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심과의 라이딩 둘째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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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국의 유라시아 탐험기
막심과의 라이딩 둘째 날
  • 입력 : 2019. 04.11(목) 10:38
  • 편집에디터

막심과의 라이딩 2일째-스코보로디노. 이곳에서 길이 나누어진다. 직진하면 치타, 오른편으로 북상하면 야쿠츠크. 1996년, 스코보로디노에서 체르니솁스크까지 700km는 가장 열악했던 구간이었다. 2010년, 이곳에 도로가 만들어지고 포장이 되면서 가장 좋은 길이 되었다. 하바롭스크에서 치타까지 2,100km는 M58번(P297) 도로이다

검은 강가에서

평원의 야영에서 검은 강가의 야영까지 – 막심과 함께 아시안하이웨이 30호선을 달리다

날이 밝아왔다. 여름이 시작되었음에도 텐트 안에서 맞는 시베리아의 밤은 추웠다. 공기가 좋아서인지 잠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크게 피곤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막심은 나탈랴가 앉을 수 있는 공간을 남겨둔 채로 모터바이크의 앞과 뒤 그리고 옆 부분에 같은 무게와 부피로 나누어 진 짐들을 능숙하게 고정시켰다. 좁은 길을 벗어나 러시아연방도로(M58)와 다시 만났다. 6킬로미터 정도를 달려 나가자 'Uyut'이라는 간판을 달고 있는 휴게소가 길가에 서있다. 따뜻한 샤워를 상상하면서 건물을 지나쳐 나갔다. 안전한 운행을 위해서는 전날의 숙면이 무척 중요하다. 암스테르담까지의 긴 여정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모터바이크를 잘 관리하는 것 이외에도 체력과 감정을 조절하는 일이 무척 중요하다. 러시아횡단도로가 완성되면서 이 길을 가장 많이 이용하는 트럭운전자들을 위한 숙소가 길 위에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이곳엔 주유소와 정비소와 상점까지 합해져서 복합기능을 갖추고 있다. 다시 5km를 더 나아가자 길 위에 표지판이 서있다. '스코보로디노'이다. 이곳에서 길이 두 갈래로 나누어진다. 북쪽으로 올라가면 야쿠츠크, 서쪽으로 계속 달리면 모스크바가 나온다. 막심이 표지판을 배경으로 사진 촬영을 해주었다.

스코보로디노에서 아무르주와 바이칼지방의 경계까지 185km

자바이칼지방으로 들어선 뒤 17km를 달리자 '잔나'가 나왔다. 이 시골마을의 외곽, 카페 안에서 술에 취한 젊은이들과 모터바이크 여행자 사이에 싸움이 일어났다. 카페는 불에 탄 흔적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채로 제자리에 쓰러져 있었다. 한 밤 중, 칼에 맞은 여행자가 비틀거리며 걸어 나와 쓰러진 자리에는 추모비가 서있다. 현재 모터바이크를 타는 러시아인들은 이곳에서 일어났던 일을 모두가 알고 있으며 러시아를 횡단할 때면 반드시 들려가는 장소가 되어 있다. 복받쳐 오르는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막심을 대신해서 나탈랴가 그날에 이곳에서 있었던 일을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추모비에는 '우리는 이곳에서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여행자를 결코 잊지 않는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스코보로디노에서 모고차까지 351km

러시아 구간에서 악역을 맡게 된 도시 '모고차'

막심은 악명 높은 이 도시를 그냥 지나쳐가자고 말했다. 우체국에 들려야 한다는 나의 요청에 의해 도시 안으로 들어왔다. 막심은 이 도시의 바이크, '아이런 앤젤스'를 먼저 들렸다. 클럽 안에는 멤버들이 쇼파와 바닥에 누워있는 채로 잠들어 있었다. 그대로 나와 우체국의 위치를 물어보기 위해 도로변에 모터바이크를 세웠다. 술에 취한 남자가 식당같은 작은 거물에서 나오자 마자 우리에게 다가와 말을 걸기 시작했다. 막심은 알아듣지 못한 척 아예 시선을 상대방에게 주지 않는다. 말투와 행동 자체가 시비를 거는 듯 거칠다. 잠시 뒤, 막심과 나는 모터바이크의 액셀을 당기기 시작했다. 술에 취한 두 남자가 우리를 추격하기 시작했다. 시내를 벗어나 13km 정도를 달리자 러시아연방도로가 나왔다. 시속 100km가 넘는 속도로 40km를 달리면서 그들과의 거리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달리는 내내 그들의 차로부터 총알이 날라오지 않기만을 간절히 바랬다.

스코보로디노에서 470km, 검은 강가에서 막심과의 2일째 야영

산과 산 사이의 계곡 위에 놓인 다리를 지나자마자 막심의 모터바이크가 멈추었다. 우리는 바이크에서 일어선 채로 속력을 줄이고 울퉁불퉁한 계곡 길을 따라 내려갔다. 다리 밑에 다다르자 강물과 만났다. 강물을 따라 자갈 밭 위를 조심스럽게 달리기 시작했다. 100m, 200m, 300m.., 앞바퀴가 자갈밭으로 파고들어 운전하기가 무척 힘이 들어지면서 나는 다시 투덜대기 시작했다. 이런 곳에서 넘어져 사람이나 바이크가 다치거나 부서지게 될 것이 나는 걱정이었다. 막심에게는 여전히 사람의 눈에 띄지 않는 것이 우선 순위였다. 정비능력이 출중한 막심에게 나의 염려를 맡겨두고 그의 우선순위에 따라 도저히 사람이 들어올 수 없을 것 같은 곳까지 달려 들어와 텐트를 세웠다. 역시 모기와 무는 파리와 초파리 떼가 극성을 부린다. 아랑곳하지 않고 나탈랴는 강물 속으로 뛰어들어 몸을 씻었다. 막심과 나는 주위의 나뭇가지를 모아 모닥불을 피우기 시작했다. 가느다란 나뭇가지에 꿰어 놓은 돼지비계와 감자가 훈제가 되기 시작했다. 따로 모아진 숯불 위에 약간의 물이 뿌려지자 높은 온도의 연기가 솟구쳤고 나무 향이 베인 꼬치구이가 만들어졌다. 맥주 캔이 하나씩 주어졌고 우리는 별 말 없이 조용히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2014년 06월30일 검은 강가에서

막심과의 라이딩 2일째- 아무르주를 넘어서 자바이칼 지방이 시작됨을 알리고 있다.

막심과의 라이딩 2일째- 아무르주가 끝나고 이곳으로부터 자바이칼 지방이 시작된다

막심과의 라이딩 2일째- 끝이 없는 길이 강처럼 이어지고 있다. 아마자르 강 표지판

2014년 러시아 구간에서 악역을 맡게 된 도시, 마고차- 대낮에도 술에 취한 사람들이 시비를 걸어왔다. 바이크 클럽, 아이런 앤젤스. 마고차의 기차역 건물도 불에 타 사라졌다

마고차- 이 젊은이도 술에 취해 잠들어 있다. 마고차라는 도시는 여행자들에게 좋은 이미지가 아니다. 이유가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해 이 도시 안으로 들어왔다. 자신의 나라임에도 그냥 지나쳐가자는 막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주유를 하기 위해서는 은행에서 현금 인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러시아에서 모터바이크를 탄 사람들은 인종과 국적과 종교에 관게없이 형제라고 부른다. 그들은 자신의 형제를 위해 헌신할 마음을 언제든지 가지고 있다. 더위와 반복되는 사진 작업에 지쳐 핼맷을 땅위에 내려놓았다. 빛의 속도로 달려가던 바이커가 방향을 돌려 빛의 속도로 달려왔다. 그리고 어떤 도움이 필요하냐고 내게 물어왔다. 바이커가 자신의 핼맷을 땅위에 내려놓는 행위는 다른 바이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의미한다.

쟌나 추모비- 이곳에서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여행자를 결코 잊지 말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막심과 나탈랴가 이곳에서 있었던 일을 자신의 일처럼 생생하게 전해주었다. 인터넷의 등장과 함께 러시아다움의 상징이었던 시골이 위험지역이 되어 가고 있다. 시골의 젊은이들은 매일 술에 취해 있다시피 한다. 술은 러시아에서도 싸움의 원인이 된다.

막심과의 라이딩 2일째- '검은 강'가에서의 야영. 모기와 초파리 떼의 집요한 공격을 피해 방수용 옷을 입고 모자를 썼다 .벌레를 퇴치하는 약품이 있지만 피부에 직접 발라야 하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았다. 러시아인들은 이러한 환경에 익숙한 듯 별스런 반응이 없다. 러시아인은 곰 같다는 말을 좋아한다. 정말 곰 같다. 왠만해선 꿈쩍도 하지 않는다.

막심과의 라이딩 2일째- '검은 강'가에서의 야영. 돼지비계와 감자를 코치에 꿰어 뜨거운 연기에 훈제했다. 넓은 공간에서 여유롭게 키워져서인지 러시아에서 자라나는 것들은 대체로 건강하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