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벚꽃 명소 상록회관 특수 옛말…시민·상인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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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광주 벚꽃 명소 상록회관 특수 옛말…시민·상인 울상
벚꽃 만개했지만 농성동 상록회관 축제장 ‘썰렁’||시민 “축제 규모 줄어…2~3년 전과 분위가 다르다”||상인 “농성 지하차도 공사·인근 아파트 건설 탓도”
  • 입력 : 2019. 04.02(화) 18:00
  • 곽지혜 기자

2일 찾은 광주 서구 농성동 상록회관 인근 벚꽃 축제장(왼쪽)과 건물 철거 현장(오른쪽)이 맞닿아 있다.

"공사 현장 때문에 축제장도 어수선하고, 벚꽃도 제대로 볼 수 없네요. 아마도 올해엔 다시 오지 않을 듯하네요."

큰 일교차 속에서도 평년보다 일찍 만개한 봄꽃 덕에 광주 서구 운천 호수 등 지역 벚꽃 명소들은 그야말로 '대박 시즌' 을 맞았다.

특히나 평일 저녁에도 운천호수는 발 디딜 틈 없이 많은 시민이 방문하고 있다. 하지만 광주의 전통적인 벚꽃 명소인 농성동 상록회관 벚꽃 축제장은 예전만 훨씬 못한다. 인근 상인들은 "이제 상록회관은 한물갔다"는 말을 할 정도다.

아름다운 벚꽃을 보기엔 주변의 환경이 너무 어수선해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1년 장사 한철 기다린 축제장 상인들이다. 떨어지는 벚꽃처럼 빠져나가는 방문객 탓에 그저 발만 동동 구를 뿐이다.

지난 1일 연인과 함께 상록회관 벚꽃 축제장을 찾은 이예은(27·여·남구 봉선동)씨는 "상록회관 벚꽃이 유명하기도 하고 먹거리 축제장도 있다고 해서 왔는데 매우 실망스럽다"며 "2년 전에 왔을 때만 해도 이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씨의 말처럼 서구 농성동 상록회관 인근은 광주 대표 벚꽃 명소 중 하나로, 매해 벚꽃이 만개할 시기가 되면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는 곳이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방문객이 확 줄었다. 주변의 공사 때문이다.

농성역 쪽에 위치한 농성지하차도 공사로 인해 상록회관 양방향에 차량 접근이 원활하지 않은 데다, 축제장 오른쪽의 건물 철거 현장에서 내뿜는 소음과 먼지 탓에 축제장을 찾아온 관광객들이 발걸음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축제장과 건물 철거현장 사이 골목길로는 하루에도 몇 차례씩 레미콘과 크레인이 지나다니고 있는 상황이다.

당연히 벚꽃 특수를 기대하던 먹거리 축제장의 상인들은 허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매년 벚꽃 철이면 상록회관 축제장에서 먹거리 포장마차를 운영한다는 안근형(63·서구 화정동)씨는 "벚꽃 구경 오는 사람도 줄었고 손님은 더 줄었다"며 "솔직히 손님 얼마나 있냐고 인터뷰하는 지금도 화가 나 말하고 싶지도 않을 정도다"며 속상한 마음을 드러냈다.

호객행위에 눈코 뜰 새가 없던 또 다른 상인 정인숙(56·여·서구 농성동)씨도 "지난해부터 찾아오는 사람이 부쩍 줄었다"며 "호객이라도 하지 않으면 손님을 유치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 1일, 광주 서구 농성동 상록회관 먹거리 축제장의 한산한 모습.

탐스럽게 흐드러지던 벚꽃 나무가 줄어든 것도 문제다.

이곳 상록회관 부지 아파트는 지난 2016년 9월에 광주시가 부지 4만8천952㎡에 지상 16층에서 29층까지 모두 842가구 규모의 주택건설사업계획을 최종 승인해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정확히는 주상복합 건물로, 행정절차 과정에서 초고층 아파트 건립이 가능하도록 한 종상향 절차의 적절성 논란 등 적지 않은 잡음이 제기됐었다.

당시 광주시는 왕벚나무 군락지 훼손 등에 시민, 환경단체의 반발 등을 고려해 수목보존 및 이식 계획을 수립한 뒤 공사를 하도록 조건부 승인했다고 설명했다.

조건부란 아파트 건설 규모를 당초 1082가구에서 842가구로 축소하고 공원과 도로 등 공공시설은 당초 6602㎡에서 9979㎡로 늘리되, 현재의 왕벚나무 군락지는 그대로 보존하면서 왕벚나무를 추가 식재해 근린공원으로 조성 기부채납도록 최종 합의한 것을 말한다.

기부채납의 결과는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오랫동안 광주시민들의 사랑을 받아온 상록회관의 750여 그루로 추산되는 왕벚나무, 소나무, 느티나무 상당수는 사라진 상태다.

지난 1일, 공사로 비좁아진 광주 서구 상록회관 벚꽃 축제장 인근 인도를 이용하는 시민들.

농성교차로 육교 밑에서 먹거리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A(48·여)씨는 "바로 옆에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벚나무도 많이 줄어들었다"며 "분위기가 확실히 몇 해 전과는 아주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장사도 장사지만 꽃도 많고 사람도 많았던 지난날이 그립다"며 "옛 상록회관의 모습을 되찾았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서구청 건설과 관계자는 "상록회관 벚꽃 축제장 주변 공사는 지난주까지 건물 철거 작업을 마친다고 했지만, 늦어짐에 따라 축제 기간 시민들이 다소 불편을 겪게 됐다"며 "철거 부지에는 오피스텔이 들어서기로 했고 2022년 10월께 완공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평년보다 높은 기온으로 한 주일가량 빨리 개화한 벚꽃은 광주 지역에서 4월 중순까지 감상할 수 있을 전망이다.

곽지혜 기자 jihye.kwa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