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욱의 도자이야기>기와를 도자로 이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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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욱의 도자이야기
한성욱의 도자이야기>기와를 도자로 이해하다
  • 입력 : 2019. 10.01(화) 16:00
  • 편집에디터

01-장흥 신월리 기와 요장(목포대학교박물관)

기와를 도자로 이해하다

도자기는 기본적으로 점력을 가지고 있는 바탕 흙을 반죽하여 형태를 만들고 이것을 가마에 넣고 높은 온도로 구워낸 것이다. 따라서 기와도 도자의 한 유형이지만 용도가 일반적인 도자는 음식과 관련된 그릇이 중심이라면 기와는 건축 재료가 중심을 이루고 있어 도자와 별도로 나누어 연구하고 있다. 그러나 도자기처럼 지역과 장소, 수요 계층 등에 따른 특징을 지니고 있으며, 시대에 따라 변화하고 있어 사회 문화적 변천과 미술사적 특징을 파악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기와는 건물을 장식하는 부재로 단단하고 쉽게 침식되지 않는 성질이 있어 건축재로 적극 활용되었다. 특히, 지붕을 장식하는 기와는 반영구적이며 방수 효과가 높고 경관이 좋아 건축재로 많이 생산되었다. 하지만 이런 실용적인 기능 이외에 건물의 장엄과 권위, 벽사(?邪), 길상(吉祥)의 의미를 함께 지니고 있다. 따라서 기와는 조선시대까지는 궁성과 관아, 사찰, 향교, 고위 관료의 저택 등 한정된 계층과 장소에만 사용하도록 엄격하게 규제되었으며 생산도 통제되었다. 특히, 일반적인 암키와와 수키와 이외의 막새를 비롯한 새모양 등의 잡상(雜像)과 치미(?尾), 용두(龍頭) 등의 특수 기와는 더욱 제한적으로 사용되어 건물의 위상뿐만 거주자의 품격을 상징적으로 알려주는 역할을 하였다.

기와는 고대 그리스시대부터 사용되기 시작하였으며 로마에도 존재하였다. 동양에서는 중국 하나라(夏; 기원전 2070년경~1600년경) 때부터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전국시대(戰國時代; 기원전 475~221)를 거쳐 진(秦; 기원전 221년 ~ 기원전 206년), 한(漢; 기원전 206년∼기원후 220년)까지에 이르러 매우 발달하였다.

목조 건물에 기와를 사용하여 지붕을 이는 풍습은 고대 동양 건축의 중요한 특색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기원은 쉽게 규명되지 않고 있다. 중국에서 기와가 처음으로 확인되는 시기는 서주(西周; 기원전 11세기~771년) 초기이다. 이 시기의 기와가 당시의 도읍지로 추정되는 있는 종주(宗周) 지역에서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왕조가 세워진 것이 기원전 1050년 무렵이므로 중국에서 기와의 사용은 약 3000년 정도의 역사를 지녔다고 할 수 있다.

한반도에서 기와가 언제부터 사용되었으며, 막새(와당)가 언제부터 나타났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기와가 출현한 시기는 기원전 2∼1세기 무렵(한사군 설치 전후)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지역에 맞는 자연조건과 인문환경을 반영하여 자체적인 형태를 갖추어 발전하는 것은 3세기말 이후이다. 즉, 삼국시대 건물지에서 비로소 막새기와가 확인되고 있는데 고구려의 장군총과 신라의 황룡사지, 백제의 미륵사지 등에서 각 나라의 특징을 지니고 있는 막새가 출토되고 있다. '삼국사기'에는 궁궐과 사찰의 건축 조영을 담당하는 관청이 기록되어 있다. 백제에는 나라에서 쓰는 기와만을 전담하는 와박사의 직제가 있으며, 위덕왕 35년(588) 일본에 와박사를 파견할 정도로 매우 발전하였다. 신라에는 와당만을 제조하는 와기전이란 마을이 있었으며, 중국 문헌인 '신당서(新唐書)'의 고구려전에는 고구려는 왕실과 관부 또는 사찰에 기와를 사용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기와는 용도와 위치에 따라 다양한 유형이 있는데 가장 기본적이며 많은 수량을 차지하는 것은 평기와로 분류되는 암키와와 수키와이다. 이들 기와는 목조 건물의 지붕에 이어져 기왓골과 기왓등을 형성하며 눈과 빗물의 누수를 방지하기 위하여 사용되는 것으로 가장 보편화된 일반 기와라고 할 수 있다.

암키와는 편평하고 넓적한 장방형의 기와로 수키와 밑에 위치하여 지붕의 기왓골을 형성하며, 평와 또는 바닥기와, 여와, 자와라고도 부른다. 대부분 모골(물레)에서 성형한 큰 원통 기와를 4등분하여 세로로 자른 것으로, 좌우 너비가 중심보다 치켜 올라가 약간 휜 모습이다. 전체적으로 지붕 바닥을 덮는 역할을 하는 암키와는 기와 중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기와이다. 형태에 따라 하단부 안쪽에 언강이라고 부르는 낮은 턱을 만들어 두 암키와의 끝을 연접시키기 위한 물림자리인 짧은 미구가 내밀고 있는 유단식, 그리고 언강과 미구가 생략된 무단식의 두 종류로 구분된다.

수키와는 지붕의 기왓등을 형성하는 반원통형의 기와로 원와 또는 부와, 남와, 웅와라고 부른다. 대부분 모골에서 성형한 원통 기와를 양분하여 만들고 있다. 수키와는 지붕 바닥에 이어진 두 암키와 사이에 이어져 기왓등을 형성하는데 기왓골을 이루는 암키와와 함께 가장 많은 수량이 제작되고 있다. 수키와는 형태에 따라 하단부의 지름이 상단부의 지름보다 좁은 토시 모양의 무단식(토수키와)과 수키와를 서로 연접할 수 있도록 하단부에 언강이라는 턱을 만들어 물림자리인 미구가 내밀고 있는 유단식(미구기와)의 두 종류로 구분된다. 무단식은 삼국시대 초기부터 제작되기 시작하여 고구려와 백제, 신라에서 각각 유행한 것으로 이후에는 작은 수량만 확인되고 있다. 유단식은 삼국시대 말기부터 출현하여 고려와 조선까지 전통이 계승되고 있다.

막새기와는 일반적으로 암키와와 수키와의 한쪽 끝에 문양을 새긴 드림새를 덧붙여 제작한 것으로 목조 건물의 처마 끝에 사용되는 대표적인 무늬 기와이다. 막새는 이외에도 소형막새와 반원막새, 타원막새, 모서리막새, 서까래막새 등의 다양한 이형막새가 있다. 암키와와 수키와만 있어도 건물의 지붕을 마감할 수 있으나 권위와 장엄을 위해 특별히 더하여 막새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암막새는 당초와 여막사 등으로 불리는 기와로 기와집의 추녀 끝인 기왓골 마지막에 얹어져 눈과 빗물의 낙수를 돕고 있다. 수막새는 수키와의 한쪽 끝에 원형의 드림새를 덧붙여 제작한 것으로 기왓등 끝에 사용된다. 막새는 여러 가지 문양이 새겨진 목제나 도제의 와범(瓦范)에서 찍어내 평기와의 한쪽 끝에 결합한 것으로 만든 시대와 지역에 따라 문양이 다채롭게 변화하며, 제작 기법도 서로 다른 차이를 보이고 있어 기와 제작 당시의 제작 기술과 사회 문화 연구 등을 연구하는데 좋은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이외에도 전당(殿堂)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건물, 즉 궁궐의 경우 왕의 공간, 대사찰의 경우 불보살의 공간은 적새와 착고 등의 기와를 이용하여 용마루를 만들고 치미나 용두, 다양한 잡상 등을 덧붙여 그 위상을 더더욱 높이고 있다. 한편, 기와에는 궁궐과 관청, 사찰 등의 사용처, 기와를 제작한 장소(지역)와 제작자(생산자, 감독자), 만든 시기 등을 표기한 사례들이 확인되어 생산과 공급 등의 유통구조 뿐만 건물의 창건과 역사적 배경 등도 알려주고 있어 학술적으로 매우 중요한 결정적 자료가 되고 있다.

전라남도는 장흥에 국내에서 유일하게 제와장(製瓦匠; 국가무형문화재 제91호)이 활동하고 있어 기와와 인연이 매우 깊은 곳이다. 즉, 도자의 한 갈래인 기와의 전통성을 인정받아 도자의 핵심지역인 전라남도에서 그 맥을 잇고 있어 그 의미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처음 제와장 기능 보유자로 지정된 한형준(1929∼2013년) 장인은 전통적인 기와 제작 기술만을 고집하면서 작업을 실시하여 1988년 8월 1일 보유자로서 지정되었다. 또한, 선생은 그의 타계 이후 2019년 제와장 보유자로 지정된 김창대 장인에게 온전히 기술을 전수하여 전통적인 제와 기술을 미래에 전수하는데 큰 공을 세웠다. 특히, 한형준 장인은 2008년 2월 11일 불의의 화재로 소실되어 국민들께 큰 상처를 주었던 숭례문(국보 제1호)이 2010년 온전히 복구되는데 핵심적 요소였던 기와 제작에 힘과 열, 성을 다해 큰 역할을 하였다. 숭례문 복구에 쓰이는 암키와와 수키와, 암막새, 수막새, 잡상 등 모두 2만2400여장의 기와 가운데 대부분을 장흥 요장에서 만들었으며, 강도와 흡수율, 동파율에서 탁월한 것으로 인정되어 전통의 계승과 전수뿐만 아니라 기술력도 탁월하였음을 인정받았다.

한형준 장인은 14살 때 가정 형편이 어려워 당시 기와 장인으로 유명했던 이모부 최기수 장인의 심부름을 하면서부터 기와를 배웠다. 17살이 되면서 고윤석 장인(1915~1988년)이 창설한 장흥군 안양면 모령리 공방에 터를 잡아 기와를 만들었으며, 이후 안양면 기산리로 공방을 옮겨 타계할 때까지 계속 작업하였다. 이들 기와는 1960년대까지 날개 돋친 듯 팔렸으나 새마을운동이 본격화된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기계식과 시멘트 기와 등에 밀려 볼품없는 구시대의 유품이 되었다. 그러나 한형준 장인은 전통 제와 기술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재현하여 오늘에 이를 수 있도록 하였다.

한형준 장인의 뒤를 이어 2019년 기능 보유자로 지정된 김창대 장인은 1998년 11월부터 한형준 장인에게 입문하여 20여년간 그 기능을 충실하게 전수받아 전통 제와의 보존과 전승에 힘써왔다. 그는 일반적인 수키와와 암키와, 수막새와 암막새를 비롯하여 제작 시간이 길고 성공률이 낮아 그 동안 기능 연마와 조사 연구가 미흡하였던 기와의 꽃으로 불리는 잡상 등 특수 기와를 각고의 노력으로 재현하여 상당한 경지에 이르렀다. 또한, 전통 기와의 재현과 함께 이 시대의 생활과 문화에 어울리는 기와 제품을 적극 개발하고 있어 단순한 재현을 넘어 전통을 이 시대의 문화로 활용하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자세도 잊지 않고 있다. 한편, 한형준 장인과 함께 숭례문 복구용 기와 제작에 참여하였으며, 이후 창덕궁 부용정(보물 제1763호)을 비롯하여 문화재로 지정된 여러 건물의 번와(飜瓦)에 쓰인 기와를 재현하여 탁월한 기능을 인정받고 있다.

전통 기와의 제작공정은 흙 채취에서 시작하여 원토 가공, 담무락 쌓기, 성형, 건장치기, 건조, 가마에 적재하기, 불때기(번조), 가마에서 기와 빼기(요출) 등 9단계 34공정으로 이루어진다. 이들 제작공정이 이루어지는 제작시설은 제와막(흙구덩이, 막새 제작시설)과 기와 밭(건조장), 백와간, 가마 등이 있다. 제작도구는 원토 가공도구(괭이 외 3종), 담무락 쌓기 도구(바닥철사 외 5종), 성형도구(암키와 와통 외 26종), 정형도구(건장채 외 2종), 번조도구(당글게 외 6종)를 구비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전통 방식 그대로를 따르고 있으나 현재는 주변 환경이 좋지 않아 전통 환경 조성과 전통 목조 건축물을 통한 다양한 전통 기와의 재현이 필요한 실정이다.

전통 제와는 단순한 전승 공예미술품이 아닌 산업적 자원으로 재인식할 필요성이 있다. 신축 건물은 몰라도 적어도 문화재로 지정된 건축물은 전통의 방식으로 제작된 기와를 반드시 사용하여야하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검증되지 않은 기계식의 기와를 사용하여 문화재를 보수하였으나 이제는 제대로 된 옷을 입혀 아름답고 유서 깊은, 품격을 갖춘 맵시를 뽐내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오늘날의 제와는 숙달된 기술뿐만 아니라 역사와 인문, 미감, 산업적 측면을 모두 고려한 문화자원으로 거듭 태어나야 한다.

그리고 기와는 공공미술로 활용할 수 있는 우수한 가치를 지니고 있으므로 충분한 논의와 심의를 거친 미술품을 거리나 벽에 장식하고 가꾸는데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제와장이 활동하고 있는 장흥은 지역의 대표적 명품이며 국가 농업유산인 청태전과 어울리는 다도구 등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와로 만든 다양한 명품을 적극 개발하여 널리 보급하였으면 한다. 또한, 한형준 장인 타계 이후 몇 년간의 단절이 있었던 전통 제와 기술의 지속적 연마를 위해서는 이를 체계적으로 전승, 보존, 활용(체함)할 수 있는 박물관(체험관) 건립이 필수적이다. 현재까지 기와박물관은 개인이 설립한 유금와당박물관 한 곳으로 공공기관에서 설립한 박물관이 없으므로 독창적인 박물관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특성화된 공간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유물의 복제가 쉽고 다른 유물에 비해 항온 항습 등이 번거롭지 않아 유지 관리에도 장점을 지니고 있어 이를 설립하여 지역의 문화자원으로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02-순천 송광사(1940년대 전경)

03-한형준 장인의 수키와 성형 모습

04-김창대 장인의 암기와 성형 모습

05-숭례문(국보 제1호)

06-기와를 이용한 거리 장식, 일본 나라(奈良)

07-기와를 이용한 건물 외벽, 일본 愛媛縣 菊間町瓦博物館

08-기와를 이용한 일상 소품, 일본 滋賀縣 近江八幡 瓦博物館

09-기와를 이용한 실내 장식, 일본 愛媛縣 菊間町瓦博物館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