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도로 가로막는 불법 주·정차량들 '눈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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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인도·도로 가로막는 불법 주·정차량들 '눈살'
용봉동 등 자동차 정비 업체 앞||틴팅·정비 작업차량 무단 점유||주정차 단속 시에만 차량 이동||주민들 “신고하면 뭐하나” 분통||북구 “현장단속해 과태료 부과”
  • 입력 : 2020. 09.21(월) 17:31
  • 최원우 기자
광주 북구의 한 자동차 틴팅 가게 앞 주정차 금지 도로에 작업차량들이 줄지어 주차되어 있다. 나건호 기자
"모두가 쓰는 공용도로 아닙니까! 불법 주정차도 문제되는데, 정비업체가 작업 차량을 도로에 놔두는 것은 아주 대놓고 불법 행위를 하겠다는 것 아닌가요?"

광주 북구 용봉동 자동차 관련 업체가 즐비한 곳을 지나던 김태훈(31) 씨의 말이다. 김씨가 분통을 터트리는 이 일대는 자동차 관련업체들이 즐비한 곳이다. 그리고 마치 당연한 듯 업체 앞에는 작업 중인 차량들이 길게 늘어서 한 면을 다 막아 놓고 있다. 차도뿐만 아니라 인도까지 점령했다. 지나는 사람들이 짜증이 날 수밖에 없다.

인근 주민들은 "주정차 단속도 잠시 피할 뿐,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며 "현장단속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21일 오전 10시께 찾은 광주 북구 용봉동 한 자동차 틴팅 업체.

업체 앞 도로는 3개 차선으로 만들어져 있지만, 불법 주·정차로 인해 2개 차선만 이용이 가능한 상태다. 정비 차량으로 추정되는 차들은 마치 당연한 듯 도로 끝 차선에 줄지어 주차돼 모르는 사람들이 본다면 2개 차선만 있는 것으로 착각할 정도다. 해당 업체가 작업이 끝난 차량과 작업대기 차량의 위치를 바꿀 때면 차도와 인도까지 혼잡했다.

앞서 분통을 터트렸던 김씨는 업무상 이 지역을 자주 지나간다. 그때마다 이 도로에 자동차가 주차돼 있는 것을 여러번 목격했다고 한다.

그는 "지나가려면 차들 사이사이를 통과해야 하는데 차량이 갑자기 움직일 때면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다. 언제든 보행자와 교통사고가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은 곳"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왜 단속을 안하는 것일까.

이날 오후까지 해당 장소에서 머물면서 단속을 기다렸다.

몇 시간이 지나니 주정차 단속 차량이 해당 업체 앞을 지나갔다. 그러자 업체 관계자들은 자주 있는 일인 듯 자연스럽게 자동차들을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기 시작했다. 이후 단속은 더 이상 없었다.

인근 주민인 이모(42)씨는 "차도뿐만 아닌 인도도 불법 주·정차로 이용이 어려워 진지가 오래됐다"면서 "웃긴 것은 불법 행위가 만연한 데도 단속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신고해도 이곳은 달라지는 게 없다"고 말했다.

이 곳 뿐만이 아니다. 정비업체들이 모여 있는 북구의 또 다른 골목길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자동차 정비업체가 많이 몰려있는 북구 중흥동 인근의 골목길에 들어서자 아예 차선의 개념이 사라졌다. 인근 자동차 정비업체에서 내놓은 작업 차량들이 도로 양쪽에 줄줄이 주차돼 도로의 기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크고 작은 정비업체들이 몰려있는 탓에 업체들이 도로에 한 두대씩만 주차해도 도로는 통행이 어렵게 느껴지는 주차장으로 변했다.

이 때문에 이곳을 지나가는 운전자들은 주정차 된 차량을 피하려고 연신 좌우를 살피며 불안하게 통과하기 일쑤였다. 또 도로에 들쭉날쭉 주차된 탓에 통행하려는 차들은 당연하단 듯 중앙선을 침범해 통과하고 있었다.

이 곳을 몇 번 지나간 적이 있는 박현정(45·여)씨는 아예 이곳을 지나가는 것을 포기했다고 한다.

박씨는 "처음엔 조심해서 다니면 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아이들과 걸어가다 차량에 부딪힐 뻔한 적이 있다"며 "그 이후로는 이곳 통행을 포기하고 일부러 빙 돌아서 다른 길을 이용한다"고 했다.

박정민(25)씨도 "주정차 단속을 자주 목격하지만, 단속이 가장 필요한 이곳은 단속이 되지 않는 듯 하다"며 "특히 가끔 지나가는 차들이 클락션을 울려대 깜짝깜짝 놀랜다. 심지어 운전자와 보행자가 시비가 붙어 말싸움하는 경우도 종종 목격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쯤되니 관련 자치단체의 입장이 궁금할 수밖에 없다.

당연하게도 북구 관계자는 "불법 주정차 등에 대한 계도를 지속해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즉 하고 있는데도 이런 상황이라는 것이다.

북구 건설과 관계자는 "관내 인·차도 불법 주정차에 대한 민원이 수시로 접수돼 단속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 단속을 나가 주정차가 없어지는 것을 확인하지만, 단속이 끝나고 나면 다시 재발하는 것 같다"며 "업체들이 도로를 불법 점유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현장에 출동해 불시단속을 진행, 과태료를 부과할 것"이라고 했다.

답변을 듣는 동안 '그렇다면 그동안 왜 안했나. 만약 해 왔는데도 이런 상황이라면 다른 방법이 없는가'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해당 질문에 대한 답변을 듣는 것은 관계자의 조치가 이행된 후 다시 현장을 찾아 본 뒤 듣는 것으로 미뤄뒀다.

최원우 기자 wonwoo.choi@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