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반달연골 관절경 수술의 잃어버린 퍼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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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건강
무릎 반달연골 관절경 수술의 잃어버린 퍼즐
박정욱 탑팀재활의학과 원장
  • 입력 : 2019. 09.25(수) 15:54
  • 노병하 기자

박정욱 탑팀재활의학과의원 원장.

자가용을 운전하다가 타이어 마모가 심해 한 타이어 수리점에 방문했다고 가정해보자.

처음으로 방문한 가게의 수리공은 타이어의 마모가 심하다며 타이어만 갈아서 보내주었다. 차주는 빠르고 간단한 수리에 만족했다.

하지만 몇 달 후 다시 타이어가 빠르게 마모되어 다른 타이어 수리점을 방문하였더니 타이어 마모의 원인은 타이어의 문제가 아니라 자동차 바퀴의 정렬 이른바 얼라이먼트의 문제라고 진단을 내렸다.

타이어를 새로 갈아도 정렬을 조정하지 않고서는 계속해서 같은 일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해주었다. 정렬을 세심하게 손보고는 타이어는 오히려 비싸지 않은 저렴한 제품으로 충분하다고 안내하였다. 자, 여러분은 과연 어떤 접근에 만족하겠는가? 그리고 다음에 차가 다시 수리할 일이 생긴다면 과연 어떤 수리점을 다시 방문하겠는가?

무릎의 통증을 느껴 병원을 방문하면 환우들이 듣게 되는 가장 놀라운 이야기는 바로 무릎 MRI를 찍고 나서 바로 관절경 수술을 해서 다치거나 문제가 있는 반달연골을 다듬어야 한다는 제안을 의사에게 듣는 경우이다. 간단한 통증으로 생각했던 환우들은 갑자기 큰 비용의 진단과 수술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에 당황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과연 반달연골의 손상이 의심되는 경우 모두가 MRI촬영을 하고 관절경 수술을 시행해야 하는 것일까? 의학교과서와 최근 3년 내에 발행된 모든 리뷰 논문을 종합해보면 관례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현실의 접근과는 큰 차이가 있다.

관절경수술모식도

우선 단순 방사선 사진은 필수적으로 시행하되 관절염 소견이 확연하거나 신체검진 상 무릎 관절이 심하게 흔들리는 불안정성이 있는 경우에만 MRI촬영을 추천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수술이 아닌 보존적 치료만으로 상당수가 호전을 보인다고 적시하고 있고 이에 반응이 없을 경우에만 다시 MRI촬영을 다시 고려해 보도록 안내하고 있다.

관절경을 통한 부분적 반달연골 절제술 즉 손상된 반달 연골을 살짝 다듬어 나오는 수술은 대단위 리뷰 논문의 결론을 보면 이 수술로 인한 효용은 크지 않으며 장기적으로 보존적인 비수술 치료 보다 좋은 결과를 보인다는 증거가 없다고 적혀있다. 즉, 수술을 하는 의사들 사이에서도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단순히 관절경 수술을 결정하는 것은 큰 효용이 없는 수술적 접근법이라는 점은 이미 결론이 내려져 있다.

사실 이 관절경 수술의 가장 큰 문제는 마치 서두에 적은 것처럼 왜 반달연골이 손상당했는지에 대한 고민 없이 우선 벌어진 손상만 수습하려는 성급함이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심한 오다리 변형이 진행되며 안쪽 반달 연골이 잦은 충돌에 의해 연골이 지속적으로 찢기고 손상당하는데 관절경으로 연골을 잠시 다듬어 준다고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마치 잦은 타이어 마모가 있는 차에 새 타이어를 장착해 주지만 또 금세 타이어 마모를 겪는 악순환이 반복되지 않겠는가?

또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 자동차의 정렬을 손보듯 근본적인 무릎관절의 정렬을 맞추기 위해 일괄적으로 모든 환우들의 뼈의 정렬을 잘라 맞추는 절골술이나 인공관절 수술을 해야 하는가?

결코 그렇지 않다. 우선은 전신사진과 신체검진 보행분석을 통해 손상역학의 원인을 찾고 부족한 근력과 관절운동의 적확한 재활치료로 충분히 회복되는 경우가 상당수이다. 또 엄청난 비용의 수술과 재활치료의 부담을 고려한다면 반복되는 손상을 막아줄 무릎 보조기의 착용도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보행과 정렬을 잡고 유지해줄 족부 보조기 이른바 깔창 처방을 통해 악화를 막고 건강한 삶을 유도할 수 있다.

이러한 갖은 노력에도 반복되는 증상과 통증이 지속될 경우에 정밀검사와 수술적 치료를 고민하는 것이 지극히 상식적이며 의학적인 접근일 것이다. 사람의 반달연골을 타이어 교체하듯이 바로 바꿀 수만 있다면 무척 쉬운 문제이겠지만 사람은 기계가 아닌 까닭에 더 깊은 고민과 배려가 치료에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오늘도 필자는 생체역학을 우선적으로 개선하고자 처방된 특수운동과 족부보조기를 시행을 보존적인 치료와 우선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재활의학적 치료에 주사제 등을 이용한 연골재생치료를 더해 회복한 환자들을 두 눈으로 확인하며 기쁜 마음으로 진료에 임하고 있다.

노병하 기자 bhn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