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어록…"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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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 어록…"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
묵직한 화법으로 시대에 울림
  • 입력 : 2020. 10.25(일) 16:09
  • 김은지 기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5일 별세했다. 향년 78세. 사진은 1996년 IOC 위원 선서 사진. 삼성전자 제공
"모든 변화는 나로부터 시작한다. 모든 변화의 원점에는 나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결국, 내가 변해야 한다. 바꾸려면 철저히 바꿔야 한다. 극단적으로 얘기해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야 한다"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이건희 당시 삼성전자 회장이 신경영을 선포하며 한 말이다. 25일 별세한 고(故) 이건희 회장은 평소 과묵한 성격의 소유자였지만 한번 시작하면 거침없는 말로 삼성 경영의 초석이 된 다양한 발언을 남겼다.

그의 생전 어록에는 역경 속에도 포기하지 않는 강인한 의지, 끊임없는 도전 정신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특히 변화와 위기를 먼저 진단해내고, 적시적기에 던진 촌철살인과 같은 메시지는 삼성뿐만 아니라 경제와 사회에 묵직한 울림을 안겼다.

27년이 지난 지금까지 회자되는 1993년 6월 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선언에서 이 회장은 "죽느냐 사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며 삼성의 신경영을 선포했다.

당시 이 회장은 경영진들에게 "잘 해봐야 1.5류까지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1류는 절대로 안 된다. 지금 안 변하면"이라며 변화를 촉구했다. 이어 "뛸 사람은 뛰어라. 바삐 걸을 사람은 걸어라. 말리지 않는다. 걷기 싫으면 놀아라. 안 내쫓는다. 그러나 남의 발목은 잡지 말고 가만히 있어라. 왜 앞으로 가려는 사람을 옆으로 돌려놓는가?"라고 덧붙였다.

지난 2011년 1월 신년사에서는 "삼성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일이라면, 누구와도 손을 잡을 수 있어야 하고 모자라는 부분은 기꺼이 협력하는 결단과 용기가 필요하다"며 기업의 융통성을 강조했다.

또 이 회장은 2013년 신경영 선포 20주년 행사에서 "우리는 자만하지 말고 위기의식으로 재무장해야 한다. 실패가 두렵지 않은 도전과 혁신, 자율과 창의가 살아 숨 쉬는 창조경영을 완성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삼성의 변화와 각성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이 밖에도 "21세기에는 탁월한 한 명의 천재가 10만∼20만 명의 직원을 먹여 살린다"(2002년 6월 인재 전략 사장단 워크숍), "여성 인력을 잘 활용하지 못하면 회사와 나라의 손해다" (2012년 여성 승진자 오찬), "다시 한번 바꿔야 한다. 변화의 주도권을 잡으려면 시장과 기술의 한계를 돌파해야 한다" (2014년 1월 신년사) 등 시대를 앞서나간 일침으로 삼성을 이끌었다.

김은지 기자 eunji.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