국해상풍력 제공
반대도 많았다. 소음은 물론 해양 생태계가 파괴될 것이란 우려 때문이었다. 부안과 고창 앞바다에 조성된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단지다.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해상풍력발전기 20기가 가동 중이며, 부안·고창 지역 주민 5만 가구에 '깨끗한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신안 앞바다에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세우려는 전남으로서는 주목해야 할 곳이다.

20일 찾은 고창군 상하면 구시포항.

육중한 풍력 터빈도, 날개가 공기를 때릴 적마다 내뱉는 풍력발전 특유의 '쉭쉭' 거리는 기분 나쁜 소음도 없다. 먼바다를 자세히 응시해야 보이는 풍력 발전기 모습에 비로소 이곳이 해상 풍력단지라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부안과 고창 앞바다에 위치한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단지는 국내 기술과 자본으로 건설된 두 번째 해상풍력단지다. 실증단지는 2013년 7월 발전사업허가를 받고 2017년 5월부터 착공해 지난 1월 완공됐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전력은 총 60㎿로 부안·고창 지역 주민 5만 가구에 전기공급이 가능하다. 사업비 3718억원이 투입됐다.

먼바다에서는 800m 간격으로 띄엄띄엄 놓인 터빈 앞엔 가스냉방시설처럼 생긴 네모난 해상변전소도 눈에 띈다. 국내 최초로 만들어진 해상변전소다. 무인으로 운영되는 이 변전소는 발전 전압을 22.9㎸에서 154㎸로 승압해 육지 변전소로 송전하는 역할을 한다.

우여곡절은 많았다. 기술 수준만큼이나 중요한 '주민 수용성'이다. 서남해 해상풍력 사업은 정부와 지자체 등이 개발 협약서를 체결한 지 10년이 다 돼서야 겨우 실증단지가 완공됐다. 어업 활동 제약과 소음 등을 이유로 주민 반발이 컸기 때문이다.

한국해상풍력 관계자는 "전남 신안 역시 가장 먼저 풀어야 할 문제는 지역민들과 어떻게 상생할 수 있느냐는 고민일 것"이라며 "무엇보다도 지역민들과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곳에서는 이익공유로 해결했다. 일반적으로 해상풍력단지가 건설되면 항행이 통제돼 어로 활동이 막힌다. 그러나 서남해 해상풍력단지는 발전기 반경 100m를 제외한 지역에 항행을 허용하기로 했다. 또 이익공유형 모델을 제시해 발전수익을 주민에게 나눠준다. 사업비 중 약 4%가 주민 투자 몫으로 할당돼 배당을 받을 수 있다.

어족자원 부분도 해결됐다. 한국해상풍력 관계자는 "환경파괴로 말미암아 어장이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도 많았다"며 "그러나 막상 풍력발전기가 설치되니 인공어초 역할을 하게 되면서 주변 해양생태계가 풍부해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한국해상풍력 관계자는 해상풍력은 육상풍력보다 △소음이 적고 △대형 터빈을 설치하기 수월하며 △ 바람의 흐름이 안정적이라고 했다.

GW 단위의 대형 해상단지로 성장하려면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고 했다. 이날처럼 바람이 많이 불어 해상풍력 발전기로 접근할 수 없었다. 파고 1.5m 이상이면 배를 띄울 수도 없어 유사시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

풍속에 따라 널뛰기하는 공급량도 문제다. 바람이 불지 않으면 전력 생산이 어렵고, 바람이 많이 불면 순간 공급량이 많아져 과부하가 걸리는 문제가 일어난다.

한국해상풍력 관계자는 "태양광의 경우 생산된 에너지를 저장해 필요할 때 공급하는 에너지 저장 장치(ESS)가 있지만, 해상풍력의 경우 막대한 발전량으로 인해 ESS 설치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들어 이를 도입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진영 기자 jinyou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