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고약해(高若海)'라는 인물이 있었다. 별명이 아니다. 실제 인물이며 두루 벼슬을 거친 문신이다. 그는 태조부터 세종까지 4명의 임금을 섬긴 충신이다. 도 관찰사와 사헌부 대사헌 등을 거친 명재상이기도 하다. 고약해는 임금이 올바른 정치를 하지 못할 때, 목숨을 걸고 바른말을 했다. 언제 어느 상황에서건 '아닌 건 아니다'라는 직언을 멈추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고약해가 이름값을 제대로 발휘한 시기는 세종 때다. 그가 호조 참판이었던 세종 22년(1440년) 3월의 일이다. '수령육기법(지방 수령의 임기를 6년으로 정하는 법)'을 놓고 어전회의에서 세종과 고약해가 논쟁을 벌였다. 세종은 임기를 6년으로 늘리려 했지만 고약해는 반대했다. 고약해는 '수령 임기가 3년에서 6년으로 늘어남으로써 수령으로서 범죄를 저지르는 자들이 많다'는 이유 등을 들며 임금이 뜻을 굽히기를...
홍성장 기자2022.09.21 16:46지난 2018년 미국 뉴욕크리스티 경매에서 인공지능이 그린 그림이 43만2500달러(한화 약 6억원)에 낙찰돼 관심을 모았다. 인공지능 작품으로는 최초의 경매 기록을 한 이 작품은 프랑스 예술집단인 오비어스의 '에드몽드 벨라미의 초상'이었다. 온라인 시각 백과사전인 위키아트에 게재된 14~19세기 초상화 1만5000점을 입력, 학습시킨 프로그램으로 탄생했다. 당시 이 작품은 이날 경매에 함께 출품된 앤디워홀의 작품보다 훨씬 높은 금액으로 낙찰돼 기염을 토했다. 인공지능 영역이 무한대로 확대되고 있다. 일상에서 소설, 그림, 작곡 ...
이용규 기자2022.09.20 16:00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연일 자국민을 상대로 북미지역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IRA 등 이른바 '미국 내 생산'(Made In America) 지원에 방점이 찍힌 대규모 예산법안 통과를 강조하며 표심을 공략하는 모습이다. IRA는 미국민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법안이지만, 한국 전기차 업계에는 재앙이다. 미국은 지금까지 전기차 신차 판매 기준 7500달러(약 1000만원)의 보조금을 회사당 최대 20만대까지 지급해왔지만 IRA 발...
박성원 기자 swpark@jnilbo.com2022.09.18 14:44최근 라디오를 통해 트로트 가수 김다현의 '무등산' 신곡 발표 인터뷰 내용을 듣게됐다.곡명도 그렇고 이례적으로 광주시청에서 신곡 발표회를 한 터라 귀를 쫑긋하게 만들었다.인터뷰 내용의 핵심은 7살 때부터 5년간 광주에서 판소리를 배웠고,무등산도 오른 경험도 있고 산이 유명하니까 무등산을 주제로 삼았다는 내용이었다. 신곡은 언제부터 준비를 했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 7, 8개월 전부터 작곡가님이 작업하시면서 준비하셨다고 제가 전해들었다"고 답한 것을 미루어 볼때 자신의 의지보다는 어른들의 기획에 의해 무등산 노래를 부른 것으로 추정됐...
이기수 기자2022.09.15 15:52"부처님 앞, 연등 아래 널찍한 마루에서 회색 승복을 입은 두 여자가 도란도란 거리면서 더덕껍질을 벗기고 있었다. 더할 나위 없이 화해로운 분위기가 아지랑이처럼 두 여인 둘레에서 피어오르고 있었다. 몸집에 비해 큰 승복 때문인지 어머니의 조그만 몸은 날개를 접고 쉬고 있는 큰 나비처럼 보였다. 아니 아니 헐렁한 승복 때문만이 아니었다. 살아온 무게나 잔재를 완전히 털어버린 그 가벼움, 그 자유로움 때문이었다." (박완서 '환각의 나비' 본문에서) 마음을 울리는 소설을 쓴다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작가 박완서는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나목' 등 수작들을 많이 남겼다. 장·단편을 포함해 수많은 작품을 남긴 작가의 '최애작'은 무엇일까. 박 작가는 스테디셀러가 된 대표작을 모두 뒤로하고,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모시는 문제로 남매가 벌이는 갈...
최도철 기자2022.09.14 16:48세월 참 빠르다. 엊그제 봄인가 싶었는데 벌써 가을이다. 연둣빛 들녘도 이미 황금물결이다. 멀리서 봐도 풍년임을 곧바로 알겠다. 큰 피해 없이 풍년을 맞았으니 농민들은 춤이라도 춰야 할까. 그렇지 못한 게 서러운 요즘이다. 쌀값이 하루가 멀다하고 추락하고 있다. 본격적인 수확 시기를 맞는 농민들의 가슴은 타 들어가고 있다. 농민들은 면세유, 비료값, 농자재값, 인건비 등이 폭등했지만 정작 쌀값 등 농민들의 목숨값은 폭락했다고 울상이다. 전남북, 경남도 농민들은 다자란 논을 갈아엎으며 쌀값폭락에 항의를 표시하고 있다. 각종 원자재값...
박간재 기자2022.09.19 11:14추석을 앞두고 지난 9월6일부터 8일까지 광주와 여수에서 열린 광주국제음악제와 남도국제음악제는 지역의 클래식 팬들에게 가을 밤의 멋진 서정을 선사했다. 이 클래식 향연이 민간 문화단체의 눈밝고 실력있는 전문가들의 열정으로 이뤄낸 점에서 놀라울 뿐이다. 아시아공연예술위원회와 누림이 각각 주최한 광주국제음악제와 남도국제음악제는 코로나19 발생 3년만에 현장에서 생생한 감동을 접할 수 있는 기회였다. 광주공연의 경우 이틀간 빈좌석이 없을 만큼 클래식 팬들로 꽉찼다. 음향, 객석 위치 등으로 클래식 공연장으로 야박한 평가를 받는 광주 빛...
이용규 기자2022.09.13 15:22지난 달 30일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사설에서 '그가 가져온 변화는 놀라운 것이었고 그의 노력은 세상을 더 안전하게 만들었다'고 썼다. 이 사설에서 언급된 그는 지난달 30일 별세한 소련의 최초이자 마지막 대통령인 미하일 고르바초프이다.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은 역사의 거대한 수레바퀴를 움직이는 중심에서 오늘의 세계를 만들어낸 주인공이었다. 서방에서 '고르비'라는 애칭으로 불릴만큼 각광 받았으나 러시아에서는 '소련을 허문 배신자'로 평가를 받으며, 91세로 역사의 전면에서 퇴장했다. 고르바초프는 1931년 러시아 남부의 흑해와 카스피해...
이용규 기자2022.09.06 17:00'홍동백서(紅東白西)·조율이시(棗栗梨枾)'. 명절 차례·제사상을 차리는 오랫동안 이어져 온 예법으로 통한다. 홍동백서는 붉은 과일은 동쪽, 흰 과일은 서쪽에 놓는다는 의미이다. 조율이시는 대추, 밤, 배, 곶감을 뜻하며, 우리나라 차례·제사상에 기본으로 놓는 과일 4가지를 말한다. 그런데 홍동백서·조율이시 등의 차례상 예법은 언제부터 존재했는지 알 수 없다고 한다. 조선시대 어디에도 차례·제사상에 관한 예법을 다룬 문헌은 존재하지 않아서다. 성균관 의례정립위원회는 최근 차례·제사상에 관한 예법에 대한 정의를 내렸다. 위원회는 유교적...
김성수 기자 sskim@jnilbo.com2022.09.07 14:07스포츠 종목에서는 선수들이 자신의 프로 경력 도중 타구단으로부터 더 좋은 제의를 받은 경우 소속 구단을 옮기는 이적이 일반화돼 있다. 프로축구의 경우엔 승강제의 영향으로 선수들이 소속 구단이 승격 또는 강등되면서 다른 구단으로 이적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며 더 많은 출전 기회를 얻고자 다른 클럽으로 임대를 떠나기도 한다. 프로야구도 FA 제도 시행으로 선수들이 자신의 가치를 더 많이 인정해주는 구단으로 옮기거나 구단 간의 트레이드를 통해 '어쩔 수 없이' 다른 팀의 유니폼으로 갈아입기도 한다. 하지만 프로 데뷔 이후 은퇴할 때까지 ...
최동환 기자2022.09.05 17:142007년 개봉된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는 아프리카의 다이아몬드 산업이 가져온 비극을 다룬 영화다. 다이아몬드를 둘러싸고 내전에 휩싸인 시에라리온. 반군의 잔인한 폭력으로 온가족이 뿔뿔이 흩어진 원주민 솔로몬은 다이아몬드 광산에서 강제노역을 하다 100캐럿이 넘는 원석을 발견한다. 전쟁 속에서 소년병으로 끌려간 아들을 구하기 위해 이 원석을 숨긴 솔로몬. 하지만 그에게 거대한 다이아몬드는 시련의 시작일 뿐이었다. "다이아몬드는 피의 희생이 만든 댓가다. 다이아몬드는 아프리카의 축복이 아니고 저주다."는 것이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이용환 기자2022.09.12 16:07이상하다. 분명 며칠 전까지만 해도 폭염에 찌들어 에어컨을 찾아다녔는데, 아침 출근 길에 점퍼를 빼들었다. 무의식적으로 말이다. 기실, 지난 3월 대선이 끝난 이후로 한동안은 정말 시간이 가지 않았다. 갑자기 타임머신을 탄 듯 대한민국 곳곳이 과거로 회귀하는 분위기였고, 앞 정권과 너무나도 다른 새정권의 모습에 대통령을 찍은 사람도 안찍은 사람도 잠시 말을 잊기도 했었다. 물론 정권이 바뀌면 기대와 실망이 교차한다. 그럼에도 분명 새롭게 들어선 이들은 소신과 신념을 가지고 무엇인가를 추진했을 것이다. 그 중에서는 미처 국민들이나 시...
노병하 기자2022.08.31 17:01위인설관(爲人設官)이란 한자성어가 있다. 사람을 위해 원래는 없는 관직을 만든다는 뜻이다. 특정한 사람을 위해 불필요한 자리를 만드는 것이니 정실인사를 꼬집을 때 자주 쓰는 말이다. 자기가 총애하는 누군가에게 벼슬을 주기 위해 직책을 억지로 만드는 꼴인데, 세상의 웃음거리가 될 뿐이다. 억지로 맞추려는 것과 관련된 그리스신화가 있다.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다. 프로크루스테스는 힘이 엄청나게 센 거인이자 노상강도다. 아테네 교외의 언덕에 살면서 강도질을 일삼았다. 그의 집엔 철로 만든 침대가 있었다. 나그네를 붙잡아 침대에 눕혀 놓고 ...
서울=김선욱 기자2022.09.04 14:25고대 국가를 지탱하던 토대는 소금과 철이었다. 제염업은 현대 IT산업 보다 훨신 유망했다. 소금은 절대자의 권위와 함께 힘까지 상징했다. 서양도 마찬가지다. 봉급을 뜻하는 영어 샐러리(salary)의 어원은 소금이며 로마 병사 월급은 소금이었다. 중세 이후에도 소금그릇은 금으로 칠했다. 그만치 소금의 가치가 중요했음을 보여주는 반증이다. 소금이 귀한 대접을 받은 것은 인간이 살아가는 데 절대 필수 생필품이기 때문이다. 소금 불모지인 평야와 사막 사람들은 목숨을 걸다시피 수백㎞의 소금길을 만들었다. '무릇 소금은 백성들이 늘 먹어야 ...
이용규 기자2022.08.30 17:06지방소멸, 무섭지만 현실이 될 날도 멀지 않았다. 대표적인 농도인 전남의 경우 더 심각하다. 전남은 농림어업이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타 지역에 비해 높다. 전남의 농어촌을 중심으로 고령화는 심화된 상황. '지역 내 총생산(GRDP)' 기준 7.9%(경상가격 기준, 2020년)로 전국평균(1.9%)을 크게 웃돈다. 고령화율은 전국에서 가장 높고 지방소멸 위험도 심각한 수준이다. 22개 시·군 중 17개 시군이 '소멸위험'에 처해 있다. 읍·면·동으로 범위를 좀 더 세분화하면, 323개 읍·면·동 중 85.4%인 276곳이 '소멸위험' 지역에 속한다. 전국에서 가장 높은 비율이다. 276곳 중 220곳은 '소멸고위험'이고, 56곳인 '소멸위험진입' 단계다. 전남 기초단체에서 귀농·귀촌·귀어 등 인구 늘리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배경이다. 귀농·귀촌을 통한 인구 유입은...
홍성장 기자2022.08.28 17:44