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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향(詩鄕) 해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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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향(詩鄕) 해남

게재 2020-11-03 17:02:06

"여울에 몰린 은어떼/ 삐비꽃 손들이 둘레를 짜면/달무리가 비잉빙 돈다/가아응 가아응 수우워얼레에/목을 빼면 설움이 솟고……/백장미 밭에/공작이 취했다/뛰자 뛰자 뛰어나 보자/…열두 발 상모가 마구 돈다/달빛 배이면 술보다 독한 것/기폭이 찢어진다/갈대가 쓰러진다/강강술래/강강술래"

올해로 탄생 100주년을 맞은 해남 출신 이동주(李東柱·1920~1979) 시인의 '강강술래'라는 시의 일부다. 1955년에 발간한 제3시집의 표제시다. 그의 대표작인 이 시는 달빛 속에 춤을 추며 돌아가는 강강술래의 모습을 감각적으로 잘 조형해 내고 있다. 시의 음악성과 회화성이 혼연 일체가 된 수작이다. 해남이 임진왜란 때 강강술래가 탄생한 곳이라는 점에서 그의 민족성과 애향심도 담긴 작품이다. 해남 대흥사 입구에는 이 시가 새겨진 시비가 1980년에 건립됐다.

해남 출신 시인의 맥은 일찍이 조선 중기에 '오우가'를 쓴 고산 윤선도(1587∼1671)에서 찾아야 한다. 현대에 들어와서도 해남은 유명 시인을 다수 배출했다. 이동주의 뒤를 잇는 박성룡(1934~2002년)은 '풀잎은/퍽도 아름다운 이름을 가졌어요.…'로 시작하는 '풀잎'이란 시를 썼다. 유신과 5공 시절 독재와 외세에 맞서 '죽창가'를 부른 '전사 시인' 김남주(1946~1994)의 절창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맴돌고 있다. 여성문화운동에 앞장섰던 여류시인 고정희(1948~1991)는 안타깝게도 젊은 나이에 지리산에서 유명을 달리했다. '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를 쓴 김준태, '어느 흐린 날 나는 주막에 앉아 있을 거다'의 황지우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윤금초, 윤재걸, 고형렬, 손동연, 이지엽, 김경윤 등도 해남이 낳은 시인이다.

공립문학관인 '땅끝순례문학관'이 해남의 대표 문학 자원인 시문학을 소재로 '2020 해남문학페스티벌–시(詩)뜨레 해남'을 개최한다는 소식이다. 오는 6일에는 기획전시실에서 '음유시인 한보리-노래에 담은 시 특별기획전', 7일에는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시인, 이동주' 토크콘서트가 열린다. 또 11월 한 달간 매주 토요일 해남의 주요 문학 명소를 답사하고 공연·낭독을 즐기는 도보 문학길 답사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두륜산이 단풍으로 붉게 물드는 11월, 시향(詩鄕) 해남으로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박상수 주필 ss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