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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 시절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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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 시절의 얼굴'

게재 2020-10-12 16:25:10

바야흐로 가을이다. 들판에는 황금빛 벼 이삭이 하루가 다르게 고개를 숙이고 영광 불갑사와 함평 용천사, 고창 선운사 등에는 이미 몇 주 전부터 꽃무릇이 활짝 피어났다. 들녘에도 형형색색 가을을 만끽하는 꽃들이 지천이다. 길을 걷다보면 벌개미취나 쑥부쟁이, 구절초 등이 만개했고, 가을의 전령사 코스모스도 선선한 가을바람에 온몸을 흔들고 있다. 범의꼬리, 물봉선, 털머위, 엉겅퀴, 여뀌같은 야생화와 찔레꽃, 산수유, 팥배나무, 청미래덩굴, 가막살나무 같은 붉은 빛 가을 열매도 한창이다.

단풍도 서서히 물이 오르기 시작했다. '한로(寒露·8일)'가 지나면서 북녘 금강산에서 시작된 단풍은 설악산을 거쳐 소청봉과 향로봉, 오대산까지 내려왔다. 특히 지난 여름 내린 폭우와 장마로 올 단풍이 곱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많았지만 10월에 접어들면서 한껏 선명해진 노랗고 붉은 단풍이 가을 나들이를 유혹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올해 단풍이 청명한 가을 날씨 덕분에 어느 해보다 맑고 고울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미당 서정주는 시 '푸르른 날'에서 "저기 저기 저 가을 꽃 자리/초록이 지쳐 단풍 드는데"라고 읊었다. 화사했던 여름을 보내는 아쉬움과 아름다운 가을을 기다리는 시인의 사유가 풍성하다. '저기 저기 저'라고 더듬거리는, 단풍의 아름다움에 얼이 빠져버린 시인의 당황함도 단풍에 대한 최고의 찬사다. 시인 백석도 '시월 시절은 단풍이 얼굴'이라고 했다. 짙게 물든 단풍이야말로 아름다움의 극치이면서 불타오르는 사랑의 강렬함이라는 뜻일 게다.

강원도 설악산에서 시작된 '단풍'이 그야말로 봇물처럼 남하하고 있다. 산림청 등은 올해 남부지방의 첫 단풍이 13일 지리산을 시작으로 내장산 19일, 무등산 21일, 두륜산은 29일에 찾아올 것으로 예보하고 있다. 철이른 단풍은 이미 군데 군데 피어났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면서 올해는 누구나 힘겨운 한 해를 보내야 했다. 정쟁만 난무하는 정치권의 행태도 어느 때보다 답답하다. 하지만 차면 기울고 기울면 다시 차는 게 세상사 이치다. 잠시나마 번잡함에서 벗어나 '시월 시절의 얼굴'이라는 가을의 향연을 만끽하고 싶다. 문화체육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