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 뮬리' 생태계 위해식물 논란 '어찌하오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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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복지
'핑크 뮬리' 생태계 위해식물 논란 '어찌하오리까'
법적규제 없어 관찰만 가능 "확산 어렵다" 목소리 공존
  • 입력 : 2020. 10.19(월) 14:28
  • 조진용 기자
핑크뮬리가 생태계 위해성 2급식물로 지정돼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최근 전남의 한 관광지를 찾은 관광객들이 핑크뮬리 꽃밭을 거닐고 있다. 김양배 기자
가을 행락철을 맞아 전남지역 곳곳에 핑크빛 아름다움을 제공하는 식물이 등장했다. '핑크뮬리'다. 최근 생태계 위해성 2급 식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관상용 차원에서 식재한 것인데 위해성 식물로 드러나 향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 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핑크빛을 보이는 식물의 정체는 '핑크 뮬리'다. 정식 명칭은 핑크 뮬리 그라스(Pink Muhly Grass)로 벼목 벼과에 속하고 원산지는 미국이다.

현재 전남 곳곳에 가면 핑크뮬리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순천 국가정원 비오톱 습지 4000㎡에 3만6000본의 핑크 뮬리가 식재돼 있다. 해남 현산면의 4est(포레스트) 수목원은 지난해 1200본, 함평엑스포공원 지난해 5000본과 추가적으로 수변공원에 올해 1만 본, 장성 황룡강변 핑크뮬리 정원 올해 10만본, 2018년 여수 선사유적공원 2만922본이 식재된 상태다. 2016년 순천만 국가정원에 핑크뮬리 식재를 시작으로 타 지자체들도 따라 하면서 전남지역에 식재된 면적은 총 5453㎡이다.

아름답기만 하던 핑크뮬리가 지난해 말 반전이 일어났다. 지난해 12월 국립생태원은 핑크 뮬리를 생태계 위해성 2급으로 지정했다. 위해성 등급 체계는 1~3단계로 구성되는데 1급은 생태계 미치는 영향이 커 교란 가능성이 높은 생물, 2급 위해성은 보통이나 향후 위해가 나타날 우려가 커 지속적 관찰이 필요한 경우, 3급 위해도가 낮아 관리할 필요가 없는 경우다.



핑크뮬리는 바람을 타고 척박한 토양에도 성장할 수 있는 번식력이 강하다는 점인데 기존 식재된 핑크 뮬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전남지역 기존 식재된 곳의 경우 환경부의 추가적 지침을 기다리고 있다.

환경부는 핑크뮬 리가 법정 관리종에 생태계 교란식물 등으로 정식 지정된 게 아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관찰만 하고 있다. 향후 강한 번식력으로 기존 식재된 곳으로부터 자연생태계로 번질 경우 추가 위해성을 평가해 법정관리종으로 지정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현재로서는 법정관리 종이 아니기 때문에 기존 식재된 핑크뮬리를 제거할 방법은 없어 예방차원으로 전국 지자체에 핑크뮬리 추가 식재 자제를 요청한 상황이다.

국립생태원도 같은 입장이다. 국립생태원 송해룡 팀장은 "세계 기후데이터의 월평균 최저기온과 강수량 래스터 자료를 이용해 핑크뮬리 자생지와 한반도의 기후를 비교한 결과 핑크뮬리는 추위에 취약하다"며 "핑크뮬리는 평균 20도에서 잘 번식하는데 우리나라 7~9월 평균 기온은 20도 아래여서 영하권을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기후특성상 핑크뮬리가 추운 겨울을 버틸 수 없어 추가적 관찰만 하고 있지만 방심한 사이 핑크뮬리가 추가 번식을 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 전남도 멸종위기 동식물보호협회 조어진 부회장은 "핑크뮬리 추가 식재를 못하도록 권고만 한 상황인데 방심한 사이 확산된다면 대책이 없어 법적으로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환경부는 10월 기준 핑크뮬리의 추가 번식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조진용 기자 jinyong.ch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