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빠져나간 '대인예술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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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예술' 빠져나간 '대인예술시장'
 대인예술시장 딜레마 <상> 예술인 썰물||2008년 비엔날레 ‘복덕방 프로젝트’로 전국적 조명 ||시장 입주작가 33명→5명 불과… 빈 점포 계속 늘어 ||다양성·변화 공존했던 시장… ‘야시장’ 기능만 남아
  • 입력 : 2019. 11.20(수) 19:24
  • 최황지 기자
대인예술시장에 입주했던 한 작가의 빈 점포에 임대 표시와 함꼐 '그동안 많은 사랑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문구가 붙여져있다.
 광주 대인예술시장에서 예술인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문화와 예술로 쇠락해가는 전통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어 전국적으로 조명을 받고 있는 대인예술시장. 상권은 활성화됐지만 예술은 쇠락했다.



 대인시장에 예술이 접목된 것은 지난 2008년 제7회 광주비엔날레 '제안전'으로 시작된 일명 '복덕방 프로젝트'에서 비롯됐다. 광주 구도심 쇠퇴로 소비자들의 발길이 뜸해진 대인시장에 문화와 예술을 입혀 활력을 돌게 하겠다는 취지였다. 프로젝트 추진 이후 젊은 예술인들이 시장 내 빈 점포에 입주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이후 관람객들이 북적였다. 재래시장 상인들과 지역의 예술가들의 성공적인 '협업'은 전국적인 이목을 끌었다.

 '복덕방 프로젝트'는 2009년 2월 '대인예술시장 프로젝트'로 계승됐고 지난 11년 동안 명맥이 이어지고 있다. 대인예술시장은 전통시장 활성화 목표를 달성한 수범사례로 꼽히고 있다.



 문제는 대인시장 빈 점포에 입주했던 작가들이 대부분 시장을 떠났다는 점이다. 지난 2008년과 2009년 대인시장 작가협의회에 등록된 작가가 144명, 2015년에는 입주 작가가 33명이었다. 그러나 작가협의회는 해산됐고 현재 입주 작가는 5명으로 감소했다. 작가들이 떠나다보니 매주 열리는 대인 야시장 예술프로그램 또한 창의성과 다양성이 사라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인예술시장에서 작가들이 떠난 이유에 대해 일각에선 시장 활성화에 따른 임대료 상승, 즉 젠트리피케이션이란 분석을 하고 있다. 그러나 대인예술시장 프로젝트 도입 초기부터 시장에 입주해 작품 활동을 하다 최근 터전을 옮긴 A 작가는 이를 부인했다.



 A 작가는 "2008년 당시 한 달에 12만원을 주고 생활했다. 그러나 2013년에는 15~17만원으로 올랐다. 6년간 3~4만원이 오른 셈이다"며 "물가 상승에 따른 자연스러운 상승이라고 생각됐다. 예술가들의 이탈이 젠트리피케이션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대인시장에서 활동 했던 작가들은 광주시가 시장 상권 활성화를 위해 '야시장' 개최 횟수를 늘리면서 예술인들에 대한 지원이 줄고 예술활동도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지난 2014년 부터 광주시와 대인시장의 '별장프로젝트 사업단'은 매월 1회 개최하며 대인예술시장의 대표 콘텐츠로 자리잡은 행사인 '야시장'을 매주 토요일마다 열기 시작했다.



 한 달에 한 번씩 다양한 실험적 요소들과 변화를 시도했던 작가들은 매주 야시장을 치르게 됐다. 문제는 야시장 개최 횟수를 4배로 늘리다보니 예술인들에게 주어지는 창작 지원금이 1인당 100만원에서 40만원으로 대폭 줄었다.



 문화·예술 프로젝트도 크게 위축됐다. 예술인들이 시장 상인들과 협업하는 프로그램이 상설로 열렸으나 올해는 거의 마련되지 못했다. 시민 체험 프로그램도 축소됐고 예술인들의 리서치 활동 지원도 사라졌다.



 대인예술시장에서 예술의 색채가 희미해지고 있는 데 대해 시장 상인들도 우려하고 있다.

 상인 B씨는 "작가들이 줄어들어 야시장이 점차 썰렁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면서 "대인시장이 예술시장으로 특화가 되지 않고선 경쟁력이 약화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빈 점포에 작가들이 다시 입주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황지 기자

최황지 기자 orchid@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