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 앞세워 현금 결제 유도한 소상공인들 '속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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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반
'할인' 앞세워 현금 결제 유도한 소상공인들 '속앓이'
소득 줄여 세금 줄이기 ‘꼼수’||‘재난지원금’ 카드 결제 늘어||'코로나’ 매출 감소 입증 못해||새희망자금 지원 대상 제외
  • 입력 : 2020. 10.20(화) 15:34
  • 김은지 기자
가격 할인을 앞세워 현금결제를 유도해왔던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들이 '새희망자금' 지원대상에서 제외돼 울상을 짓고 있다. 사진은 동구 한 네일숍 입간판.
가격 할인을 앞세워 현금결제를 유도했던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들이 '코로나19'에 의한 매출 감소를 입증하지 못해 '새희망자금' 지원대상에서 제외돼 울상을 짓고 있다.

광주 서구에서 네일숍을 운영 중인 이모(33)씨는 텅 빈 가게를 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2주 전부터 예약을 해야 할 정도로 손님이 북적이던 가게는 코로나 여파로 하루에 두 세명도 방문하지 않을 정도로 매출이 하락한 상황이다.

이씨는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매출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소상공인 새희망자금 지원대상에서 제외됐다. 지난해로 돌아간다면 할인을 미끼로 현금결제 유도 같은 건 절대 하지 않을텐데…"라고 말했다.

이씨의 속사정은 이렇다. 네일아트 1회 비용 6만원을 카드가 아닌 현금으로 결제할 경우 5만~5만5000원까지 할인을 해줬다. 소득을 줄여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한 꼼수였다.

하지만 올 상반기엔 정부가 지급한 '재난지원금' 카드로 결제하는 손님이 늘면서 전체 결제액 중 카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늘었다. 현금 매출이 많았지만 소득 신고를 하지 않았던 지난해에 비해 매출이 증가한 업체로 인정돼 이씨는 새희망자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광주 북구에서 중식당을 운영하는 최모(47)씨도 같은 이유로 소상공인 새희망자금 지원대상에서 탈락했다.

최씨는 "평소 군만두, 음료수 등 서비스 제공을 앞세워 고객들의 현금 결제를 유도했다. 아무래도 현금을 받는 게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며 "하지만 올해 초부터 카드 결제를 선호하는 배달 손님이 급격히 늘었고, 1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당시 카드 이용이 장려됐던 탓에 카드 결제 비중이 늘었고 결국 지난해보다 매출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돼 새희망자금을 받지 못했다. 탈세를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니 너무 후회된다"고 말했다.

새희망자금은 지난 5월 31일까지 사업자로 등록해 실제 영업하고 있거나 집합금지명령 등으로 영업을 중단한 소상공인 중 △올해 상반기 월평균 매출액이 지난해(연 매출 4억원 이하) 월평균 대비 감소한 영업장 △올해 6, 7월 평균 매출액보다 8월 매출액이 감소한 영업장으로 업종에 따라 100만~200만원이 지급됐다.

이번 지원금 지급은 국세청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공공데이터를 활용해 대상자를 미리 선별한 것이 주효했다. 지난해 매출 및 소득의 월평균과 올해 상반기 월평균 매출을 비교한 것이다.

결국 소비자에게 현금 결제를 유도해 세금을 줄이려 했던 소상공인들은 매출이 줄었음에도 새희망자금 지원대상에서 제외되는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새희망자금을 지원받은 일부 간이과세자들의 걱정도 크다. 이미 새희망자금을 받았더라도 재심사를 통해 돈을 다시 반납해야 하는 처지에 놓일 수 있어서다. 간이과세자는 연간 매출이 4800만원이 되지 않는 사업자 중 지방에서 소매점, 음식점, 이·미용업소 등을 운영 중인 소상공인을 뜻한다. 이들은 올해 초에 신고한 부가가치세보다 내년에 신고한 부가세가 높으면 2차 재난지원금을 토해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광주지방국세청 관계자는 "현금 결제 유도 및 소득 누락 신고 등 새희망자금 지급 방식에서 고려되지 못한 점이 적지 않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를 통해 현금 결제 유도를 통한 탈세 수법이 지양돼야 한다는 것을 많은 분들이 느끼지 않으셨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은지 기자 eunji.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