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지역 철거업체가 '코로나19' 폐업이 늘어 때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창업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어지면서 '반쪽짜리 호황'에 그치고 있다. 사진은 최근 폐업한 남구 한 식당의 모습. |
광주 동구에서 철거업체를 운영 중인 김모(56)씨는 최근 한 식당을 철거하면서 수거한 자재들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하락을 견디지 못해 폐업하는 자영업자들이 줄을 이으면서 일거리는 많이 늘었지만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김씨는 "요즘 철거 의뢰가 예전보다 2, 3배 늘었다. 20년 정도 철거 일을 했는데 이 정도로 일이 많았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고 최근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일이 늘어나긴 했어도 철거 현장에 우두커니 서있는 가게 주인들을 보면 미안한 마음도 든다. 가게 문을 닫게 된 심정을 생각하면 위로의 말도 함부로 건넬 수가 없고, 철거 비용을 깎아준 적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지난 4일 한국감정원이 조사한 상업용 부동산 임대 동향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전국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12.4%로 집계됐다.
이 중 광주지역 공실률은 14.8%로 7대 특·광역시 중 세 번째로 높았다. 광주는 지난 1분기(13.7%)와 2분기(14.5%)에 이어 공실률이 연속으로 증가했다. 코로나19 장기화의 여파로 매출이 하락해 자영업자 폐업률이 상승하고 창업률은 감소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철거업계가 '온전한' 호황을 누리기 위해서는 폐업하는 업소만큼 창업하는 업소가 새로 생기는 '순환'이 이뤄져야 한다. 현재 대다수의 철거업체는 폐업이 늘어 때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긴 하지만, 창업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어지면서 중고물품만 쌓여가는 '반쪽짜리 호황'을 겪고 있다.
철거업체를 운영 중인 한모(47)씨는 "폐업이 늘면서 주방기기를 가져가달라는 점포는 많이 늘었지만 창업하겠다고 중고물품을 구입하러 오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며 "그렇다 보니 물건은 쌓여만 가고 이제는 창고 공간이 부족할 지경이다"고 말했다.
중고물품은 넘쳐나지만 이를 구입하려는 발길은 끊겨 물건값도 크게 떨어지고 있다. 식당 창업 움직임이 사라지면서 중고 주방기구의 경우 거래 자체가 끊긴 상황이다.
코로나19 전만 하더라도 8만원에 팔리던 소형 오븐에는 반값에 가까운 5만원의 가격표가 붙었다. 한씨는 "요즘은 쓸만한 물건들도 고물로 헐값에 처분하고 있다. 얼마 안 있으면 가져온 물건도 보관할 데가 없어 매입 요청을 거절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토로했다.
광주지방국세청 관계자는 "최근 들어 지역에서 폐업하는 자영업자가 늘고 있는 추세다. 코로나19 감염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영향으로 유동인구가 많았던 상권도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라며 "창업률 역시 크게 줄었기 때문에 이러한 침체된 분위기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은지 기자 eunji.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