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홀로코스트 멈춰라" 동물권리장전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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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복지
"동물 홀로코스트 멈춰라" 동물권리장전선언
삼계탕용 닭 공장식 양계장서 비인도적 사육||동물복지인증제도 비용 문제로 ‘그림의 떡’
  • 입력 : 2020. 07.21(화) 15:23
  • 도선인 기자
동물권리장전을 선언한 '직접행동DxE'가 공개한 한 육계농장. 직접행동DxE 제공
어두운 장막에 수만 마리의 새들이 괴기하게 뒤섞여 있다. 옴짝달싹 어린 새들에게 허락된 공간은 30㎝cm나 될까. 아직 다 자라지 않는 어린 새들이 내는 비명 같은 소리에 귀를 찢는다. 불빛을 비쳐 자세히 보니, 듬성듬성 아직 노란 빛이 선명한 털이 뽑혀 맨살을 드러냈다.

구석에는 닭 뼈들이 뒹굴고 심지에 죽어있는 사체까지. 새들의 부리는 잘려있다. 스트레스로 인해 서로 쪼아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섭취하는 것은 몸집을 불리기 위한 성장 촉진제, 항생제, 스트레스 해소제 등뿐이다. 이들에게 허락된 삶은 한 달. 고기로 길러지는 시간이다. 태어나고 30일을 죽지 않고 버티면 도살장으로 실려 간다.

지난 11일 초복을 앞두고 서울 광화문에서 동물권리장전을 선언한 '직접행동DxE'가 경기도의 한 육계농장의 모습을 영상과 사진으로 공개했다. 동물권리장전은 동물이라는 이유로 착취당하거나 도살당하지 않을 권리를 법제화하자는 주장이다.

이들은 발언문을 통해 "동물들은 인간이 아니라는 이유로 죽임당하고 실험당하고 착취당하고 학대당하고 강간당하고 인간의 실적으로 기록된다. 지난 역사에서 인간은 삶을 쟁취하고 권리를 되찾았지만, 동물은 여전히 물건 취급을 당한다"며 "이제는 동물의 권리에 관해 관심 가질 때가 왔다. 동물판 홀로코스트를 멈춰야 한다"고 밝혔다.

광주의 유명한 삼계탕집. 식당 관계자는 "태어난지 28일에서 34일 사이의 450 닭을 사용한다. 그 이상이 넘어가면 살이 질겨지므로 상품가치가 떨어진다"며 "말복까지 수요가 많다"고 말했다. 인간에게 자신의 살점이 아닌 계란을 제공하는 닭들이 모여있는 산란계 농가도 비인도적이긴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산란 닭들은 배터리 케이지에서 알을 낳는데, 좁은 닭장이 아파트처럼 이어진 공장식 양계장을 말한다. 농장동물에 대한 공장식 밀집사육은 전염병에 취약하게 만들고 스트레스로 인한 면역력 저하로 항생제 남용을 지적받는다.

농림축산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료, 온도, 조명, 산란공간, 배설물 처리 등에 평가 조건을 둬 동물복지인증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전환에 따른 비용 때문에 성과는 미비하다. 전남에서 동물복지인증을 받은 산란계 농장은 1500여개 중에서 22개, 육계농장은 3000여개 중에서 9개에 불과하다.

동물단체에 따르면 동물복지인증제도는 축산업을 지속하기 위한 기만적인 마케팅일 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세계동물보건기구는 동물의 다섯 가지 자유, '통증·질병·공포·고통·배고픔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현재 동물복지인증제도는 한참 못 미친다는 지적이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닭은 자연수명이 20~25년에 이르지만, 공장식 축산으로 평생 날개도 펼 수 없는 베터리케이지에 구겨 넣고 키워진다"며 "3단, 4단으로 만들어진 배터리케이지에서는 윗칸 닭들의 배설물은 아랫칸 닭들에게 고스란히 떨어지는 구조다"고 말했다.

이어 "동물복지인증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도 중요한데 달걀 껍데기에 표기된 일련번호 중 뒷자리가 1로 끝나야 최소 베터리케이지에서 생산된 알이 아니다"고 조언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