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특집> 가보지 않은 길, 과감한 도전… '위기를 기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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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일반
창사특집> 가보지 않은 길, 과감한 도전… '위기를 기회로'
코로나가 만든 언택트 사회
  • 입력 : 2020. 07.16(목) 18:28
  • 김은지 기자

멈춰버린 무대… 온라인·랜선 공연으로 '소통'

#랜선공연 #비대면콘서트 #이머시브(관객참여형)

NCT 127 비대면 콘서트 '비욘드 라이브' 공연 모습.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코로나19의 등장 이후 우리는 완전히 다른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코로나19의 여파는 문화계에도 타격을 입혔다. 지난 3월 시행됐던 사회적 거리 두기로 공연장과 전시관은 문을 닫게 됐고, 4월에는 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한 관객 수가 통합전산망 가동을 시작한 2004년 이후 월별 관객 수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문화계의 기반이 대부분 다중이용시설이기 때문에 그 타격은 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위기를 기회로 돌리려는 여러 가지 시도도 나오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지역 공공 공연장을 중심으로 비대면 방식인 온라인 공연 이른바 '랜선 공연'이 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관객이 공연장을 찾았다면, 이제는 공연이 관객이 있는 곳을 찾게 된 것이다.

지난 3월 광주문화예술회관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로 공연을 선보였다. 무관중으로 진행됐던 공연은 실시간 대화창을 통해 진행 중인 공연에 대해 설명하며 모니터 너머 관객들과의 소통을 이어갔다. 이 밖에도 지역 곳곳에서 드라이브인·찾아가는 콘서트가 개최돼 관객들과 만나고 있으며, 전시도 VR이나 영상을 통해 관객과의 접점을 넓혀가고 있다.

이러한 시도들과 더불어 문화계가 지금껏 어렵게 유지해온 생태계를 지킬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공연계에서는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해 등장한 비대면(untact) 중심의 새로운 형태의 공연에 외부와의 연결(on)을 더한 '온택트'를 새로운 대안으로 내놓았다.

지구촌 곳곳에서 '온택트' 공연이 개최되고 있다. 방탄소년단, 아이즈원, NCT127 등 K-POP스타들은 증강현실(AR)과 화상통화 등 공간적 한계를 뛰어넘는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아티스트 간 협업 무대를 구축했고 팬들과 소통했다. '온택트' 공연이 등장했던 초반에는 위로의 목적이 강한 자선성 콘서트 위주였다면, 이제는 팬들의 소통 갈증을 해소하고 수익도 낼 수 있는 실제 콘서트의 형태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가 앞당긴 '온택트'는 곧 익숙한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예술가와 관객 간의 소통은 물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수익구조가 더욱 구체적으로 형성된다면 온택트 공연 트렌드는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광주문화재단 빛고을시민문화관 김영순 관장은 "대면 위주의 공연과 문화행사들이 온라인 등 비대면으로 옮겨가고 있는 추세다.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비대면으로 이동함에 따라 취지를 잘 살리지 못하거나 효율성이 떨어지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차츰 비대면 맞춤 공연과 행사로 이동해 갈 수 있도록 제반 여건의 조정과 기술 발전이 도모될 것 같다. 멀지 않은 미래엔 맞춤형 비대면 공연이 상시화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전통적인 학습 방식 위협… 확 바뀔 '교육의 틀'

#온라인교육 #대학위기 #미래교육

온라인 수업을 하고 있는 모습. 전남일보 자료사진

'온라인 교육'. 코로나19가 바꾼, 바꿀 교육계 패러다임의 대표적 현상이다.

온라인 교육이 뜨기 시작하면서 그 추세가 한동안 가속화됐던 것은 사실이다. 이젠 코로나19 사태로 거의 모든 학생이 교실을 벗어나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는 것이 일상이 됐다. 초·중·고교 및 대학, 전문교육, 그리고 정규 및 비정규 교육 등 너 나 할 것 없이 모든 부분에서 마찬가지다.

'미래학자' 제이슨 생커는 그의 저서 '코로나 이후 세계'를 통해 "온라인 교육은 강의 자료나 교육 콘텐츠의 범위를 대폭 확장함으로써 전통 학문과 학교 내 '길드 구조'를 위협할 어마어마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가 말하는 '교육 길드'는 대학 수준 이상에서 나타나는 '학사-석사-박사'로 이어지는 전통적인 교육 시스템이다.

제이슨 생커는 온라인 교육이 이런 '교육 길드' 시스템을 해체함으로써 교육에 들어가는 중간 단계 비용이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중간 단계 비용이 사라질 것으로 예측하는 또 하나의 이유로 '한 학기에 수천만원의 대학 등록금을 감당하던 학부모 또는 학생들이 온라인을 통한 원격 수업만으로도 같은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는 곧 '대학의 위기'로 이어질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근래 들어 중소형 대학들이 재정난을 겪고 있다"며 "불경기에 온라인 교육 확산까지 겹쳐 부실 대학들은 머지않아 문을 닫을 수밖에 없을 것"이란 예측이다.

'미네르바스쿨'과 같은 형태의 학교 모형이 '포스트 코로나19' 교육문화로 정착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네르바스쿨'은 모든 강의가 온라인으로 이뤄지는 '온라인 대학'이다. 미네르바스쿨 처럼 온·오프라인을 융합한 이런 교육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대학 교육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코로나19사태는 '미래 교육'을 앞당길 것이라는 예측도 많다.

광주교육정책연구소 김준영 소장은 "코로나19가 우리 사회와 교육계에 던진 충격과 메시지는 매우 큰데 4차 산업혁명·인구절벽 시대·포스트 코로나19 등의 시대 변화에 따라 교육을 바라보는 틀이 급변하고 있고, 새로운 인프라와 전혀 다른 콘텐츠로 교육을 해야 할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김 소장은 "코로나19로 학교 교육의 위기가 아닌 미래 교육을 앞당겨 열어가는 기회로 살려야 할 것"이라며 "온라인 수업이라는 새로운 환경 속에서 계층 간 교육격차로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위해 현장과 소통하는 교육정책이 필요하다"고도 제언했다.

코로나19 직격탄 농어촌… "온라인 판로 개척"

#드라이브스루판매 #로컬푸드신뢰상승 #친환경꾸러미

전남농협이 드라이브 스루로 친환경 농산물 꾸러미를 판매하고 있다. 전남일보 자료사진

승용차가 질주하는 도로변에서 싱싱한 활어회가 팔린다. 지난 2월 여수시는 코로나19에 따른 소비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양식 어가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활어를 판매했다. 갓 잡은 우럭과 숭어, 전복 등 활어회에 양념과 채소까지 곁들여진 모둠 세트가 2만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제공됐다. 대면 접촉을 최소화한 승차구매와 가성비 높은 활어회에 도로변은 승차 구매를 기다리는 승용차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전남 농어업인들은 코로나19로 위기를 맞았다. 횟집 소비 침체는 양식 어가의 피해로 돌아왔고, 졸업식·입학식 취소는 원예농가의 눈물이 됐다. 전국적으로 개학이 미뤄지고 학생들이 등교를 하지 않으면서 급식을 납품하는 친환경 농가들은 농작물을 전량 폐기해야 했다.

각종 시름을 겪은 농촌은 발빠르게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언택트 서비스' 방식을 유통구조에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활어회 드라이브 스루는 여수에서 완도로, 광주에서도 확대 추진되며 양식 수산물 소비촉진에 큰 기여를 했다.

농수산물도 온라인 판매에서 해법을 찾았다. 최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식품산업통계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 쇼핑몰 내 식품 거래액은 지난해 12월 2조원대에서 코로나19 국면으로 접어든 2월엔 3조660억으로 껑충 뛰었다. 3월에는 3조3991억원을 돌파했다.

온라인 시장은 침체된 농어촌의 기회가 됐다. 이에 최근 농협전남지역본부는 급식 납품 농가들의 시름을 덜어주고 친환경 농산물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친환경 농산물 꾸러미' 쇼핑몰을 개설하며 온라인 시장 판로를 개척하기도 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건강한 먹거리'를 찾으면서 농어촌의 가치는 오히려 주목받았다. 소비자들은 '플라워 버킷 챌린지' 등 상생을 위한 농가 돕기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그리고 수입산 보다는 '로컬 푸드'를 구입하는 등 지역 농가들에게 든든한 힘을 줬다.

전남대학교 농업경제학과 강혜정 교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로 국가보호주의, 지역주의가 강해지며 소비자들이 '지역에서 나고 자란 음식'에 대한 신뢰도가 매우 높아졌다"며 "지역 소비자들의 로컬푸드 신뢰도는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농촌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선 부수적인 문제점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강 교수는 "농산물 온라인 판매는 점차 증가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종 고민도 뒤따라야 한다"며 "소비자들에게 일관된 품질을 보증할 수 있는 보증제도, 농산물의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는 친환경 포장재의 확대 등 온라인 농산물 소비를 증가시킬 수 있는 다양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은지 기자 eunji.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