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봄은 "건강하게"… "제발 오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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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봄은 "건강하게"… "제발 오지 마세요'
구례, 섬진강 벚꽃길 주차장 폐쇄 및 진입 도로 차단 ||완도, 청산도 방문 통제… 신안, 주말 배 "주민만 이용"||영암 코로나19 방지 행정력 동원 '상춘객 비상 대책반'
  • 입력 : 2020. 03.26(목) 14:33
  • 최황지 기자

전남 광양시에 매년 열리는 '광양매화축제'가 올해 코로나19로 인해 취소된 가운데 봄맞이 명소로 꼽히는 구례, 영암, 신안 등 전남도 지자체가 '방문 자제'를 호소하는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에 동참했다.

'NO상춘객'.

봄을 알리는 꽃은 폈지만 낯선 봄이다. 최근 노란 산수유로 유명한 구례군 산수유 마을을 방문한 상춘객들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집단 감염돼 방역 당국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경제 유발 효과가 155억원에 이르는 '구례 산수유 꽃 축제'가 취소됐고, 앞서 광양시의 효자 축제로 매년 400억원에 이르는 경제 유발 효과를 일으키고 있는 '광양 매화 축제'도 열리지 않았다. 봄을 알리는 전남도의 꽃 축제가 취소된 데에는 국가 감염병 위기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되며 지자체가 모두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에 동참했기 때문이다.

지자체는 축제 취소에도 불구하고 마을을 방문해 집단 감염된 '구례 산수유 마을' 사례에 경각심을 느끼고 적극적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을 호소하고 나섰다. '방문 자제' 현수막을 내거는 가 하면, 벚꽃길과 주차장 등에 설치될 수 있는 노점상·야시장 등을 집중 단속하고, 상춘객들이 붐비는 섬 지역은 여객선 운항을 중단하는 등 강력한 대책을 펼치고 있다.

●섬진강의 낭만은 내년에

전남 구례군청 인근에 '벚꽃도 코로나19가 무섭습니다! 제발 오지 마세요!'라는 현수막이 걸렸다. 구례군 제공

구례군은 매년 봄이면 섬진강에서 서시천변까지 약 59㎞의 벚꽃길이 장관을 이루며 수십만 명의 관광객이 전국 각지에서 모인다. 문척면 동해마을에서 간전면 남도대교를 돌아 토지면까지 이어지는 구례 섬진강 벚꽃길은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100'에 선정되기도 했다.

최근 구례군은 섬진강 벚꽃이 만개하면서 상춘객들의 방문이 이어지자 주차장과 일부 진입도로를 폐쇄했다. 또 순천 방면에서 진입하는 도로를 차단해 일방통행 구간을 운영하고 벚꽃길의 주·정차를 금지해 체류 시간을 줄이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마을과 인접한 벚꽃 감상 지점과 데크 길은 아예 통행을 금지했다. 이와 함께 구례로 진입하는 도로변에는 차량 발열 검사소를 설치하고 주요 길목에는 '방문을 자제해달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벚꽃길 외곽에 있는 주차장에도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하고 방역초소 운영을 시작했으며 주차장 내에 설치된 앰프 시설을 활용해 '사회적 거리 두기' 운동 동참과 '마스크 착용'을 유도할 계획이다.

상춘객과 지역민의 접촉을 차단하기 위해 벚꽃길의 농·특산물 판매장은 폐쇄하고 잡상인과 노점상, 야시장 행위는 강력하게 단속할 예정이다.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구례 5일 시장도 2주간 임시 휴장했다.

공중화장실을 비롯해 다중이 밀집할 수 있는 시설물은 1일 3회 이상 방역 소독을 실시할 예정이다.

구례군은 앞서 경주에 거주하는 A(60·여) 씨와 일행 일부가 코로나19 확진 사흘 전인 지난 18일 구례 산수유마을 등을 방문해 방역에 비상이 걸렸던 점도 고려했다. A씨 일행과 접촉한 것으로 분류된 식당과 사성암 관계자 17명은 모두 음성으로 판정됐다. 방역 당국은 A씨가 경주에서 확진자와 접촉하고 일행은 A씨의 자가용에 장시간 동승해 감염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김순호 구례군수는 "구례가 코로나19로부터 청정한 지역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4월 5일까지 여행과 외출을 자제하는 등 사회적 거리두기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완도 청산도·신안 병풍도 '배편 막힌다'

완도군은 해남 땅끝항에서 노화,보길 방문객을 대상으로 발열 체크를 실시 중이다. 완도군 제공

완도군은 28~29일, 4월 4~5일, 4일간 청산도와 노화, 소안, 보길도를 찾는 관광객 승선을 통제한다. 모든 기간은 주말로, 상춘객들이 몰리는 시간이다.

완도군은 "코로나19로 청산도 슬로걷기축제를 취소했지만 봄철을 맞아 주말에 청산도를 찾는 관광객이 1300여명에 달한다. 노화, 소안, 보길도를 찾는 관광객이 늘고 있어 코로나19 지역 사회 감염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완도군은 여객선 매표 시 주소를 확인하여 청산, 노화, 소안, 보길도 관광객 방문을 통제하기로 결정했다. 통제 대상은 주민등록상 완도군에 주소를 두지 않은 다른 지역 거주자다.

또한 완도군은 방문 통제 외에도 매일 2회 이상 여객선 터미널 및 여객 선실 내 소독과 승선객을 대상으로 발열 체크를 하는 등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신안군도 증도 병풍도를 운항하는 정기 여객선의 뱃길을 중단하는 등 초강력 대책에 나섰다.

신안군은 "최근 전국 각지에서 주말을 이용해 '가고 싶은 섬 기점, 소악도'를 찾는 상춘객이 급증해, 지난 23일 병풍도 주민들과 협의를 통해 28부터 오는 4월 6일 기간 중 주말 연휴에 해당되는 4일 동안 여객선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주말 지역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역 주민만이 이용할 수 있는 군 행정선을 투입해 1일 2회(병풍도 출발 오전9시·오후2시/송도 출발 오전11시·오후4시) 운행할 계획이다.

정기여객선은 압해읍 송공항에서 4회, 지도읍 송도항에서 5회로 평일 이용객은 90여명에 불과하지만 주말 이용객은 800여명으로 대다수가 섬을 찾는 관광객이다.

신안군 관계자는 "관광객이 전국 각지에서 찾아오고 있어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지역민들이 스스로의 고통과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주말 해상교통 단절을 결정했다"며 "정부에서 강도 높게 추진 중인 초강력 사회적 거리두기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여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능동적으로 대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영암, 상춘객 비상 대책반 편성

왕인박사 유적지 입구에 출입 통제 현수막이 걸렸다. 영암군 제공

영암군은 코로나19 감염병이 장기화되면서, 오는 4월2일부터 열릴 예정이던 '2020 영암왕인문화축제'를 전격 취소하고 상춘객을 전면 통제하는 등 모든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또한 군은 상춘객 비상 대책반을 편성 운영하는 등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초강수를 뒀다.

영암군은 벚꽃이 개화하는 28일부터 내달 12일까지 16일 동안 방역·교통·시설물·노점상‧청소 등 6개 반 11개 팀을 구성해 매일 공무원과 경찰, 경비 용역업체 등 60명을 투입하기로 했다.

또한 군경계 지역과 주요 도로변, 구림전통한옥마을, 왕인박사유적지 등 거리 곳곳에 방문 자제와 출입을 금지하는 현수막을 내걸며 적극적인 홍보에 나섰다.

특히 왕인박사유적지에 많은 상춘객이 집중 운집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28일부터 폐쇄를 결정하고 주차장 입구부터 차단막을 설치해 차량과 방문객을 전면 통제하면서 주요 이면도로 역시 통제구간으로 지정해 주정차를 금지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보건소와 연계해 열감지기를 설치하고 손소독제 비치와 선별진료소, 통제소 운영, 주차장·화장실 등 수시 방역을 실시하며 방역차량 2대를 이용해 벚꽃이 피는 주요도로변 5개구간, 10㎞에 대해 수시 순회하면서 방역을 실시하기로 했다.

자칫 상춘객이 몰릴 수 있는 벚꽃길과 주차장 등에 설치될 수 있는 노점상·야시장·품바공연 등을 집중 단속하고 관광지 주변의 청결한 환경유지를 위해 자연정화 활동도 병행해 펼쳐 나가기로 했다.

한편 군에서는 군민들의 감염확산에 따른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군서지역 벚꽃길 방문을 자제해 줄 것을 마을방송을 통해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주요거점과 방역부스에 전담인력을 배치하는 등 군민과 상춘객 불편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전동평 영암군수는 "올해 대한민국 대표 문화관광축제로 선정된 2020 영암왕인문화축제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고심 끝에 취소했다"며 "전례 없는 국가 재난상황에서 상춘객들이 올해만은 영암방문을 자제해주길 간곡하게 부탁하며 코로나 청정지역을 지켜 나가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황지 기자

최황지 기자 orchid@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