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향기·이미경> 문화가 바뀔수록 배려에도 관심 가져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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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칼럼
수요향기·이미경> 문화가 바뀔수록 배려에도 관심 가져주길
이미경 광주시동구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장
  • 입력 : 2020. 10.27(화) 12:53
  • 편집에디터
이미경 광주시동구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장
어느새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올 한해 우리 삶에 코로나19가 들이닥치면서 봄도, 여름도, 가을도 돌아볼 겨를 없이 정신차려보니 10월의 끝자락에 와 있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친구들과 정서적 교류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학업의 격차도 심해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초등학교 고학년에 진입하여 난이도가 있는 과목들을 힘들어 하는 경우도 많고, 1학년 역시 기초학력이 부족한 친구들을 많이 보게 된다. 집중력 있게 준비해야 할 시기에 맞은 바이러스 전쟁은 그들의 문화를 순식간에 바꿔 버렸다. 염려가 현실이 되지 않도록 교육당국과 지자체에서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중·고등학교도 다르지 않다. 자기주도형 아이들은 나름 규칙과 질서를 가지고 학습과 자기관리를 하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대부분의 아이들은 우왕좌왕하는 사이 한학기가 지나고 2학기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1년 격차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중지를 모아야 할 때다. 코로나19는 비단 아동·청소년의 삶 뿐 아니라 국민의 의·식·주문화를 송두리째 바꿔 버렸다.

긍정적인 측면도 없지 않겠지만 우리가 그동안 지켜왔던 공동체 문화가 흔들리고 있음을 직감한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밥상에서 정이 난다고 했다. 밥상머리 교육은 사라진지 오래지만 밥을 함께 먹으면서 나누는 정담과 사담은 우리를 끈끈하게 해줬다. 거리두기 실천으로 앞사람과 대화는 물론 앞을 가로막고 있는 가림막은 마치 전쟁 중인 군사가 헐레벌떡 허기만 채우는 것 같은 느낌이다. 만나면 반가워 손잡고 부둥켜 안아주던 친지들마저도 당연하게 거리두기를 한다. 달라진 문화속에서 우리가 지켜야할 것이 무엇일까. 더 보살핌이 필요한 사람들에 대한 배려와 지킴이 활동이 절실하다. 삐삐라 불리던 기계에서부터 핸드폰의 발달은 오히려 세대간의 문화적 갈등을 가져왔다. 손에 든 작은 폰 하나가 세계를 움직이는 현대에서 스마트폰을 작동하기 힘든 세대와의 거리감 등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통장이 없어지고 은행창구 마저 사라져가는 이 시대에 살면서도 몇 년 동안 사용한 통장을 모아 두고, 음식점에서 주문 받으러 오길 기다리다 기계에 주문하는 것이 어려워 당황하고 문 밖에 나갈 때는 마스크를 꼭 쓰는 엄마를 보면서 빠른 변화에 걱정이 되는데 불안감이 더 크다. 치킨이 먹고 싶다는 조카녀석을 위해 전화로 주문하고 직접 찾아다가 조카에게 건네주었더니 다른 녀석이 깔깔 비웃는다. "배달앱을 사용하면 될 것을…" 5분 아니 1분이라도 얼굴 보고 전해주려는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세대인가 싶어 안타까웠다.

몇 년 전 청소년축제에서 노래자랑 심사를 하면서 힙합과 랩에 집중해 가사를 듣느라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지난주 광주화정청소년문화의집 주최로 열린 '트롯-하이'에서 드라이브스루라는 색다른 문화를 경험했다. 코로나에 지친 전 국민의 정서를 트롯이 달래주고 있음을 말해주듯이 트롯에 대한 열기가 대단했다. 예선을 거친 10팀의 참가자가 각자 타고 온 자동차 안에서 노래를 부르고 응원을 하면서 즐기는 모습이 새삼 신기했다. 마냥 신나게 노래 부르고 함께 하다 보니 이런 환경이 허락하지 못한 사람들이 생각났다. 청소년이 참가하는 대회이다 보니 자동차를 이용할 수 없는 친구들은 기회마저 박탈당하는 건 아닌지. 코로나19 이후 많은 문화행사가 다양한 방법으로 이뤄지고 있다. 문화 행사를 기획할 때 혹시 소외되거나 단절되는 사람이 없는지 생각해보고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 같다. 악보를 보고 노래하는 것이 힘든 어르신들을 위해 입모양을 최대한 크게 해줘 필자의 입을 보고 노래하던 분들이 마스크를 쓰고 수업을 하자 당혹해 하시는 모습 속에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있었다. 아무리 좋고 필요한 문화가 생성 되더라도 변하지 않는 전통문화는 있는 법이다. 함께하고 나누고 배려하는 공동체 문화의 아름다운 미덕은 끝까지 가야하는 대한민국의 소중한 민족유산이다. 빠른 변화에 힘든 사람들을 위해 한 번 더 돌아다보고 손잡고 나아가야 하겠다. 코로나가 일상이 돼 버리는 두려움보다 문화적 소외감이 더 클 것이므로.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