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민한의 동시대미술 수첩〉 동시대미술의 눈으로 맛과 음식을 바라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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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민한의 동시대미술 수첩
장민한의 동시대미술 수첩〉 동시대미술의 눈으로 맛과 음식을 바라보다.
음식, 생명의 원천이면서 인간 욕망의 문화적 표상 ||광주시립미술관 <맛있는 미술관>전 2019. 7. 2. – 11. 3.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전 2019. 6. 22. - 8. 4.
  • 입력 : 2019. 07.16(화) 15:24
  • 편집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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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 지역에서 개최된 <맛있는 미술관>전과 <해킹푸드>전을 살펴보면서 음식을 주제로 삼은 미술작품의 다양한 매력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맛의 감각은 호불호 측면에서 미 감각보다 더 강력하게 작동한다. 이와 동시에 미각은 시각, 청각, 촉각 등 다른 감각을 연상시키는 강력한 공감각적 특성을 지니고 있고, 이 덕분에 미각은 개인에게 특정 기억이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데 효과적인 수단이 된다. 미각이 지닌 문화적 요소와 강력한 공감각적 특성이 동시대미술에서 우리의 삶을 타자에게 이해시키는데 효과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음식, 생명의 원천이면서 인간 욕망의 문화적 표상

광주시립미술관 <맛있는 미술관>전 2019. 7. 2. – 11. 3.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전 2019. 6. 22. - 8. 4.

우리는 음식에 대해 두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첫째, 음식은 우리 신체를 움직이는 에너지의 원천이고, 생존을 위해서 무엇보다도 먼저 획득해야할 목표라는 점에서 우리가 먹는 특정 음식물은 우리 삶 자체를 보여준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둘째, 음식은 생명과 관련된 가장 강력한 욕구의 대상이라는 점에서 커다란 즐거움과 연결되고, 그 즐거움의 미세한 차이를 구별하는 미각이 지역의 환경과 생산물에 따라 다르게 발달되었다. 따라서 음식과 그 맛은 자신과 자신의 속한 공동체를 규정하는 효과적인 매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러한 의미에서 음식은 특정한 삶의 형식과 그 구성원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효과적인 매체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음식의 맛은 우리 생존과 관련된 원초적인 감각이라고 할 수 있는 미각과 연결되어 있어서, 다른 특성보다 자신의 정체성을 더 잘 나타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미각은 성장 과정 동안 어떤 맛에 길들여졌느냐에 따라 호불호가 확연하게 구분되기 때문에, 공통된 미각을 소유한 사람들 사이에는 강한 유대감을 형성하게 된다. 같은 식성을 공유한 사람들은 다른 것도 공유할 수 있다는 생각까지 들고, 이 생각은 공동체 의식으로 발전될 수 있다.

특히, 미각은 다른 감각보다 공감각을 불러일으키기 쉬운 감각이다. 공감각이란 외부에 의해 하나의 감각이 자극을 받았을 때 다른 감각이 동시에 자극되는 복합적인 반응 현상을 말한다. 예를 들어 초콜릿의 맛을 상상할 때, 맛뿐만 아니라 초콜릿의 향과 모양, 촉각, 청각적인 부분까지도 떠오른다. 더 나아가 이전에 초콜릿을 먹을 때의 행복한 감정까지 떠오른다. 하나의 자극이 이전에 느꼈던 여러 다른 감각을 동시에 일깨우고, 더 나아가 그 반응과 함께 했던 기억과 감정까지 불러일으킨다. 시각이나 청각, 촉각 등도 공감각을 불러일으키지만 호불호가 명확한 미각에서는 연상되는 감정은 그가 속한 문화권마다 확연하게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무엇이든지 미술의 매체가 되는 시대라고 할 수 있는 오늘날에는 특정 맛을 자극하는 실제 음식물이나 혹은 그것을 생생하게 묘사한 작품들은 작가 자신과 자신의 속한 공동체를 드러내는 효과적인 수단이 된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음식물 자체가 특정 삶의 기본 형식이고, 그에 대한 호불호, 더 나아가 그와 관련된 기억과 감정이 문화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음식을 주제로 한 작품의 강점은 이점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음식은 자신의 정체성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이와 반대로 타자와 효과적으로 소통하는 주제가 될 수 있다. 음식의 맛이 지닌 강력한 공감각적 특성이 다른 감각과 기억, 감정을 이끌어주기 때문에, 그 맛은 자신을 타자에게 이해시키는 효과적인 소통 수단이 된다. 내가 왜 이 맛을 선호하는지를 타자도 공유하는 감각과 기억을 이용하여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리하자면 음식의 맛을 보여주는 작품이 특정 지역의 문화적 감수성을 대변하면서, 동시에 자신을 타자에게 이해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소통 매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소통을 중요시 하는 동시대미술은 음식물을 작품의 주제 혹은 매체로서 자주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공교롭게도 광주의 대표 문화예술기관인 광주시립미술관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음식과 관련된 전시를 동시에 개최했다. 광주시립미술관이나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모두 '맛의 고장' 광주가 맛과 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서 시민들의 관심을 고려해 이번 주제를 선정했다고 말하고 있다. 두 전시는 음식이 주제라는 점에서 같았으나, 전시를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는 전혀 다르다. 광주시립미술관의 <맛있는 미술관>전은 우리 삶 속에서 음식의 의미와 그 맛의 소통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해킹푸드>전은 미래의 음식은 어떤 의미로 우리에게 다가올 지에 대해서 미디어아트와 퍼포먼스로 보여주고 있다. 후자의 전시는 맛의 감각이 지닌 공감각적 효과보다는 음식을 통해 미래 삶의 방식의 변화를 보여주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맛있는 미술관>전에서는 이종구, 임남진, 임옥상 작가 등 20명이 참여했다. '예술가의 맛', '맛의 쾌감', '광주의 맛' 3개의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다. '예술가의 맛' 섹션에서는 지난해 7월에 문을 닫은 '영흥식당'을 전시장에 재현해놓았다. 이곳은 과거에 광주 예술가들의 사랑방 역할을 했다. 이곳을 자주 드나들었던 예술가들의 소회를 인터뷰 형식으로 전달함으로써 이곳의 음식이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그들 삶의 흔적이자 애환이었던 것을 보여주고 있다. '맛의 쾌감' 섹션에서는 음식의 맛을 실감나게 보여줌으로써 관객으로 하여금 그 맛과 관련된 공감각과 기억을 무의식적으로 떠올리게 하고 있다. '광주의 맛'에서는 광주의 맛에 담긴 추억과 삶의 의미를 보여주려고 하고 있다.

<해킹푸드>전은 세계적인 창제작 플랫폼으로서 아시아문화전당의 역할을 보여주려는 취지를 담고 있는 'ACT(Art & Technology)페스티벌'의 2019년 전시이다. 올해 전시에는 ACC_R 국제 레지던시에 참여한 창작자 9명과 ISEA2019의 공모를 통해 선정된 작가 4명의 실험적인 작품이 선보였다. 올해 페스티벌의 주제는 '음식과 기술'이다. 미래에 등장할 음식과 그와 연관된 문화를 상상해보고, 이를 통해 앞으로 우리 삶의 변화를 가늠해보자는 취지이다. 예컨대 한국의 '언해피 서킷'(Unhappy Circuit) 작가는 인간의 음식을 학습한 AI가 만든 새로운 레시피를 보여주고, 실제로 그 레시피로 음식을 조리하는 퍼포먼스를 한다. '사이버 인터페이스 랩'은 소리와 음악을 통해 미각 경험을 증진시키는 작업을 시도한다. 우리의 모든 감각이 미각 경험을 증진시키는데 효과적이라는 가정 하에, 아시아의 미각 경험을 높여주는 소리의 특성을 찾아간다.

오늘날에는 소통이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맛과 미, 음식과 미술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인류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미와 맛이 있을 수 있고, 이와 달리 그 공통분모로 설명되지 않는 특정한 미와 맛이 있을 수 있다. 민족마다 혹은 문화권마다 음식의 맛에 대한 반응이 엇갈릴 수 있는 것처럼, 오늘날에는 미술작품들에 대한 반응도 각기 다를 수 있다. 바로 이 점이 나와는 다른 특성을 지닌 타자를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고, 이것이 동시대미술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장민한 (조선대학교 교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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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맛 섹션 -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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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