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수 |
한 남자의 애틋한 러브스토리를 담은 말랑말랑한 발라드곡이 엄숙한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그것도 40주년이라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공간에서 김필에 의해 불려지게 된 것도 나름 인연이 있어 보인다. 이날 5·18 유가족의 편지 낭독 컨셉트에 곡의 절절한 분위기와 노랫말, 그리고 김필의 애절한 보이스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이날 김필도 절제하면서 진지하게 노래한 모습이 역력했다.유가족과 일부 참석자의 눈시울이 붉어지는 장면이 생중계된 TV화면에 잡힌 걸 보니 감동이 전달된 듯하다. 김필은 특별무대에 선 뒤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많이 부족하지만 마음을 담아 노래했다. 뜻깊은 자리에 설 수 있어 큰 영광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렇게 가수 김필은 5·18과 인연을 맺었다. 오디션프로그램을 통해 데뷔한 그는 독보적 음색과 가창력으로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다.
팬들이 김필이 노래한 '편지 5·18버전'을 감상하기 위해 유튜브로 몰리고 있는 중이다. 21일 현재 조회수 18만을 기록하고 있고 수많은 댓글을 통해 5·18이 공유되고 있는 중이다. 여기에 김광진의 노래 '편지'가 실린 앨범 발매일이 2000년 5월 18일인 것도 쉽게 넘길 인연은 아닌듯 싶다. 전국 천만여 관객이 영화 '택시 운전사'를 통해 5·18을 새롭게 공유했듯이 김필이 재해석해 부른 '편지'도 5·18을 경험하지 않은 세대들이 '5월 광주'에 관심을 갖고 소통하는 감성 콘텐츠가 되기를 기대한다. 40년 성상속에 이념화되고 화석화되는5·18이 현재화하는 일이기도 할 것이다. 이기수 논설위원
이기수 기자 kisoo.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