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아진 개구리 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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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삶아진 개구리 증후군
  • 입력 : 2020. 10.28(수) 16:46
  • 홍성장 기자

비커에 개구리 한 마리를 넣는다. 잠시 뒤 비커를 가열해 서서히 온도를 올린다. 처음 찬물 속 개구리는 평온하다. 그러는 사이 비커 속 물의 온도도 조금씩 올라간다. 개구리는 그 미묘한 변화를 눈치채지 못한다.

한참의 시간이 흘렀다. 비커 속에서 잘 놀던 개구리, 무엇인가 이상한 느낌을 받기 시작한다. 뜨거워진 물이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개구리가 빠져나오기에는 비커 속 물은 너무 뜨거웠다. 결국 비커 속 개구리는 탈출하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한다.

유명한 '삶아진 개구리 증후군 (Boiled frog syndrome)'이다.

1869년 독일의 생리학자 프리드리히 골츠의 실험에서 유래했다고 알려져 있다. '아주 점진적으로 증폭되는 위험에 개구리는 반응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우리의 삶과도 밀접하다. 조용히 찾아오는 '변화'다. 변화는 조용하지만, 잠시 멈추는 법이 없다. 서서히 온도가 올라가는 비커 속 물의 온도다. 비커 속 개구리가 그랬듯, 서서히 진행되는 변화는 쉽게 알아채지 못한다. 결국 어느 날 변화가 도래했음을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늦어버린 경우가 허다하다. 눈에 보이는 것만이 존재하는 전부가 아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변화는 무섭게 우리의 삶을 규정한다.

점점 뜨거워지는 지구 또한 다르지 않다. 지난 100년간 지구의 평균 온도는 0.75도 상승했다. 과학계에서는 지구온난화의 원흉, 탄소 배출이 지속된다면 앞으로 100년 내 지구 온도가 6도 이상 올라갈 것이란 예측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올라가는 지구의 온도에는 관심이 없다. 온도 변화에 둔감한 비커 속 개구리인 셈이다. 어쩌면 '삶아진 개구리 증후군'이 우리의 미래일지 모르는 일이다.

'부패'도 마찬가지다. 작은 것에서 시작한 쾌락과 부패가 주는 즐거움은 달콤하다. 그러나 부패에 자신도 죽어가고 있는 것은 알지 못한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공공기관의 화두 중 하나가 '청렴'이다. 조만간 발표될 국민권익위 청렴도 평가도 한몫을 하고 있을 터다. 청렴은 비단 공직자들만의 화두는 아니다.

'삶아진 개구리 증후군'을 떠올리며 부패의 쾌락보다 청렴으로 도약하는 우리의 삶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홍성장 기자 seongjang.h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